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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가 통쾌한 가족.... 남자

좋아?

아내와 아이들이 통쾌하게 웃을 때가 있다.

"아..... 가 실수했어요."


"어... 아빠... 실수했대요. 실수."

"남편. ㅋㅋㅋㅋ."



맨날 치우라고 말하고 못하게 하는 게 많은 아빠!

애들이 말하는 건 다 먹을 수 있고 애들이 말하는 건 뭐든지 다 해내는 아빠!

아내가 보기에는 뭐든지 아는척하는 남편!!


 아빠가 실수를 하는 날은 축제의 날이다. 폭죽이 뻥뻥 터지는 것이다.

왜 그럴까?


  목적지를 향해 내가 운전하면서 가는 길이 틀린 것 같다고 아내가 말해줘도 잘 안 듣는다. 그러면 아내가 네비를 따라가자고 제안하지만 안 듣는다. 네비를 켜고 길안내를 받고 가다가도 내가 더 잘 안다면서 살짝 다르게 가기도 한다. 내가 가본 길이 더 빠른 길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그런 날은 달리다 보면 같은 블록을 빙빙 돌며 헤매고 있을 때가 많다. 아내가 보다 못해 네비를 치우고 내게 설명한다.


"남편, 여기까지는 당신 말대로 잘 왔는데, 옆 블록에서 몇 바퀴째 우돌고 있어요."

"아. 그래요?"

"에이. 아빠 우기다가 틀렸대요~~~."


아이들은 몇 바퀴째 도는 차 안에서 지치고 힘들었던 것도 잊고 아빠도 실수를 한다는 것에 통쾌한 "깔깔깔"을 내뿜는다. '남편 제발 그러지 마요.'라는 표정으로 아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핸들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우이쒸!' '왜 그런 거야?' 라며 분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아내와 아이들이 고스란히 보고 있었다.



  식당에 가면 우리는 기본 5인이라서 다닥다닥 붙어서 먹을 때가 있다. 그러면 종종 컵, 숟가락, 포크, 젓가락 등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걸 못 봐주는 내가 수시로 혼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물컵 쏟는다. 조심해라." "그렇게 하니까 젓가락을 떨어뜨리지!" 수시로 주의를 주면서 식사를 이어갈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러다가 "쨍그랑" 물컵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그렇게 수시로 주의를 주면서 말했던 아빠가 팔꿈치로 쳐서 자기 컵을 떨어뜨린 것이다. 아이들이 "큭큭큭" 웃기 시작했다. '아빠가 그렇게 뭐라고 하시더니 아빠가 떨어뜨리고 엎질렀네. 아이고!!!!' 아이들은 통쾌해하며 웃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내고 주의를 주더니 결국 아빠만 떨어뜨리고 엎질렀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면서 외길을 다닐 때가 있다. 앞에서 차가 오면 안전을 위해서 한쪽 길로 바짝 붙어서 걷도록 소리를 지르면서 걷는다. "앞에 차 온다. 모두 오른쪽으로 붙어라!!" "얼른" 소몰이를 하듯이 얼른 한쪽으로 붙어서 걸으라고 호통을 친다. 이윽고 다가오던 차가 바로 앞에서 좌회전하며 들어간다. 우리와 마주치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은 '갸우뚱'하면서 "큭큭큭"한다. -- 그렇게 유난스럽게 단속하면서 주의를 주면서 하시더니 정작 차가 올까 봐 한쪽으로 붙으라고 소리를 치셨네. 차는 오지도 않고 코 앞의 골목으로 우회전했는데--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함께 걷는 동안 3~4번도 있을 때가 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아빠가 왜 저리 틀리면서 자꾸 단속을 하실까 의문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틀릴 때마다 "큭큭큭"을 늘 했다.

