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에는 연탄불 고깃집이나 꽃을 파는 화원 또는 재개발예정지등에서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놓아줘 여하는 것도 있고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도 있는데 언젠가는 놓아야 할 것들이 계속 생기니까 잃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느낌도 듭니다.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가? -안도현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라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예전에 주간지 어느 부분에서 읽고 충격받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인간관계를 했던 적이 있는가? 돌아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그런 느낌과 추억을 소환해서 적어봅니다.
# 연탄은..
자기를 활활 불태워서 할 일을 하고 쉬는 중이었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역할을 충실히 했으니 충분히 '엄지 척'받을만합니다.
연탄에 얽힌 저의 추억은
1. 주택공사아파트
아궁이가 밖에 있고, 부엌에도 있었습니다. 겨울이면 연탄불이 꺼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갈아줘야 했고요. 겨울이 오기 전에 필요한 연탄들을 사서 배달받아야 했고요. 연탄불이 꺼지면 늘 '번개탄'이 불씨가 되어 다시 불을 연결해야 했었습니다. 그런 작업을 밤낮 엄마가 했었고요. 어린 맘에 겨울만 되면 그 작업을 하느라 꼭 밤에 깨는 것을 보면서 얼른 연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빌고 그랬습니다.
2. 신발과 아궁이
뜨끈뜨끈하게 불이 타고 있는 아궁이 주변으로 빨아놓은 신발을 빙 둘러놓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깨끗한 운동화를 신는다는 기대에 잠을 잤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신으려고 봤더니 신발이 저절로 엎어지는 바람에 밑창이 탔던 적이 있습니다. 신발 잘못인데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학교 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3. 핵폭탄 재료.
눈이 많이 오면 연탄은 훌륭한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관리사무소와 동사무소에서는 연탄재를 뿌려서 빙판길을 처리합니다. 우리는 연탄을 던져서 쪼갠다음 눈덩이에 넣어서 던집니다. 그냥 눈덩이보다 몇 배나 강력한 눈덩이를 던지는 손맛이 최고였습니다. 그러다가 제대로 얼굴 맞은 친구는 눈두덩이가 시퍼레지곤 했고요.
4. 뿌셔뿌셔
동네 곳곳에 다 태운 연탄이 쌓여있다면 우리들은 무조건 돌진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발로 차기 시작합니다. 하나둘씩 부서지면서 마치 '배달의 기수'에서 포탄이 터지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신나서 끝도 없이 발로 차고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늘 어른들에게 붙잡혀서 매번 혼나길반복했었습니다.
5. 번개탄
연탄불이 꺼질 때면 늘 구원투수처럼 등판하는 것이 번개탄입니다. 때로는 솟구치는 불꽃과 연기에 '콜콜'기침하는 엄마의 맘은 알지 못했습니다. 불을 지펴서 '슈우욱'하며 슈퍼불꽃을 내며 연탄과 연탄을 이어 줄 화력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연탄가스가 있고 위험하다고 말해도 곁에서 보느라 정신없었습니다. 그 번개탄의 화력은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6. 월계동 연탄공장
성북역에 이어 월계역이 추가로 만들어졌었습니다. 종점이기에 지하철이 드문드문 오느라 한참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플랫폼옆 창문너머로 연탄가루가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늘 봤습니다. 어린 나이에 시커먼 산으로 보였고 매번 '뭐냐고? 왜 저러냐고?'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지하철역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하니까 어린 마음에 그 사실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7. 연탄난로
학교 다닐 때 겨울이 다가오면 연탄난로를 교실에 설치해 줍니다. 그러면 우리의 낭만이 시작됩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될 때까지 난로담당은 '최고 권력자'였습니다. 수업시간에 허락 없이 일어나도 되고요. 연탄도 갈아야 하고, 난로 위에 올려놓은 양은도시락들이 골고루 데워지도록 위아래 바꿔줘야 하니까요. 그 일을 즐겨하는 담당자와 부러워하는 우리들이 어우러져사는 겨울은 늘 왁자지껄했습니다.
점심시간 전에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친구는 난로담당에게 말해서 빨리 도시락을 달구려고 정신없었습니다. 지금은 별미로 먹는 노랑 양은 도시락이 있다는 것도 다행입니다. 점심때마다 문방구 쫀듸기를 구워서 먹기 바빴습니다. 가끔 난로연통에 데어서 양호실도 가고요. 여선생님이 추워서 난로 근처에서만 수업하시는 날이면 다들 야속해하기도 했고요. 연탄난로가 기름난로로 바뀌는 날은 나라 잃는 설움정도로 다들 슬퍼했습니다.
8. 연탄구멍
구멍구멍에 쫀듸기를 넣어서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유행하던 중국 소림사 무술영화를 보고 따라 한다고 구멍에 손가락을 잽싸게 넣고 뺀다고 장난치던 기억도 납니다.
그런 기억들을 남겨준 연탄이 정겹습니다. 이제 사라져 가는 것에 아쉬움이 큽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연탄불로 고기 구워 먹는 가게를 보다가 추억을 소환했습니다.
과거의 추억을 다시 되새기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살아가는 이 시간 속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다양한 생각들이 미래에 또 다른 추억이 될 거 같습니다.
오늘을 살면서 좋은 추억과 기억을 만들도록 매일 잘 살아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열어서 먹을때 수정하지 못하는 김치의 맛처럼 수정하지 못하는 것들이니까요. 모든 분들에게도 그런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연탄불 고깃집의 쌓인 연탄을 보고 추억소환했으니 고깃집 사장님 늘 번창하세요. 감사합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