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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프로젝트 #8

감자의 감사거리

감자-> 여전히 '감사하는 남자'라는 뜻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보게 되는 작은 것들을 통해 감사를 느낍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다니는 것보다 둘러보고 다니면서 보는 것에서 감사를 찾아내는 과정들이 상상이상으로 행복합니다. 오늘처럼 내일도 살아낼 힘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쉽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발에 밟히듯이 쉽게 보이더라도 마음을 열고 봐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것은 아닙니다. 늘 두리번거리며 걷고 사진 찍고 잠시 서 있거나 혼자 웃거나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저를 유심히 쳐다보기도 합니다. 사생활 침해 할 정도로 그런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하루들을 모아서 보고 드립니다.


## 길거리에서 느낀 감사를  휴대폰과 펜으로 그렸습니다. 아주 프로다운 아트보다도 그 순간 느낌을 잘 메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1 태극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태극기가 많이 게양되어 있고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문득 태극기를 보면서 이 나라를 위해 정말 애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귀한 목숨을 바친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천공항 일할 때 느낀 것도 생각납니다. 출발할 자기 나라에서는 당당하게 비행기 타고 출발했는데 도착국에서는 그 나라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여권이 무용지물이 되는 승객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입국불허'가 되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보면서 나라의 소중함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켜 주신 나라를 소중히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잘 전달하겠습니다.




2. 팔토시

팔토시라는 아이템은 귀한 물건은 아니다. 대중교통의 에어컨 바람을 피하기 위해 재킷을 입거나 긴팔을 입으면 대중교통시간 외에는 더워서 하루를 보내기가 힘들다. 짐이 되기도 한다. 아침에 고민하며 머뭇거리는 동안 그 고민을 날려줄 팔토시가 눈에 들어왔다. 착용했더니 대중교통 에어컨은 피하고 일상에서는 반팔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참 고민되는 순간에 별거 아니지만 "그게 있음"으로 고민이 순식간에 해결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는 '그저 감사'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별거 아니더라도 정말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이 눈앞에 딱 있다는 자체로 감사.





#3. 걷는다 것.

걷는 동안에 하늘을 보고 내리쬐는 햇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길거리 쪼그만 벌레의 힘겨운 발걸음을 보기도 합니다. 터덜터덜 맘 편히 온 동네를 구석구석 걸어 다닐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잠시 멈춰서 사진 찍느라 고개를 숙였습니다. 찍고 나서 저의 두 발을 보게 되었습니다. 근래에 다리가 불편한 분들이나 다리에 깁스한 분들과 스쳤던 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얼른 그분들이 회복되기를 마음으로 소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걸을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 다리로 걸으며 보고 듣고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며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4 일방통행

길을 걷다가 일방통행 도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노면에 방향을 알리기 위한 '일방통행'글자가 나를 향해 있었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또 생각나는 것은 일방적으로 내가 행동하고 말했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느꼈을 마음의 아픔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도로 바닥의 일방통행 글자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요즘 노력을 하는 중이라서 그런가요?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일방적인 말과 행동을 줄이자는 생각까지는 했습니다. 이것도 감사입니다.


일방통행 도로를 만나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행동한 것들이 가족에게 상처가 되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잘하겠습니다.




#5. 타이어 화분

닳아서 버려진 타이어가 새롭게 태어났다. 길거리 화분이라는 새 임무를 가지고 자리 잡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와우!!" 감탄했다. 저렇게 조금이라도 재활용하면 지구가 덜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버려질 물건, 버린 물건들이 재사용되거나 재사용되도록 재창조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파타고니아처럼 재조합하여 또 다른 옷들로 판매하는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연에 대한 경각심도 떠올리고 나도 지구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어서 감사했습니다.


재사용된 타이어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업사이클링(기존의 폐기물을 창의적으로 횔용하여 제품을 만들거나 소재로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가지게 해 줘서 감사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지 않고 주변을 보면서 걷다 보면 참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서 매 순간 감사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오감을 통해 느낀 것을 비루한 솜씨로 그 순간의 감정을 남길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음에 더 큰 감사를 느낍니다. 감사거리를 찾다 보니 더 크고 더 많은 감사가 이어집니다. 이런 맛에 굴곡진 시간들도 견디고 더 나은 남편과 아빠로 바뀔 힘도 내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보고 드립니다. 길을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동시에 내 마음도 점검해 보겠습니다.

읽어주시고 함께해 주심에 미리 감사합니다.



감자의 탐정프로젝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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