  


  아이에게 플라스틱 통들을 붙여서 재미있는 것 만들어준다고 했다. 플라스틱통을 이어 붙이기 위해 ' 5초 본드'를  꺼냈다. 겉뚜껑을 여는 순간, 뚜껑이 통열리면서 바지와 허벅지에 본드가 조리 흘러내렸다. 얼른 다리를 닦느라고 바지는 닦지 못했다. 그 바람에 강력본드가 흘러내린 모양대로 열이 나며  순식간에 바지가 녹아내렸다.  얼른 일어섰는데 다리에 흘러내린 본드 때문에 바지가 일부 붙어있었다. 일어서면서 당겨지니까 더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이었다. 찢어진 모양이 흡사 헐크바지 같았다. 그 모습에 아이들이 사정없이 "깔깔깔"웃었다.


"아빠!! 바지!! 보래요~~."


내가 당한 상황이 너무 어이없어서 한참 멍하니 있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손도 씻고 다리에 묻은 본드도 완전히 닦았다. 갈기갈기 찢어진 바지도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었다.


"왜 웃냐?"

"남편. 아이가 웃을 수도 있지요~~"

"그냥... 요. 요."

첫째 아이가 대답다.


"아빠가 실수하거나 그러면 나요. "

뒤이어 둘째가 대답다.


"왜 신나는데?"

"아빠라서요."

둘째가 또 대답해 줬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이들과 뭔가를 설명해 주면서 아무 생각 없이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설명했다.

"어. 어.  엄마!! 아빠가 욕해요."

"뭐?"

"아빠가 가운데 손가락 올리고 욕해요."

"설마. 아빠가?"

"아니에요. 여보. 설명 중에 이 손가락이 먼저 필요해서요. 들이 그것만 느끼네요...... 참. 내"

"와하핳하하"

아이들은 엄마에게 절절매며 해명하고 있는 내 모습에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그런 아빠의 모습이 웃기다는 것이다.  



매번 아내와 아이들이 내가 실수하면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분 좋은 분위기여서 아이들도 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말해줬다.


아내가 말하길

"맨날 잘난척하고 지적하고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사람이 실수를 하면 '거봐라. 당신도 실수하면서'라는 마음에 통쾌해요. 아주 잠깐요."


아이들이 말하길

"거대한 아빠가 뭔가 실수를 하면 '아빠도 실수하면서 우리한테만 맨날 뭐라 하셔!! 실수하시면서!!'라는 생각이라고 한다.

"아빠 실수하면 그냥 웃겨."



"본인도 실수하면서 왜 맨날 우리를 지적하고 혼내지? 쌤통이다. 아빠."

라는 느낌으로 통쾌하게 웃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사실 내가 만들어낸 부산물 같은 것이다. 부작용이라기보다는 내 행동과 말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맨날 지적하고 혼낸 탓이다. 아이들 생각에서 웃기니까 웃은 것이다.  요즘에는 그럴 때마다 내가 살짝 멎적어하면서 아이들이 "까르르"웃더라도 놔둔다. 그래서, 아이들이 맘껏 웃을 때도 많다. 이제 조금 바뀐 셈이다.



처음에는 내가 실수하거나 다쳤을 때 나 빼고 웃으며 통쾌해하는 것이 상당히 불쾌하고 화가 났었다. 그런데, 자주 상황이 반복되고 이유를 알고 나니까 씁했다. 이제는 그런 이유로 통쾌하지 않도록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매번 내가 잘하는 것처럼 내가 다 아는 것처럼 혼내고 지적하기를 멈춰야 하는 것이다.  



매번 고쳐보려고 하다 보니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가족에게 가정이 포근한 이불 같아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가시방석을 만들어준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맘껏 웃게 해주고 싶다."



그런 분위기가 되도록 애쓰고 있다. 이제는 아빠의 실수에 '통쾌'하기보다는  '그냥 까르르 웃고 즐기기'가 자유롭도록 해주고 싶다. 아빠와 남편이라는 자리가 행복한 남자.



출처: Unsplash의 Nathan Duml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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