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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 수 없어요?.. 아빠

글쓰기.

나는 하루의 5시간을 출퇴근 지하철에 사용한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졸리기 직전까지 휴대폰에 메모를 한다. 메모를 하다 보면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자다가 옆사람에게 부딪치면서 놀래서 깬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퇴근 후에 틈틈이 메모한 것을 수차례 수정을 거듭하다가 진땀을 흘린 끝에 마무리해서 발행한다. 마치 찰흙을 몇 시간 만지고 만지다가 제출시간에 간신히 제출했지만 1등과는 너무 실력차가 나는 등수 외 작품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내와 잠깐 대화중이었는데 딸이 갑자기 내게 물어봤다. "아빠! 아빠는 글쓰기로 돈 벌 수 없어요? " 같이 듣고 있던 아내는 내 대답이 나오기까지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혹여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 질문에 나의 대답은 "응~ 아빠는 그런 수준이 아니야. 그냥 저번에 본 ‘감사노트 매일 쓰는 수준이야. 아무나 그렇게 되지 않아. “였다.



아이에게 대답을 해주면서 전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다. 내 나름대로는 잘 대답해 준 것이다. 그제야 아내도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보통 어른으로써 명쾌한 대답을 해주지 못할 질문에 대해 “ 쓸데없는 걸 묻는다.”며 혼낼 때가 많다. 내가 버럭 화내면서 대답하거나 대응했던 상황들이 아내 말에 의하면 대부분이 “혼낼 일이 아니다.”였다.



내가 요즘 나의 생활에 대해 변화를 이어가기 위해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반성문과 선언문을 공개적으로 작성하다보니 집에서 종종 노트북이나 패드를 붙잡고 글을 수정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되니까 ‘아빠가 글 쓰는 작가가 되려고 하나보다.’라는 아이 생각이 발전해서 ‘아빠도 글 써서 돈 더 버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돈이 매우 풍족했다면 ‘아빠가 취미생활을 또 만드셨네.’라고 했을 텐데.



아이들은 내가 무엇인가를 하면 그걸로 유명해지거나 대단한 일을 하게 되는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착각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그런 생각들을 몇가지만 예로 들어본다.

1. 아빠만 맨날 비행기 타!!!

인천공항 특수일을 할 때는 아이들이 내가 매일 비행기 타고 다니는 줄로 착각했었다.

https://brunch.co.kr/@david2morrow/95


2. 아빠 요리사 해도 돼!!

가끔 휴일이나 야식 시간에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가지고 예상 못한 음식을 만들어주고는 한다. 그럴 때면 '아빠는 요리사해도 되겠다.'라고 엄지 척한다. 그러면 나는 "아니야. 너네가 먹을만한 음식 만드는 사람정도"라고 말하며 웃어준다. 말한 김에 아이들에게 해준 ‘먹을만한 음식’ 만든 것을 적어본다.


1) 컵라면밥 - 컵라면을 부순 다음에 찬물을 부어둔다. 냉장고 음식 중 야채류를 볶은 후 밥을 넣고 더 볶다가 물 부어둔 라면과 수프를 넣고 충분히 볶아준다. 다 된 밥을 플레이트에 담고 케첩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문양(스마일, 왕관, 물결)을 그려서 준다.


2)) 식빵파우치 - 식빵 한 장을 토스트 한 다음, 토스트를 가로로 슬라이스 해서 파우치를 만든다. 냉장고에 있는 고기볶음, 열무김치, 양배추 등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1분 데운다. 파우치에 넣은 내용물이 적당히 익었다. 토스트 표면에 케첩으로 다양한 그림 그려서 마무리한다.


3) 짜파게티테이크아웃 - 면을 탱탱하게 삶은 다음에 짜장 수프를 넣고 국물 거의 없이 뻑뻑하게 비빈다. 다 비벼진 짜파게티를 커피 마시고 남은 플라스틱컵에 담아서 플라스틱 포크로 떠먹게 해 준다.


