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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현실주의 Mar 15. 2022

아버지는 품위가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품위가 없는 사람이었다


한 때 잘 나가고 누나가 보기에도 멋있고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잘생겼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 참 이기적이고 품위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모습이 부끄럽지만 부끄러웠다.


월세 살이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기보다는 본인의 편의대로 집을 사용하는 모습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했다.


오늘 난데없이 그 시절이 생각났다.


4인 가족이 보증금 2000/20만짜리 비좁은 월세집에 살던.. 아버지가 투박하게 각목으로 장을 짜 놓고, 내 방을 만들어주겠다며 주인의 허락도 없이 창문에 이어 붙이고 나중에 적지 않은 복구비용을 지불했던 그때가.


그런데 만약 그때 아버지가 품위나 따지고 있었더라면 그 집에 우리 가족이 살 짐을 쑤셔 넣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누군들 고상하게 살고 싶지 않을까.. 당시의 아버지는 배려와 예의 같은걸 챙기기에는 우리 가족이 먼저였던건 아니었을까. 그냥 본인이 욕을 먹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오늘 어느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게 되셨어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조건 없는 사랑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내가 봐도 형편없던 시절을 그저 기다려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 망가질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딱 하나만 물려줘야 한다면 무엇을 줘야 할까, 아니 주고 싶을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랑


그걸 주고 싶다.


그걸 위해서라면 자존심, 허세.. 그런 쓰잘데 없는 건 얼마든지 집어던지겠다.


인생이 늘 그렇듯 지나고 보면 다 별거 아닌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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