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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r 04. 2021

다면평가, 하라고 해서 하는 거 아니죠?

조직문화 생각

회사 내 조직문화를 거론하면서 최근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단어가 있다. 한 사람의 업무 수행, 자기 계발, 관리 등의 항목을 여러 방면으로 여러 사람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다면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회사의 임직원은 많은 평가를 받는다. 부하 직원으로서 얼마나 뛰어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조직 구성원으로서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가. 상사로서 얼마나 조직 구성원들의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가. 동료로서 얼마나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회사에서의 전통적인 평가는 단방향인 경우가 많다. 상사가 부하 직원들의 업무 또는 개별 역량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상사의 부하 평가도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서 1등을 칭찬하고 꼴등을 면박하려는 것이 그 목적은 아니다.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칭찬함으로써 업무수행 능력을 높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동기부여의 기회로 삼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전체적인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동력으로 평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방향인 데다 단편적이기까지 한 상사의 일방적 평가는 조직 운영의 동력이 되기보다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 내의 많은 문제와 결부되어있기는 하지만, 조직 내에서의 정치, 시기와 질투,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앞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부재 등으로 인해, 동력으로 작용해야 할 인사평가가 조직 구성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전통적인 평가에서 공정성이라는 측면을 보다 강조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다면평가'이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측면으로 한 조직 구성원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한 조직 구성원을 한 명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평가함으로써 전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인다. 한 구성원의 단편을 보아 온 여러 구성원들의 피드백은 보다 다방면으로 한 사람의 평가를 완성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평가의 결과물로 전달된 피드백을 통해, 개별 구성원들은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강점은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게 된다. 는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 인사부서의 설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다면평가는 그저 평가를 수행하는 부서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도입의 목적의 의도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공정하게 평가를 하도록 여러 사람의 피드백이 들어가 있으니, 이 평가는 더 객관적인 자료입니다. 더구나 본인도 상사를 평가할 수 있도록 했으니, 양방향으로 상호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너무 좋은 제도가 아닙니까.”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제도를 도입했다면 또는 도입할 계획이 있다면 당장 그만두기를.


현재의 조직 구성원에 대한 평가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가장 큰 문제는 단편적인 평가가 단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사실 단편적이라는 것은 상사가 보다 구성원의 업무능력과 개별적 사안들을 더 잘 평가하고 기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단방향이라는 문제는 조직 구성원이 상사와 평가에 대한 이의를 잘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화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이런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이 장치 마련이라는 것이 너무 1차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말하고 싶다.


우리는 상사(또는 조직장)가 되는 것을 단순히 진급이나 승진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 상사나 조직장처럼 어느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과연 조직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가? 없다면 조직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철저하게 진행하여 전문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애초부터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조직장이 되도록 육성계획을 세우거나 외부 영입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서 내 업무를 수행하면서는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서 매번 강조하고 강요하면서도,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선장에게는 리더십을 '권고'하는 데에 그치는 현실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조직 내에서 하는 일을 모르는데 어떻게 조직을 관리할 수 있나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조직 관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조직을 관리할 수 있나요?'

라고 되묻고 싶다.


일반 업무를 수행하다가 선배가 되고 상사가 되어 조직장으로 그 어깨가 무거워진 사람들은 막상 그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조직 내에서 업무 분배와 개별 업무에 대한 측정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그에 따른 보상과 평가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한 해 동안 내가 진행해 온 '관리'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관리자'에 대한 '관리'지표 없이 수행되는 '관리'의 영역은 정말 안타깝게도 수많은 '객관적'지표를 세워야 하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개별 관리자에게 적절한 '관리'지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단편적인 평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 관리자의 다면평가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관리자가 조직원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도구로서의 조직 구성원에 대한 다면평가는 어쩌면 매우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임직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첫째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다면평가의 피드백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조직의 문화는 그 규모와 역사 구성원들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다. 자유롭게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하였을 때, 어떠한 언어가 쓰이게 될 것인지 어떠한 방식의 평가가 이루어지는지 청사진만 보아서는 안된다. 어떤 사람은 억하심정에 모진 언어로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름답고 조심스러운 언어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각기 다른 언어로 작성된 피드백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날 것 그대로 전달하기에 무리가 있다면 통일된 언어 사용을 위해 정제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가 있다면 이 부분은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 또는 실제로 문제가 있는 관리자가 발견되었다면 이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둘째로, 현재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어떠한 수준인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보수적이거나 능동적이지 않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부서라면, 이러한 다면평가의 피드백이 너무 전형적이거나 개선의 의지 없이 작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매우 수동적이고 뭔가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면 다면평가보다는 조직문화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만드는 데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면평가의 여러 항목에 대한 평가 문항 중 대부분의 답변이 '보통이다'로 귀결된다면,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면평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다면평가가 어떠한 방식으로 회사에서 활용될 것인지 조직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은 기록에 남는 어떠한 평가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설사 다면평가를 인사평가에는 절대 반영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라도 이를 믿는 임직원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성공적인 다면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이 평가를 성공적으로 만들겠다는 동의와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가장 큰 방법은 바로 임직원을 이 평가제도의 수립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제도를 도입하기 전 충분히 설명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평가제도에 녹여내는 오랜 공감과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차례 수행 후 제도에서 실패했던 부분을 겸허히 수용하고 다시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함께 보완하는 작업을 통한 신뢰를 회복한다면 평가제도는 제도가 아닌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HR 담당자 중에서 혹여,

'너무 시간이 길어져서 저런 작업들을 모두 수행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는
일방적으로 해석될 것이고
일방적인 성공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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