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그 정의에 대해서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이겁니다.
세대차이, 밀레니얼세대, 신조어...
뭐 이런 단어들은 모두 이 소통이라는 이유 때문에 조직문화측면에서는 매우 신경이 쓰이는 단어들이죠. 대체 소통은 어떻게 하는걸까요? 그냥 상사가 후배직원과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그 말이 잘 통하는 것?
뭐,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선후배를 막론하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고 뜻이 잘 통하면 소통이 잘 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조직문화 측면에서 들여다 보면, 조금 더 업무적인 성격으로 이 말을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고, 그 전달 과정이 수평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
뭐 그냥 티타임을 가지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러한 과정은 이루어 지게 될 겁니다. 그러나, 티타임에서 이러한 성과를 얻었다고 해서 이게 조직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소통과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업무를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서로 재정의 하게 되기 때문이죠.
내가 비록 저 선배와 티타임에서 의견을 주고 받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고 할 지라도, 저 선배가 시키는 업무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회사에서의 관계는 회사 밖에서 내가 형, 오빠, 누나, 언니, 동생들과 맺는 그것과는 형태가 다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티타임을 갖고.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며 함께 가십을 나누는 행동들이 회사 내에서 소통을 증진시키는 대에 그렇게 크게 작용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회사 내에서 상사의 업무지시가 일방적이지 않고, 말단 혹은 막내가 정확히 그 업무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지시 또는 업무가 이해가 되지 않거나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때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면 그 회사는 굉장히 소통이 잘 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부서에 두 명의 직원이 있고, 한명이 선배 혹은 상사입니다. 다른 한명은 당연히 후배겠죠.
선배가 어떠한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와서 후배에게 이 일을 하라고 전달합니다. 선배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고, 후배가 이해를 잘 하지 못할것을 걱정하여 업무를 왜 해야하는지 충분히 잘 설명을 해 줍니다. 그리고 후배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선배에게 묻죠. 그리고 선배는 다시 후배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한 후배는 충분한 동기부여와 높은 이해도를 갖고 업무를 수행해 나갑니다.
이번엔 열한명의 직원이 있고 한명의 선배와 열 명의 후배가 함께 일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선배는 이번에도 어떠한 해야 할 업무를 가지고 와서 후배들에게 이 일을 하라고 전달합니다. 일일이 전달하는 것은 시간도 많이 들고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열 명의 후배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업무를 전달합니다. 후배들이 이해를 잘 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여 업무를 왜 해야하는지 충분히 잘 설명을 해 줍니다. 소수의 몇 후배들을 빼 놓고 다수는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해하지 못한 다수의 후배들 중에서도 소수만이 선배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한 몇몇의 후배들은 충분한 동기부여를 갖고 업무를 수행해 나갑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지 못한 몇몇의 후배들은 충분한 동기부여를 갖지 못하고 이해도도 낮은 채로 업무를 수행해 나갑니다.
이제 좀 더 큰 조직을 만들어 볼까요?
한명의 부장이 있고, 그 부장 밑에 3개의 팀이 있습니다.
각 팀은 1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팀장이 한명 씩 존재합니다. 부장님이 어떠한 해야 할 업무를 가지고 와서 팀장들에게 이 일을 하라고 전달을 합니다. 일일이 전달하는 것은 시간도 많이 들고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세 명의 팀장을 한 회의실에 모아놓고 업무를 전달합니다.
팀장들 중 두 팀장은 이 업무를 잘 이해했지만, 한 팀장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한 팀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부장에게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 팀장들은 팀으로 돌아가 팀원들에게 업무를 다시 전달합니다. 부장의 업무지시를 잘 이해한 두 팀과 팀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상황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한 팀장은 팀으로 돌아가서 업무를 지시하지만, 팀원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못합니다. 팀원들 중 아무도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합니다. 몇몇 팀원들이 질문을 해 보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려면 팀장의 대사 한 마디가 필요합니다.
‘몰라, 부장이 하래’
소통은 우리가 서로 다른 세대들의 행태를 서로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회사에서의 소통은 그것보다 더 큰 무엇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수가 모여있는 집단에서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문화에서는 어떻게 보면 좀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우리는 상사에게 잘 질문하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서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우리는 회사에서 어떤 업무에 대한 질문을 ‘무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죠. 더구나 내가 회사에서 어떠한 경력을 쌓아 갈수록, 나의 직책이나 직급이 올라갈 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짙어집니다. 잘못 질문을 했다가는 ‘무능’한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꺼립니다.
하지만 어떠한 일을 정확한 이해 없이 하는 것 만큼 무능한 일도 없죠.
다시 마지막 예시의 세 개의 팀을 거느린 부장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이 부장은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장들이 질문도 없었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조직은 충분히 잘 돌아가고 있고, 부장은 자기처럼 잘 설명해주고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도 없을 거라면서 만족해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몇몇 팀원들은 대체 이 업무를 왜 해야하는지 모른 체 업무를 진행해 나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가 늘어날수록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는 팀원들은 늘어가죠. 결국 불만이 쌓이게 되고, 능률도 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부장은 결코 이러한 상황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사실 온전히 부장 탓입니다. 아니, 저렇게 잘 설명까지 해 줬는데 못알아 듣는 팀장 때문에 이 일이 벌어진 거 아니냐, 그 팀장이 나한테 다시 물어봤으면 끝까지 이해시키지 않았겠느냐. 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부장은 자신이 지시한 업무가 충분히 이해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았죠.
업무 지시는 본인이 했기 때문에 이것이 충분히 실제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까지 전달되었느냐에 대한 책임도 부장에게 있습니다.
사실 이 부장은 팀장들에게도 제대로 전달시키지 못했죠.
‘팀장이 이해를 못했으면, 질문을 했어야지’
아니죠, 팀장이 이해를 못했더라도 질문을 할 수 있게 먼저 알려줬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설명은 하지만, 팀장님들께서 이해를 못하시거나 이의를 제기할 게 있으면 알려달라.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 있으므로 질문이 있을 수도 있고 이해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이해도를 갖지 못하면 이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해 나갈 업무에 대한 능률은 높이기 힘들다. 질문을 하는 것이 결코 나에 대한 도전이 아니며, 무지나 무능은 더더욱이 아니다. 그러니 서로가 같은 이해도를 갖고 일을 해 나가야 한다.
상사는 꾸준히 그리고 능동적으로 내 의사가 후배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을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먼저 들으려 한다는 것을 꾸준히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저들이 겁을 낼 만한 것들과 장벽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을 소통의 광장으로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