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산책하며 지적 생산력 키우기
서점에서 한두 시간 노는 것은 내게 일도 아니다. 연애할 때 서점에 있으면 상대가 약속시간에 늦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서점을 좋아한다. 책을 매번 많이 사지는 않지만 서점에 가는 것은 좋아하고 내 에버노트의 노트북 중 하나로 서점 도서관 놀이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오늘 잠깐 서점에 갈 시간이 있어서 들러서 돌아보다가 지적 생산자를 위한 놀이로서의 서점 놀이를 글로 풀어보려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에 간다. 주요 서점이 있는 곳에 일정이 있으면 가능하면 들른다. 서점을 위해 일부러 간다기보다 한번 외부 일정이 생기면 가능하면 서점이 있는 곳 근처에서 일을 만들고 본다. 서점에 가서는 관심 있는 분야의 매대를 항상 다 훑어본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돌아보고 표지와 제목을 본다. 거기서 큐레이션하고 있는 것들은 뭔지, 순위권에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론 그것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많이 팔린다고 좋은 책은 아니니까 항상 나의 관점으로 책을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하기에 더욱 서점 놀이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궁금해진 책은 목차를 보고 그중 관심이 가는 책들은 일단 표지를 찍어 에버노트에 저장해둔다. 바로 책을 사지는 않고 그렇게 여러 권을 찍는다. 시간이 조금 더 많을 때에는 그중 몇 권을 가지고 가서 중간중간을 자세히 본다. 그리고 한두 권을 사기도 하고 그냥 오기도 한다. 관심 분야는 정말 다양하다. 경영/경제, 리더십, 사회/문화, 자기 계발 등. 일단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것들이나 나 개인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들 중심. 그리고 거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거나 그것을 통해 나의 것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도 관심이 많다. 너무 딱딱해지니 소설도 가끔 본다. 기욤 뮈소, 조조 모예스, 앤디 위어의 소설은 나오면 가능하면 꼭 보는 편이다.
서점 놀이의 장점은 우선 재밌다는 점이다. 서점마다 책을 큐레이션 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들의 마케팅 영역이겠지만 최근의 이슈,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어떤 책이 ‘팔리는지’도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사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죄책감도 덜하다. 쇼핑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이 있는데 책을 사는 것도 일부 그런 기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사는 것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죄책감도 덜한 듯하다. 언젠가는 읽고 나에게 피와 살이 될 것 같아서일까? 물론 보통 처음에 바로 책을 사는 경우는 드물고 두세 번 갈 때 여전히 동일하게 찍히는 책을 사는 편이다. 사고 싶은 책을 다 사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을 테니. 마지막으로 책을 사는 관점이 생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이 읽으면서 스스로의 관점을 얻을 때 이야기지만 단순히 베스트셀러라고 사지 않고 필요한 책을 분별할 수 있다. 그 필요한 책의 분야가 계속 확장되고 다양해지는 것이 문제일 수는 있지만.
지적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텍스트 콘텐츠를 피할 수 없다. 아니 앞으로 ‘지적 생산자’가 되는 사람들은 반드시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할 줄 아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가 대세가 될수록 아이러니하게 텍스트 콘텐츠 소비하는 사람들의 무기는 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을 위한 가볍고 쉬운 시작이 서점 놀이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한 달에 한두 번은 서점에 놀러가 보는 것이 어떨까? 말 그대로 ‘놀이’로서 가볍게. 그러한 가벼운 놀이들이 쌓여 책을 읽고, 학습하고 성장하고 생산하는 지적 생산자의 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