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규 Jan 07. 2020

글쓰기로 기획력을 강화한다.

글쓰기와 기획

지적 생산력을 위한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바로 ‘기획력’이다. 기획력은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까지 설계하는 능력이 기획력이다. 기획력은 그냥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공부하고 여러 기획을 실행하며 키워야 한다. 지적 생산인 ‘글쓰기’가 이 기획력을 키우는 것에 도움이 된다.  


나에게 ‘읽히는 글’의 중요한 특징은 '구조가 좋다’는 점이다. 보통 두괄식으로 글 전체나 문단의 주제가 처음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글 전체적으로도 균형 잡힌 구조를 지니며 개별 문단별로도 완결된 형태를 띤다. 이렇게 구조가 좋은 글은 전체적인 맥락과 내용을 파악하면서 읽기 좋다. 그리고 전체 글을 다 읽은 후에도 구조를 통해 이해를 하기 때문에 글의 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글의 구조는 ‘목차'로 표현된다. 이 목차를 잘 짜면 글의 70%는 완성된다.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지 주제가 나오고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전체적인 그림이 나오니까. 목차를 뼈대로 삼아서 구조를 잡고 그 뼈대에 세부 내용들을 더하면서 구체화하면 글이 완성된다. 이렇게 목차를 가지고 글을 쓰면 글이 힘을 잃지 않는다. 목차마다 하나의 문단을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중간중간의 작은 목표지점들을 차근차근 달성하다 보면 꾸준하게 힘을 잃지 않고 완성도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목차를 짠 후, 작은 단위로 쪼개진 개별 목차를 문장들로 채우고 문단으로 완성해간다. 세부 내용들은 실제 사례나 나의 경험을 더하고 책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인용할 수도 있다. 이 세부 내용들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쓰는 것이 논거를 강화하여 글에 힘을 실어준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일수록 신뢰도가, 남의 독보적 경험일수록 글의 독창성과 가치가 더해질 수 있다.


글의 목차를 짜는 것은 기획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글을 쓸 때 왜 쓰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쓰는지에 대한 고민은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유통할 지에 대한 생각과 결을 같이 한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쓸 때마다 목차를 짜는 훈련을 하면 기획력을 강화하는 기초 훈련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기획은 치열한 사고와 정리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기본이고 결과물로 문서가 나와야 한다. 문서화가 중요한 이유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레벨에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서를 만들 때에도 목차를 잡을 수 있다. 무엇을 하는지, 그 의도는 무엇인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그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거기에 가용자원, 경쟁현황 등 추가로 필요한 것들을 더하고 빼면 된다.  



물론 저렇게 글의 목차를 설계하는 것 역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목차를 잘 짜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입력하고 정리하고 생산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쌓는 것. 양에서 질이 나오는 것이다.


다른 글을 읽을 때에도 어떤 구조로 쓰였는지 목차를 생각하며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책을 읽을 때에도 목차부터 보면서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큰 그림을 이해하면 읽는 과정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선택할 때에도 목차를 보고 상세한 내용들을 훑어보는 것 만으로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어 체득되다 보면 다른 일을 할 때도 구조를 설계하고 기획하면서 시작할 수 있다.



매일 지적 생산을 하기 위한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하지만 글을 구조화하고 목차를 설계한 후 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는 글이라는 결과물뿐 아니라 기획력 향상이라는 나의 능력 강화를 덤으로 얻고 있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매일 목차를 세운다는 뜻이다. 이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지적 생산자를 키우기 위한 중요한 방법론이 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