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은 역사적으로 꼭 알아야 할 진실을 수업처럼 알려주기보다는 미디어를 함께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초등고학년, 중1 자녀들과 있으면서 어쩌면 공부를 잘하는 자녀보다는 진실을 제대로 알고 소중한 것들을 아낄 줄 아는 성품을 지닌 자녀들이길 바라는 부모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고른 이번 영화는 시작부터 조마조마했습니다.
이 영화가 지닌 '의미'를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지루해하면서 보다가 중단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런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상한 그녀'에서 굉장한 연기력으로 재미를 만끽하게 해 준 나문희 배우와 '파수꾼'을 보면서 연기력을 인정했던 '이제훈'배우를 믿고 과감하게 함께 보기로 했던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역시 아이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할 서사가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관공서 공무원 일상, 더 공감하지 못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삶과 애환이 나오는데 저와 아내는 옛 생각도 나면서 향수와 공감에 젖어 보면서도 계속 불안했습니다. '아이들이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영화가 본격적으로 내용 전개가 되면서 "왜 저렇게 행동하지?" "너무 억지스러운 거 아닌가?" "저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면서 아이들은 불만 가득한 소리만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마음속으로 나문희배우가 또 한 번 신명하는 연기를 해주기를 바라면서 같이 보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사실 나문희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프고 숨기고 싶었던 역사의 단편을 솔직하게 말하도록 용기를 내고 영어를 배워서 증언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위안부 사죄 결의안"
점점 영화의 메시지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공감할리도 없는 내용이 계속 이어지면서 나문희 배우가 이제훈 배우에게 영어를 배우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위안부가 뭐예요?" "일본은 왜 그랬어요?" "언제 그런 거예요?" "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얼마나 아픈 거예요?" " 저분들은 왜 숨어서 지낼까요?" "지금은 거의 다 죽으신 거 아니에요?"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그 질문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는 영화를 잠시 멈췄습니다. 그리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 못했고요. 단지 영화가 지루하다면서 스펙터클한 영화로 바꿔보자는 말만 안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예상외였습니다. 아이들이 영화의 본질적인 메시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기특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열심히 설명해 줬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느낀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한마디 -
여자를 그렇게 괴롭히면 안 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지!!
그런 말을 들으면서 저도 나름대로 느끼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덩달아 느낀 한마디-
그래! 맞아!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 진실이야! 진실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해서 기특하다!
아이들과 이 영화를 보면서 역사의 아픈 과거를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어쩌면 나문희 배우와 이제훈 배우의 연기 덕분에 그것이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흥행대작은 그 스케일답게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과 귀가 지루할 틈이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 영화와 달리 이런 영화들은 자칫 잔잔해서 전하고자 하는 것을 느끼기보다 공감하지 못하고 중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두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흥행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늘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로 자리매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이 영화는 그런 걱정을 두 배우의 연기가 사라지게 해 줬습니다. 두 배우 모두 아이들과 본 많은 영화에서 정말 실제 같은 연기로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이 영화도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배우가 힘겹게 외쳤을 때,
삼 남매와 우리 모두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아픈 역사에 대해서 아파할 줄 알고 아픈 상처를 지닌 분들을 생각하면서 아파할 줄 아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참 좋은 영화였고요. 아이들이 '진실된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역사관' '화려한 역사이면에 가려진 아픈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질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성장해 가는 아이들과 살고 있어서 감사하고요.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출처:인터넷 신문에서 발췌, 인용
이 영화를 함께 보면서,
아이들의 속마음도 알고 싶었지만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큰아들이 중1이다 보니 이제 그런 것도 신경 쓰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역사의 진실, 아픈 역사까지도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편에는 '다행이다.'싶었습니다.
또,
남자로서 여자를 자기 욕구만을 위해 함부로 대하거나 생각하면 안 된다고 사춘기인 큰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남자와는 정상적인 관계가 이루어질 수없다는 것에 대해 딸 둘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를 함께 보면서 그런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몸과 마음이 아내가 불편하고 힘들 만큼 일방적이거나 이기적이진 않았는지 돌아봤습니다. 사실!! 그런 면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공개글'을 쓰면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긴 합니다.
마음 아픈 것은,
역사 속에서 쓰라리고 아픈 과거가 피해를 입은 분들이 한 분 한 분 우리 곁을 떠나갈수록 자연스럽게 잊혀간다는 것입니다. 그럴지라도 아들, 딸들에게 역사 속 진실은 늘 눈높이에 맞게 알려주도록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숙제로 동네 어르신들에게 '6.25 그날의 이야기'를 듣고 와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동네 어귀에 앉아 계시던 어른들께 여쭤보았더니 말씀하시기를
"너희 꼬맹이들에게 말해줘도 이해 못 할 텐데. 겪어본 우리는 너무 무섭고 힘들었는데.. 너희는 겪지 않았으니 말해줘도 모를 텐데. 그래도 들어봐라!"라고 하셨던 말씀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역사는 제대로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본 영화를 통해 속마음 알고자 노력하는 저의 모습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Vlad Kisel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