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보고 만나는 것들과 여전히 초고밀도 교감하며 하루하루 보냅니다. 거기서 얻는 즐거움과 깨알재미로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그날의 피로를 날려주는 박카스처럼 "피식"웃게 해 주는 쏠쏠한 재미거리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가끔은 전혀 색다른 길로 걷기도 합니다. 두리번거리며 다니고 휴대폰 들어서 찍기 때문에 오해도 삽니다. 파파라치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민원신고를 할 요량으로 사진 찍는 나쁜 시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느낀 재미도 있고, 누군가가 자신만의 유머를 살려서 해 놓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나누고 있음을 밝힙니다.
골목을 돌면서 만난 오토바이 바스켓 속 헬멧입니다. 그 모습이 꼭 닭장 안의 하얀 닭 같았습니다. 얼굴은 심히 짜증을 내는 것 같았고요. 갇혀서 나오지는 못하고, '나 여기 있다.'라고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잠시 상상해 봤습니다.
나 여기 있다.
본 사람은
꺼내줘!!!
어?
근데.
어쩔 수가 없어.
버럭!
나가게 해 줘!!
짜증 나!!
안돼.
넌 주인이 있잖아.
주인이 해줄 건대 뭘..
아냐!
지금!
나가고 싶어서 그러지!!
기다려.
주인이 나오면
널 찾을 거야.
어떻게 뭐든지 내 맘대로만 하니.
짜증 그만 부리고..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자.
얼굴 펴고!!
By Dd
#2 난쟁이 셋
골목을 걷다가 빌라 입구에 세워놓은 변색된 난쟁이 인형 셋을 보았습니다. 무릎 아래까지 크기이고 나무들 아래에 있어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어쩌다 보게 되었고요. 난쟁이 인형의 빛바랜 색깔, 눈빛, 모습들이 재밌어서 상상해 봤습니다.
어이쿠.
거기서 얼마나 있었어?
옷은 또 왜 그래?
난쟁이 부하들은 지쳤네.
넋이 나간 눈빛이야.
너무 지쳐 보여.
좀 쉬면서 일해.
옷도 좀 갈아입고.
그 모습으로 그 자리에
한 20년 서 있던 것 같아.
부하들 좀 챙기고.
쓰러지겠어.
또 봐~~
By Dd
#3 소화전
빨갛게 칠해놓은 소화전과 그 위치를 표시한 경계석과 방수구를 표시하는 부착물들 덕분에 소화전은 항상 잘 찾을 수 있습니다. 급한 화재에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고요. 방수구캡과 더불어 방수구를 표시하는 부착물이 제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상상하는 동안 잠시 그 앞에 서 있었는데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소화전과 나만 대화하는 것 같아서 참 재밌었습니다.
어디에 있던지
널 알아볼 수 있어.
맨날 빨강 옷 입고
서 있으니까.
이 세상에서 너는 엄청 중요해.
역할이 상당하니까.
그냥 서 있는 거 힘들까 봐
헤드셋도 쓰게 해주나 봐.
항상 대기하고 있느라 심심했는데
잘 되었네.
건너편 간판도 네가 부러운가 봐.
보는 눈 봐. ㅋㅋㅋ
네가 이상 없어야 우리가 평온한 거야.
그러니까
오늘도 무탈하길..
By Dd
#4 옥수수
우연히 산책하다가 산 옥수수는 오랜만에 경탄하게 만들었다. 아주 샛노랑 옥수수였습니다. 살 때는 노르스름했는데 푹 삶 고나니 샛노랗게 변했습니다. 온 가족이 "와우"를 연발하며 샛노랑 옥수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먹으면서 상상도 더해 봤습니다.
노르스름한 평범한 옥수수
삶았더니
샛노랑 샛노랑이 되었다.
알알이 박혀 있는 알갱이들
내 눈을 자극한다.
샛노랑.
식감
내 입술을 스치고 입 안으로 들어간
샛노랑.
팅글팅글 혀 위에서 알알이 맴돌다가
톡 톡 터지며 입 안을 다시 자극한다.
못 잊을 그 느낌.
맛
씹을수록 찝찔하면서도 달짝지근.
아무 생각도 못하겠다.
오직 샛노랑.
눈 감고
엄지 척!!
널 그리며
또 먹고파.
By Dd
#5 대가족
뜨거운 여름 점심시간에 동네를 걷다가 만난 인형 대가족입니다. 에어컨 실외기에 가족 모두를 모아서 배치한 주인집 센스에 웃음 짓다 보니 땀이 줄줄 흐르는 것도 잊고 잠시 서 있었습니다. 저의 바람은 저 인형들이 비바람에 날아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ㅋㅋ" 웃는 날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제 상상을 더해 보았습니다.
깨알도 이런 깨알이 없습니다. 아!! 아기자기
어른들은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스쿠터 함께 타고 웃는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자리 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어른들이 또 미소 짓는다.
많고 많은 가족인데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사랑하며 아끼며 노는 것을 지켜봐 주는 어른들
모두가 사랑 사랑하고 있고
사랑이 대물림되어 행복만이 이어진다.
비가 와도 웃겠고
눈이 와도 웃겠고
그렇게 서로서로 사랑하며 지내겠네.
이 골목이 이 가족들 때문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Dd
여기까지입니다. 여전히 도로옆 보도블록을 걷다가, 골목길을 걷다가, 천변을 걷다가 만나는 모든 사물들이 깨알재미를 줍니다. 그 재미를 함께 느끼고 싶어서 메모하고요. 저보다 더한 상상력과 사진 실력과 글솜씨들이 있으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저의 소박한 상상력을 함께 나누는 정도로만 봐주세요. 또 걸으면서 찾고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