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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규 Jan 11. 2020

0에서 1, 1에서 100

1이 나와야 다음이 있다.

스타트업이 아무것도 없는 제로베이스에서 완성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머릿속에만 있는 것들이 현실로 구현되어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이 우리의 일상, 나의 ‘생산력’에 어떻게 결부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 웹이나 앱의 행태를 지닌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용하는 것은 쉽고 편한데 그것을 직접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부족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아이디어만 있었다. 그것을 팀 간의 끊임없는 토론과 회의 끝에 기획 문서로 화면과 기능을 그렸다. 그리고 개발팀이 고생하여 일단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작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고, 수많은 개선점들이 생겼다. 기능적인 개선, 디자인적인 개선, 비즈니스 기회적인 개선 등.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지만 1을 만들고 나니 그 후에 훨씬 많은 가능성이 생기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특히 실제로 쓸 고객들의 반응이 어떤지 직접 보여주며 묻고 그 1을 어떻게 2로, 10으로, 100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된다.  


지적 생산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쓰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일단 쓰면 더 살을 붙이고 문장을 개선하고 멋진 표현으로 개선할 수 있다. 개선하고 수정하는 퇴고의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아니 일단 쓰고 나면 개선하고 수정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내 눈에 뿐 아니라 지인들, 관심 있는 독자들의 눈에도 보인다. 보이면, 개선이 되고, 발전이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이 없으면 개선할 점도 없다는 사실이다. 0에서 1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 나은 것이 나올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백지에서 1을 만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너무 막막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1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1을 너무 크게 생각할 필요 없다. 빈 백지에 쓰고 싶은 주제를 한 줄 쓰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제를 정하고 어떻게 쓸지를 생각하고 목차를 세우면 0.7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풍성하게 만들어서 1을 만든다. 그 1을 만드는 사람이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1을 만들면 그것에 더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기도 쉽다.  


작고 부족한 1을 끊임없이 만드는 노력이 쌓이면 차차 처음에 나오는 것이 1이 아니라 10, 20, 100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산력’도 1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되고, 그 1을 만드는 노력을 통해 키워진다.  


그러니 일단 1을 만들자. 지금 1을 만들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자. 수많은 1을 만들고 개선하자. 그것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생산물을 쌓아가고 발전시키자.  어떤 것도 처음부터 100인 것은 없다. 인스타그램도 처음에는 그냥 작은 사진 필터 서비스로 시작했다. 지금 나의 1을 시작하자. 완성형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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