4) 블루 셔벗 - 칼라풀 파워에이드를 투명컵에 담는다. 배스킨라빈스 플라스틱 숟가락이 아이스크림 손잡이가 되도록 넣는다. 투명컵입구를 덮을 크기로 종이를 자른 뒤에 가운데 구멍을 내고 숟가락을 꽂아준다. 숟가락 손잡이 부분이 종이덮개 가운데로 빼꼼히 나오면서 가운데로 고정이 된다. 하루가 지나면 ‘대왕 파워에이드 하드’가 된다. 먹는 동안 아이들 입술은 파워에이드 색소로 물들고 대왕 크기에 먹는 동안 만족도는 최고가 된다.


아이들은 가끔 이런 요리가 아닌 ’ 음식‘을 먹으면서 ”와 “ ”아빠 대박! 아빠 우리 집 앞에서 이거 팔아요. 아빠 요리사해요. “ 라며 즐거워해준다. 요리사가 될 수 없고 그저 ‘지방 자취생 경력’에다가 ‘다른 나라 문화와 음식’에 관심 많은 아빠의 장난을 아이들이 극찬해 주는 것이다.



나는 그저 아마추어이다. 다만 아이들 시선에서 보면 뭐든지 잘해 보이니까 '아빠는 요리사, 작가, 축구선수, 농구선수, 화가, 연주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아직은 초등학생 아이들 시선에서는 "만능 hero"이자 '프로'인 것이다. 초등 저학년때까지는 아빠의 모든 것이 대단해 보이지만 이제 초등고학년이 되어가는 두 아이들은 슬슬 아빠의 한계를 눈치채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가끔 당부를 하고 있다. 점점 커 가면서 아빠의 놀이아이디어, 간식, 운동실력이 어느 순간 별거 아니라고 느껴졌더라도 “에이! 아빠 별거 아니셨네. 뭘 그리 대단한 척하셨을까?”라고 하지 말라달라는 부탁이다.



3. 아빠 작가하는 건가?

지금은 아이들이 아빠가 하는 일이 있는데 추가로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고 착각한다. 곧 책을 만드는 거 아닌가?라는 염려? 도 한다. 내가 2018년부터 지금(2023.8월 현재)까지 매일 사진 찍고 감사를 적은 나만의 밴드채널이 있는데, 1년 단위로 묶어서 매일 감사내용과 사진이 자동편집된 컬러풀 소책자로 5권 만들었다. 물론 자비로 만든 나만의 소책자이다. 그것을 “감사노트 컬러북 5년치”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줬었다. 그것 덕분에 용기내서 브런치스토리도 시작했고 집에서 자꾸 글을 편집하게 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아이들이 “이러다가 아빠가 보관용 책말고 진짜 파는책 만드는건가?“착각중이다.


그렇게 내가 뭐만 시작하면 아이들 시선에서는 'Hero'이자 '프로'이다. 그리고, 여차하면 돈도 더 벌 수 있는 '능력자'로 착각해 준다. 그런 인정과 질문을 아이들로부터 받게 될 때면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아직은 아빠의 가능성에 대해서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도 아이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아이들에게 인정과 칭찬을 ’늘‘해주는 아빠가 되어야한다고 느낀다.



‘아! 이번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라고 다짐해 본다. 아이들이 매번 어설픈 프로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착각을 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반성문과 선언문을 적고 모두가 알도록 행동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 공개되는 글이 더 진솔하고 담백한 문장이어야겠다. 아직은 아이들이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글들을 읽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아내 조언에 ‘아직은 읽지 말아 달라 ’고 아이들에게 부탁도 했다. 혹여 아이들이 읽게 되더라도 아빠의 노력과 다짐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글이 되도록 해 볼 생각이다. 그런 글들이 모두가 읽기 좋은 글이 될 것이다.




나는

재밌는 간식을 만들 수 있지만 또 생각나서 찾고 싶은 요리를 만들 정도는 아니다.

그런 것처럼

메모를 모아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읽다 보면 공감과 감동이 깊은 여운이 되어 남는 글은 아니다.

그러나,

진실을 솔직하게 말해주듯이 적은 글들을 통해 나처럼 작은 실수들 때문에 더 큰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더하여서:

"아빠는 글쓰기로 돈 벌 수 있는 사람 아니야 “ - ”아빠가 실력이 없어!”라고 말 못 했다. <솔직한 내 마음>


출처: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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