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갑을 채운다고?

인생이 다 그렇지 뭐

by 조르바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군요"


침이 마르기 시작했다. 바싹바싹 말랐다. 생각은 꼬이고 동공은 이리저리 불안하게 흔들렸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잘못한 건가? 그래, 내가 거짓말한 거잖아. 내 잘못이지. 안 그래?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무슨 불법 체류를 한다던가 그러려고 온 건 아니잖아.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서류들을 왜 가지고 있는 거죠?"

"아... 사실 저는 치대 졸업생인데 미국에 가서 시험을 보려고 했어요. 캐나다 여행을 마친 후예요. 이 짐들은 저희 이모, 이모부를 드릴 음식이고, 캐나다 여행을 조금 한 후에 미국으로 내려가서 국가고시를 볼 생각이었어요."

"그래요? 그렇다면 핸드폰 한번 줘보시겠어요?"

"핸드폰은 왜요? 사적인 내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 명백한 인권침해 아닌가요?"

"여기서는 그럴 수 있어요. 원하신다면 명시되어있는 법도 보여드릴 수 있죠. 핸드폰 주세요"


두려운 마음에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핸드폰엔 이상한 내용이나 사진 같은 건 없을 테다. 과연 지들이 뭘 알아챌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내게 무려 3시간 동안이나 공항 대기실 같은 곳에서 기다리게 했다. 나는 견딜 수 없는 지루함에 몸이 베베 꼬이기 시작했다. 3시간 후 그들은 내게 다시 다가왔다.


"당신 핸드폰에 있는 문자와 카카오톡, 바이버, 페이스북 메시지 전부를 확인했어요. 여기 옆에 있는 한국 통역관이 확인해주었죠. 당신은 캐나다에 여행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에요. 치과 시험을 보러 왔죠. 우리는 당신 한 사람 때문에 지금까지 총 7시간이란 시간을 썼어요. 당신이 어떤 이유로든 거짓말을 하고 캐나다에 들어오려고 했기 때문에요. 자, 이제 말을 해봐요. 왜 거짓말을 했죠?"


나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왜 캐나다에서 시험을 보려고 했는지, 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말은 어찌 됐든 핑곗거리밖에 될 수 없다는 걸. 메시지에는, 힘찬아~ 로 시작해, 오빠와 형이라고 부르는 친한 내 동생들이 캐나다의 시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캐나다 시험 잘 봐!", "넌 할 수 있어!", "캐나다 도착하면 얼마나 이쁜지 꼭 사진 찍어 보내주고!", "캐나다 치과의사! 되자!!" 등 그들은 명백한 이유를 본 것이다.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 밖엔.


그들은 나를 조사실로 끌고 갔다. 어떤 높은 위치에 있는 여자가 나를 보며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기분? 엿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렇다고 말했다. 솔직히 엿같은데 이 모든 감정을 솔직히 다 토로할 순 없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으니. 그녀는 내게 아까 다른 직원들이 물었던 질문들을 다시 한번 물어보고, 사인을 해야 하는 종이를 보여줬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데 이의가 없다는 내용 이래나 뭐래나. 나는 서류에 전부 사인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뒤 돌려세우더니 수갑을 채웠다.


수갑을,

채웠다.


잠깐, 수갑을 채운다고? 대체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라고 물으니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한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건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니 조금 기분이 나쁘더라도 조금만 참고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조금만 참아달라고 이야기한다. 내 안에 사는 드래곤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잘못을 했기는 했지만, 수갑은 너무한 거 아녀? 대체 뭘 그리 잘못했는데 수갑을 채워 채우기는!!!라고 행패를 부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잘못한 건 나였기에.


손을 뒤로하고 수갑을 채운 채 조사실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어느새 캐나다에 입국하기 위해 도착한 다른 탑승객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그들 옆으로 수갑을 찬 채로 경찰관을 따라갔다. 사람들은 나를 쳐다봤다. 하나같이 다 나를 쳐다봤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은 차갑고, 냉정했다. 수갑을 차고 사람들 앞을 지나갈 때의 그 기분은 참 묘했다. 수갑은 아주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만 차는 건 줄 알았는데.


경찰을 따라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그곳엔 또 다른 방이 있었다. 앉아있던 직원은 내게 옷을 벗으라 말했다. 가지고 있는 물품 전부를 꺼내놓으라 말했다. 나는 옷을 다 벗고 속옷만 입은 채로 멀거니 서있었다. 직원은 내게 노란색에 가운데가 뻥 뚫린 네모난 프레임을 손에 쥐어주었다. 얼굴을 그 가운데에 놓고 프레임을 양손으로 쥐어들었다. 마치 미드에서나 나올법한 범죄자들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 찍는 그 프레임, 그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양 손에 쥐어들고 직원을 바라보았다. 직원은 프레임을 들고 있는 나의 정면, 양 측면 사진을 찍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웃음이 계속 났다. 하하하하하. 직원은 내게 왜 웃냐고 물었다. 하하하하하. 나는 그냥, 이 상황이 어이없어서 웃는다고 말했다. 직원은 이곳에 온 사람들 중에 웃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럼 보통 어떤 사람들이 오느냐 라고 물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극도로 화가 나있거나 자기들을 죽일 듯이 노려본단다. 그러나 나는 어이가 없었고, 웃음이 났다. 그런 나를 직원은 신기하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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