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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아빠

노력

아이들에게 은근히 자랑스러운 듯 말한 날 충격을 받았다.

아빠! 노력 중인 거 알지? 그런데 말야라면서 물어봤다가..




그런데, 아빠가 어느 정도 노력하는 것 같니?



50%요.

그렇다. 지금 아빠가 하는 노력이 아이들에게 느껴지는 것은 '50%'이다. 초라한 성적표이다.그렇지만 아빠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낀다는 자체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나 스스로를 토탁거렸다.



언제부터인가 아이가 잘못한 일이 생겼을 때  늘 엄하게 혼내는 게 문제였다. 그 일을 너무 어릴 때부터 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막내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다니고, 둘째는 어린이집, 첫째는 유치원을 다닐 때가 가장 피크시기였다. 아이들은 발랄함의 정점이었지만 아빠는 엄하게 혼내는 것이 정점이었다. 세상을 잘 알지도 못하고 손가락 빠는 아이들을 혼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트라우마'라고 말하는 초등 고학년 딸아이의 말을 듣고는 '큰일 났다.'라고 맘먹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도 있다. 둘째와 대화하다가 '50%'라는 현재시점 성적표에 충격받고 글을 적게 되었다.


"아빠가 혹여 진리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면 어떨 거 같아?"

"아빠? 음... 밖에서는 잘할 것 같은데.. 음... 안에서는.."

"그렇겠지. 밖에서는 어찌어찌해 내겠지. 근데 아빠는 안에서 잘하고 싶은 거야."

"그래야. 아빠가 전하는 진리가 진실이 되고 너희도 위선자로 바라보지 않겠지. 겉과 속이 다르면 문제니까."

"그런데, 아빠가 어느 정도 노력하는 것 같니?" 라며 느낌을 묻고 싶었다.

"50%요"

"그렇구나. 아빠가 많이 노력해야겠네. 그래도 노력하는 게 느껴지긴 하나 보네. 다행!"


"응. 고맙다. 아빠가  더 노력할게."




아이와 대화한 내용을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애들을 마구 때리고 당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거짓말하며 외박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고치는 노력도 하고 있고요. 그러니... 이 정도면....."


"당신이 한 말과 행동에 우리가 좌지우지될 때마다  우린 많이 힘들었어요. 그것도 감정적으로요. 그래서 함부로 사는 막무가내 남편과 다를 뿐이지 많이 틀린 건 아니에요....."


그런 말에 나의 현주소가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직시했다.





아이와의 대화는 항상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는 자만심 가득한 자화자찬이 말도 안되는 것임을 알게 해줬습니다. 그저 두 눈 딱 감고 무진장 노력해야함을 또 느끼게 하는 헤프닝이었습니다.






함께 공감하고 댓글도 적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런 관심과 격려를 생명줄 삼고 노력을 이어가며 약속지키듯 어김없이 나누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사진: Unsplash의 Markus Spis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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