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이들과 '정말' 싸우는 아빠.

제발..

아이들과 잘 놀다가 나는 갑자기 화를 낸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정지된다. "all stop"


"놀던 중이었는데 아빠가 그러면 어떡해요?"

"애가 무안해하는 표정 안 보여요?"

아내는 '제발'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는 순간순간 진짜로 싸운다. 말이 안 되는 거다.



상황 1

우리는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많이 한다. 가정의 화목과 아이들 정서에 좋다고 한다. 온라인게임이나 유튜브보다 함께 어울리는 것을 추구한다. 게임을 시작하며 분위기를 불타오르게 하기 위해 나는 타이틀까지 건다.


"이긴 사람이 진 사람들 팔목 때리기 10대씩"


게임은 기름 부은 듯 승부욕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미니 의자 쌓기 게임은 우리 집 인기게임이다. 단순한데 짜릿한 긴장감이 우리를 휘감는 맛이 있다. 알록달록하고 손가락만 한 미니 의자가 앙증맞아서 더 재밌다. 긴장하며 경쟁하듯 쌓다 보면 어느새 흔들거리고 곧 밸런스가 무너질 타이밍이 온다.


"얍삽하게 옆에 끼우면 안 된다."

"1층에 쌓으면 안 된다."


모두들 난리가 났다. 불타는 승부욕과 반대로 페어플레이를 강조한다. 의자를 올려야 하는 아이의 손이 바르르 떨린다. 


"빨리해!! 빨리해!!!"


모두들 일부러 재촉한다. 혼란스럽게 분위기를 만든다. 재촉하던  막내 아이가 실수로 테이블을 '툭'친다.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의자들이 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 꼴찌.  팔목 맞아!!"

"나 아니야. 나 책상 안 건드렸어. 아니야." 울먹이며 막내는 도망간다. 

"잡아와!!  때리고 끝내자." 나는 꼭 때리고 마무리하자며 결과에 승복하라고 강요한다.  기어이 잡아오게 해서 아이들이 때리고 내가 때리고 끝낸다.



내가 맞을 때 너무 세게 맞으면 때린 아이에게 화를 불같이 낸다.

"야!(버럭), 장난인데 왜 세게 때리냐! 나 안 해!!"

"여보. 애가 실수로 그런 건데~"

"안 해!(버럭) 너무 하잖아." 나와 일방적인 실랑이에 휘말린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아내는 황당해하고 때린 아이는 '또 호랑이를 건드렸네'라는 표정으로  모든 걸 체념한 듯 주저앉는다. 분위기는 싸~해진다. 화목을 위한 게임이 아빠의 '화냄'으로 끝나버린다. 



상황 2

아이가 한 대 툭 쳤는데 나는 장난기가 발동한다. 아픈 척하며 살짝 맞아주고 맞받아친다.  아이는 맞아주는 것도 재밌고 때려도 웬만해선 안 아파 보이는 아빠 몸을 믿으며 계속 때린다. 아이가 신이 나서 손에 이어서 이제 발로 차기 시작한다. 맞아주며 계속 아픈 척해준다. 아이는 점점 더 세게 찬다. 아이의 기분은 세상 가진 느낌이다. 아빠를 걷어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찬 발이 그만!! 내 소중이를 찼다. 옷도 얇게 입었던 터라 제대로 세게 맞았다. 순간 "윽"소리와 함께 진짜 아픈데 만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내와 딸아이가 정지화면처럼  나를 보고 있다. 표정관리도 안 된다. 민망한 아픔을 억누르다가 빛의 속도로 아이 머리를 '딱'하고 쳤다.


"야!(버럭), 아무 데나 차면 어떡하냐!!(버럭)"

"여보. 아이가 놀다가 실수로 거기를 찼는데 그렇다고 머리를 때려요."


정신을 차리니 나의 소중이는 여전히 아프고 찌릿찌릿하다. 아이는 실수였는데 아빠가 진짜로 버럭 하는 호통과 함께 머리를 한 대 때렸기에 멍하니 서 있다. 

"어... 내가 뭘 한 거지?" 나는 상황이 이제야 인식되며 또 후회한다. 


"미안하다. 아빠가 아파서~ 순간 그랬네. 미안."

"애가 놀랬어요. 남편.  그래요......."

"미안해요."

"미안"


웃으며 장난치고 놀다가 결국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또 마무리되었다. 아내는 '또 이런다.'는 느낌이고, 아이는 '또 잘못 건드렸다.'의 표정이다.



상황 3

아이가 업어달라고 장남 삼아 떼를 쓴다. 나는 업어줬다가 안 업어줬다가 하면서 아이와 놀기 시작했다. 아이가 업어달라고 매달리면 뿌리치고 또 매달리면 뿌리치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제대로 업히겠다고 뛰어오며 달려든다. 의욕이 충만한 탓에 두 손이 어깨를 넘어 얼굴 앞까지 온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손을 모으는 과정에서 나의 두 뺨을 '찰싹' 때리게 되었다.  아이는 업히기를 실패하고 떨어지면서 이상한 소리에  순간 멈칫한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


"괜찮니? 아빠는 괜찮아. 다행이야. 놀랬지?"




이렇게  말하는 아빠였을까?




"아! 아파!! 왜 뺨을 때리냐? 안 해! 저리 가라.!"



라며 화를 내고 몸놀이를 바로 중지한다. 그리고 계속 화를 내며 서 있다. 

보고 있던 아내는 이 황당한 상황에 말도 못 하고 서서 보고 있다. 아이는  또 '얼음'이 된다.  사람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걷기를 다시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과 잘 놀다가 매번 순간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고 싸운다. 게임을 일방적으로 그만한다. 



"여보. 제발!! 아이들과 싸우지 마요. 제발요."



아내는 내게 신신당부한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매번 실수할 수 있고 매번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른이 많이 이해하고 허용해줘야 한다고 수시로 말해준다. 그런데, 나는 상황에 따라  '어른 아빠'를 망각하고 아이와 똑같은 마음과 표현으로 아이와 싸우거나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이다.  보는 내내 아내는 항상 속상하다고 했다. "어떻게 어른이 그럴 수가 있어요? 어른인데...." 많이 듣는 말이다. 



나만 몰랐다. 아니 아내가 수도 없이 말해주는대도 듣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아내의 충고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고치는 노력을 바짝 하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과 싸우지 않겠다'

'아이들의 실수를 이해해 주자.'


아이들을 더 이해하고 정말 잘 사랑해주고 싶다. 나를 통해 편안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진심이다. 



사진출처:  Unsplash의 Vladislav Bychkov


매거진의 이전글 자꾸 고르지 않는 아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