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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과 다름의 차이

당신

나는 잘 알지 못하면서 우기는 사람이었다.  

아내와 대화할 때면 항상 '아내가 틀렸다'라고 우겼다.  



틀림..

아내와 살아가면서

"어떻게 철저히 하나부터 열까지 나와 다를 수가 있지?"

"어떻게 세상을 이렇게나 모르고 살았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내 생각은 틀릴 때가 많다.'라는 전제를 마음에 품고 옥신각신 말을 주고받다가


"여보. 당신 틀렸어요." "내 말대로 합시다. "

"그만합시다."


나는 버럭 화까지 내면서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곤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했었다.  '역시 당신 생각은 틀렸어요. 내 말대로 합시다.'라는 생각이 먼저이고 감정이 격해지다보면 말과 행동으로 선을 넘지 않기위한 방지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선 넘는 발언으로 서로 속상한 적도 있었다. 대화가 급중단된 이후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나는 식사 때 아내가 챙겨주는 음식안 먹는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굳은 얼굴로 만히 있는다. 그런 행동에 아내는 싸운 것보다 더 마음이 힘들었다고 한다. 이들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때면 아빠 눈치를 봤다고 한다. 싸운 게 밉지만 식사를 챙겨줬는데 내가 계속 안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사 먹는 것도 아니다.) 아내에게는 싸운 것보다 그런 상황이 더 마음 아팠다는 것이다. 아내는 마음이 아프고 나는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각자 던 이유식 탁자에 엎지르고 그걸 같이 만지는 아기 똥 싼 기저귀 갈아달라고 우는 아기로 침시간이 난리가 났다. 그런 상황에도 나는 출근한다고 그냥 을 나서기도 했다. 아내는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를 정도로 힘겨웠다고 했다.  다투거나 싸워도 하루를 넘기지 말라고 했는데... 며칠이나 그런 행동을 이어간다는 건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  아내가 얼른 화해하기 위해 "식사 좀 해요." " 걱정되니까 퇴근하면서 전화 좀 해줘요."라는 말에 묵묵부답으로 나가고 들어오곤 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달라지고 마음이 풀리면 " 여보, 우리 저번에 싸운 거에 대해 말 좀 합시다." 라며 서로 오해를 풀고 해결한다. 그러 아내는 "며칠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 이러지 말아요."라고 말한다. '틀림'만을 우기는 남편이 싸우는 방식이었다. 좋은 대화방법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다.




다름..

나는 언제나 아내와 의견차이가 발생하면 "당신이 틀렸다."로 마무리 짓는 감정싸움을 하곤 했다. 그리고 대화단절과 식사거부를 일삼았다. 보는 아내도 괴롭지만 나 스스로도 이런 상황에 대해 나를 괴롭히는 셈이었다. 아내는 멀쩡한 본인이 남편에게 매번 "틀렸다."로 치부되는 게  속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도저히 못 참겠다며 대화 좀 하자고 했다.


"당신은 왜 매번 나한테 틀렸다고 해요? 서로 무조건 틀렸다고 하면 안 돼요.  다를 수도 있어요. 상대방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라며 그간의 답답한 심정을 기했다.


"틀림과 다름?" " 뭐가 달라요?" " 당신이 틀린 게 많았잖아요. 여보"

"아니요. 틀렸던게 아니에요.  나중에 남편이 알겠지 하면서 그래준 거예요. 더 이상 싸우기 싫어서요."

"여보!! 우리가 싸운 것에 대해서는 종종 당신 생각이 틀렸잖아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생각이 다른 거예요. 남편" 

"목적지를 가기 위해 자가용, 버스, 지하철  여러 가지로 갈 수 있는 거예요. 남편 생각에 자가용이  최선이다 싶으면 무조건 그것만 맞고 그 외에는 무조건 틀렸다고만 하잖아요. 그리 내가 다른  방법끝까지 아니라고 하잖아요."

"아니에요." 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피해버렸다. 아내가 심각하게 소리 지르며 강하게 어필하는 동안 그 상황을 감당하는 나의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아니 마음이 상한 것이었다.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고?'



자리를 피한 나는 혼란스러웠다. 의견차이가 날 때마다 아내가 세상일을 모르는 게 많아서 틀린 것들이 많고 그래서 내가 하자는 대로 우기긴 했다. 

'그런데... 다르다는 거? 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거?'

'뭐야. 도대체!!'

혼자 중얼거리며 무작정 나왔다. 집 주변을 으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다리만 아프지 아내의 말에 동의가 되지는 않았다. 그냥 집에 들어와서 조용히 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은 하루를 치열하게 지낸 후라서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나는 상대방 생각이 다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름.. 인정해야 한다. '

그냥 수긍이 되는 것이다. 뜬금없이 그냥 인정하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깨달음'을 그냥 얻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이해해야 하고 상대방 의견도 귀 기울여야한다. '버스를 내려서 아내에게  말하려고 계속 생각하며 걸었다. 잊지 않고 싶고 아내와의 대화를 내가 이해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여보. 당신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요."

"진짜예요? 그래요. 그럴 수도 있는 거예요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사는 거래요."

"내가 인정할 때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여보. "

"나도 더 지혜롭게 대화하려고 노력할게요. 얼른 씻어요. 저녁 준비할게요."

"그래요."

그런 대화가 끝나고 나서 마음이 아주 후련했다. 오랜 숙제를 해낸 느낌, 아내 마음을 공감했다는 나 스스로 뿌듯함, 아내가 갈증해소가 된 것처럼 밝게 웃어주는 얼굴로 오랜만에 편안한 저녁이었다.


나는 '당신 생각은 무조건 틀렸다'에서 '다를 수도 있다.'를 추가했다.  무조건 상대방 생각이 틀렸다고 하지 않기로 했다. 이건 논리로 따지고 들면서 '틀렸다'라고 굴복시킬 이 아니다. 내가 생각의 폭이 여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매번 싸우는 이유아내 생각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고 치고 싶은 생각이 큰 것이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늘 힘겹게 말싸움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내와 매번 싸우고 속상해하며 지내면서 또 달라진 것이 있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 능력이 많은 사람, 키 큰 사람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지금은 '온유하고 성품 좋은 남편'을 질투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나도 저래야 하는데...'

하면서 그렇게 되어가도록 더 노력한다.

부러운 만큼 더 노력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사는 것이 감사하다. 살면서 나와 어쩜 이렇게 다르냐고 투덜거리며 살았는데 오히려  생각의 부족한 부분을 고쳐 가는 키맨이 되어 주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내와 사는 것이 감사하다.




사진출처: : Unsplash의 Susan Q 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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