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규 Jan 14. 2020

지금 하는 그 일, 기록되고 있나요?

일하는 과정이 나의 역량을 표현한다

비슷한 방향성으로 살아가는 매우 가까운 사람들 7명이 모여있는 단체 카톡방이 있다. 다들 그냥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업을 이루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거기에서 오늘 한분이 휴직 혹은 퇴사를 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고 싶다는 질문을 던지셨다.  


중요한 질문이면서 일단 왜 이 질문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봤다. 회사에 다니면 그 조직의 문화에 깊이 스며들게 된다. 그리고 매일의 일상이 정말 물밀듯이 밀려온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쳐내면서 일하다 보면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그렇게 1, 2년을 나의 인생을 바쳐가면서 일을 하고 나면 회사는 승승장구하고 성장하지만 회사 없는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때야 비로소 돌아볼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돌아볼 생각을 하더라도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모르거나, 돌아본 후에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나도 직장생활 1년이 지난 후 부터 조금씩 그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회고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각났다. 나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내가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어떤 분야에 강하고 어떠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는지. 이 모든 과정을 정리하는 것이 나의 미래를 직접 만들어갈 수 있는 주요한 자본이 된다. 기억하지 않고 회고하지 않아도 내 몸 어딘가에, 컴퓨터의 파일로 어떻게든 존재하기는 하겠지. 하지만 돌아보고 정리하지 않으면 나도 인식하지 못한 채 흘러가버리고 말거나, 남들이 알아주고 내가 발견되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  


나의 경우에는 직장 생활에서 배운 것들과 네트워킹이 계속 새로운 일을 창조해내는데 근간 자원들이 되었다. 직장생활을 그냥 회사원으로서 하는 것과 어떤 역할을 하면서 뭘 배웠는지 생각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냥 회사원으로 다니든지 나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뭐든 얻고 배우면서 일하든지 받는 월급은 똑같다. 하지만 역시 축적의 힘은 무서운 법. 전자와 달리 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훨씬 커다란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하다못해 받은 월급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점도 다르지 않을까.


추가적인 질문을 던져주셨다. 그렇다면 나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어떻게 회고하였는지? 나의 첫 번째 직장은 약 2년 정도 일을 하면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나는 순환보직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처음 부서는 기업금융, 두 번째 부서에서는 글로벌 전략과 기획, 세 번째 부서에서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보니 부서를 옮길 때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회고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물론 매년 인사평가 때 기록을 하기는 하지만 그때는 내 역량 중심으로 돌아보기보다는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을 의무적으로 적어 내었을 뿐이었다. 그 일들을 하며 나의 어떤 역량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부서를 이동하고 다른 업무를 하게 되면서 과거에 배운 것들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돌아보면서 어떤 역량을 키웠는지 간단하게 정리해본 듯 하다. 



스타트업으로 이동한 후에는 1년에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나를 바꾸다시피 할 정도로 새로이 도전하는 영역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새로운 것들을 하더라도 그냥 아무것도 없이 바닥에서 하는 것 과는 달랐던 것 같다. 기존에 했던 일들을 기억하면서, 그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돌아보며 활용하고 접목하려 했다. 그러다 그 결과들이 콘텐츠로도 표현되고 과거의 전문적인 경험과 역량이 가미된 콘텐츠로서 스타트업 투자 관련, 유니콘 기업 케이스 스터디 관련 콘텐츠들도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지금도 나의 다양한 비즈니스의 도전 과정에 중요한 자본이 되고 있다.  


그러다 내게 중요한 의문이 들었다. 왜 이러한 질문을 항상 회사를 나온 후에 던지는 것일까? 왜 1년이 지난 후에 인사평가를 위해 지난 1년간을 돌아보며 내가 한 일을 어렵게 다시 기억을 해내야 하는 것일까? 평소에 매일 간단하게라도 조금씩 기록하고, 일주일마다 정리하고, 한 달마다 구체적으로 콘텐츠화하는 과정을 꾸준히 해 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나부터,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 과정을 시작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렇게 글을 쓰는 것처럼, 그날을 가볍게 기록하고 정리하면서 나의 역량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쌓아 가는 프로그램. 그 과정은 나의 일과 과정을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며 그것이 쌓여 또 나를 표현하는 브랜딩의 수단이 될 것이다. 변화하는 일하는 방식의 시대에는 그러한 과정을 꾸준히 해 나가는 과정이 새로운 필수 전략이 되지 않을까? 

이전 09화 생산자의 첫 번째 습관 : 기록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