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산을 위한 코어 근육 키우기_2
우연찮게 3가지 건강한 습관을 만들기는 했는데 그것이 왜 나에게 의미 있는 건강한 습관이 되었는지 체계적으로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의 몇 가지 경험을 복기해보면서 건강한 습관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한, 지적 생산을 위한 코어 근육이 될 수 있었는지 깨닫는 계기가 크게 두 번 있었다. 그 과정을 돌아보면서 지적 생산을 위한 코어 근육 다지기를 조금 더 체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적 생산을 위해 중요한 전제가 있었다. 바로 ‘입력’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산’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집을 짓기 위해서도 구조도와 재료가 필요하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설계도와 소재가 필요하다. 지적 생산을 위해서도 생산을 위한 구조도와 생산을 위한 소재가 필요하다. 여기서 구조도는 ‘기획’의 영역, 그리고 소재는 ‘입력’의 영역이다. 물론 저 ‘기획’의 영역도 ‘생산’의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깊이 있는 연구와 학습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여기서는 그것은 논외로 하고 ‘입력’에 집중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 ‘기획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입력’은 여전히 중요하니까.
입력이 중요한 이유는 생산해낼 수 있는 경우의 수 때문이다. 예를 들어 1개가 입력되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개뿐이다. 만약 2개가 입력되면 총 3개가 가능하다. (a, b, ab) 3개가 입력되면 총 7개가 가능 (a, b, c, ab, ac, bc, abc)해진다. 이렇게 입력의 개수가 늘어나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0을 제외한 2의 n승 -1 개만큼의 조합이 가능해진다. 입력 자체의 수만으로 생각해도 이렇고 입력이 늘어날 때, 그것으로 생산된 것들을 활용한 또 다른 조합을 생각하면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입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 중 첫 번째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작은 스타트업인데 브랜디드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콘텐츠가 쌓여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잘 알릴 수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되고 발견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주 1개씩 글을 쓰자는 논의를 했다. 3명이서 매주 1개씩 글을 생산하면 금방 우리의 블로그가 가득 찰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 차 시작했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근 3주 만에 끝나고 말았다. 글을 쓰기는 했지만 몇 주에 하나씩 쓸 수 있을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쓰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토론하면서 나왔던 중요한 이유는 ‘입력’의 부족이었다. 우리 안에 관련된 관심사와 지식이 많이 쌓일수록 그것을 콘텐츠로 풀어내기도 쉬울 텐데 충분히 쌓여있지 못했다는 자각이 우리의 머리를 때린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다시 ‘입력’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양한 콘텐츠를 읽고, 요약하여 큐레이션 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많이 쌓지 못했지만 우리의 ‘입력’을 키우기 위한 또 다른 작은 습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나 할까.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함께 한다는 점, 그리고 ‘생산’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입력’을 시작했다는 점인 것 같다.
두 번째 계기는 최근에 읽은 책에서 깨달은 내용이다. 최근에 작가님과 만나서 대화하고, 출간된 책을 읽으면서 무한히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한 책 '회사 말고 내 콘텐츠’에서 나온 한 부분이다. 생산을 위해 3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소비 - 생산적 소비 - 생산’의 단계라는 말이었다. 첫 번째인 소비는 큰 목적 없이 일단 소비하는 단계. 별생각 없이 가볍게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등등 깊이 있는 목적 없이 일단 소비하는 단계이다. 물론 이 단계도 입력을 위해서는 중요한 과정이다. 아직 생산까지 전환되지는 못했지만 기초가 다져지는 단계라고 할까. 그리고 두 번째 단계인 ‘생산적 소비’가 진정한 ‘입력’의 과정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목적을 가지고 읽게 되고, 일상을 지내면서도 훨씬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나의 관점으로 다르게 바라보며 새로운 입력을 더하게 되는 것.
이 두 가지 계기를 통해 관찰하는 습관과 독서하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나의 ‘입력’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상을 엄청난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면서 바라보고 가볍게라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행위.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밑줄을 긋는 것이 아니라 나의 다른 관심사나 목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메모를 남기기도 하는 등의 행동들. 페이스북 피드를 통해 공유되는 다양한 기사들을 가볍게 훑어보면서 괜찮은 것들은 저장하는 일상. 그것들이 쌓여 차곡차곡 나의 ‘입력’을 만들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일상을 통해 입력한 것뿐 아니라 업무를 통해서도 입력된 내용들이 많았다. 입력한 내용들도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입력이 되다 보니 생산물도 다양한 형태로 창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일했던 분야도 기업금융, 컨설팅, 글로벌 기획, 전략기획, 스타트업 투자심사, 딜 소싱, 콘텐츠 제작, 강의 등등 경계를 넘나 든다. 처음에 큰 조직에서는 주어진 한계 안에서만 일을 했지만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후에 그 역량을 기초로 훨씬 다양한 일을 하고 창업한 이후에는 그때까지 입력한 경험들을 총 활용하여 더욱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일’을 통해서 다양한 입력이 가능하고, 그 입력을 통해 새로운 것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동시에 체험한 것이다.
AI가 발달하는 미래일수록 ‘생산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생산력을 키우려 하고 우리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그 부분을 중요하게 잡고 있다. 나 역시도 소비자에서 생산하는 사람으로 큰 방향을 틀어가는 과정이다. 아직 완벽하게 생산하는 습관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생산하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나를 먼저 생산자로 만들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이 과정을 잘 완성한다면 생산자가 되기 위한 기술을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을 더욱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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