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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아이폰을 내어준 아빠

현업복귀

우리는 결혼하자마자 아이폰4를 예약했다. 거의 한 달을 기다려서 받았고 신혼과 함께 스마트폰 생활도 시작되었다. 애지중지하며 사용하다가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꾸면서 고이 모셔두었었다. 그 휴대폰이 무려 12년이 지나 다시 현업복귀했다. 어쩌다가?


우리는 온 가족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있고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어야 휴대폰을 개통하고 사용한다. 두 아이는 사용 중이고 한 아이는 아직 없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그림 그리고 영상도 올리는 것들을 보고 아내를 설득해서 펜이 있는 휴대폰으로 바꿔주었다. 처음에는 엄청 좋아하고 한동안 즐기더니 언제부터인가 크기가 커서 그립감이 안 좋다는 불평만 늘어놓는다.  둘째 아이는 아이폰이 자기에게 맞는 사이즈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 말을 들어보니 초, 중등 여학생들은 '이쁜 셀카'와 '감성'을 내세우면서 주로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했다. 출퇴근길 또는 동네 버스정류장의 여학생들 거의 아이폰이었다. 부모님 폰을 물려받은 구형 아이폰도 있고 최신 버전 폰도 있었다. 요즘 '휴대폰 계급도' 얘기가 사실일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아이폰을 가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기 시작했다. 부모여력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친구처럼 "나도 하고 싶어"가 기본심리이다. 원하는 것을 전부 해줄 만큼 여력이 없기에 "돈이 없다."보다는 나의 단골멘트 "나중에 해줄게. 아빠가 나중에 꼭 약속 지키는 거 알지?"라고 달랬 했다.



"애들 아이폰끼리는 번호가 없어도  메시지능하대요."

"부모가 개통 안 시켜주고 부모와 메시지로만 하는 거야. 너는 개통폰이라서 카톡이나 통화로 친구들과 훨씬 편하게 이용하잖니."


훨씬 나은 조건으로 휴대폰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해 줬지만 승자는 없다. 아이는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고 나는 퍼줄 게 없는 빈 밥통 같았기 때문에 씁쓸했다.  부모가 "아직 안돼"를 말하면 그러는지 아이들은 이제 안다. " 지금은 엄마 아빠 돈이 없네."라고 느껴진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 아이가 또 아이폰 쓰는 친구들 얘기를 했다.

아이폰은 '사진이 예쁘게 찍힌다.' '그냥 쌩폰 자체로 이쁘다.'  '손에 쥐고 다니기 딱 맞는 사이즈다.'

혹시라도 아빠가 기분 좋은 날이면 둘째 아이는 내 옆에 붙어 앉아서 아이폰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그때마다 지금은 왜 안되는지 설명해 주고 또"나중에 하자'라고 말해줬다.  두 달 이상이나 둘째 아이는 아이폰 얘기를 틈틈이 우리에게 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더니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말한다.  엄마 허락받고 예전에 잠깐 써본 엄마 아빠 아이폰4를 다시 꺼내 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작고 참 예쁘다.'면서. 이미 게임은  끝났다. 그거라도 아이 손에 얼른 쥐어주는 게  최선이다. 급기야 아빠 마음에 필살의 일격을 날린다.

"아빠. 그 휴대폰이 작고 너무 예뻐요. 카톡이나 어플 포기할 테니 사용하게 해 주세요. 네? 네?"

" 그... 래?......... 어..... 그래라."

"아빠. 고마워요. 정말 사랑해요."



아이는 "사랑해요 요요용요"라고 나름의 애교를 부리면서 감사하다고 했다. 아내 말로는 아이가 자기 마을 알아주 허락해 준 것에 대해 정말 기뻐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설명하며 이해시키다가 화를 내며 단호하게  "니라고 했다! 다시 말하지 마라!!"라고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거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거절감을 또 느끼지 않기 위해 아예 애초부터 제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에 충격을 받아서 나는 말과 행동을 고치고 있다.



둘째 아이의 간절한 요청 덕분에 신혼 초에 사용하던 퇴역장군 아이폰4가 무려 12년 만에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둘째 아이는 그 조그만 폰을 손에 쥐고 내일 학교 갈 생각에 잠 못 이룰 것 꿈에 나올 것 같다는 얘기를 수차례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 설렘과는 별개로 5분 만에 잠들었다.  



이번 일로 나는 마음이 세 갈래 지며 아팠다.

신혼의 추억이라고 폰 2개를 고이 간직해 두었는데 아이가 사용하다가 떨어뜨려 부서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첫 번째 마음.



얼마나 친구들처럼 아이폰이 사용하고 싶었으면 지금  사준다는 것을 알고 불편함을 모두 감수하면서까지 구형 아이폰4라도 사용하겠다고 하는 아이의 마음이 짠하게 와닿은 것이 두 번째 마음.



아이가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기 시작해서 결국 할 때까지 끈질기게 말하는 것이 내 모습과 비슷해서 놀랐다. 아내가 끈질기게 말하는 내 모습 때문에 때로는 힘들다고 했었다. 별로 좋지 않은 행동 같아서 고치려고 하는 중인데 아이가 그런 행동하는 모습 속상한 것이 세 번째 마음.

이렇게 세 갈래의 마음이 동시에 들면서 마음속에서는 눈물비가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사실 두 번째 마음이 가장 프다. 다른 아이들처럼 하고 싶긴 한데 부모님이 해주지는 않아서(못해주니까) 음이 속상했을 것이다.  결국 자기의 편의를 포기까지 하면서 하는 것이다. 정말 마음이 아다.

 


이 상황을 겪으면서 역시 아이들은 부모를 향한 거울이 맞다 인정하게 된다.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기 시작해서 될 때까지 계속 말하는 아이 보면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가 늘  "남편, 계속 말할 거예요? 할 때까지 말할 거지요? 아직 여건이 안 돼요. 연말까지는 기다려요."등등으로 나를 저지하던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다.  울 보는 느낌이며 현실을 직시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왜 그랬을까? 이제 그러지 말자.'

'맨날 저지하는 아내는 얼마나 진절머리 쳤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런 행동에 대해 깊은 반성도 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게 되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동기부여도 되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인정합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폰4는 세대를 초월해 12년 만 현업복귀다.

아이의 모습을 통해 본 내 행동은 숙제가 되었다.  고쳐야 할 목록 리스트에 넣었다.  아이폰4가 소중하지만 아이 마음 알아주는 아빠 되기가 더 소중하다. 아이폰4


출처: Unsplash의 James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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