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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두영 Mar 04. 2021

낮잠 권하는 나라, 낮잠 권하는 회사

데일리 루틴 프로젝트 028] 낮잠 루틴

《논어》에서 주로 제자들에 대한 평을 담은 공야장을 보면 공자가 낮잠을 자는 제자 재여를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꾸짖는 장면이 나온다.

재여가 낮잠을 자고 있자, 공자가 말했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더러운 흙으로 쌓은 담장에는 흙손질할 수가 없다. 재여에 대해 무엇을 꾸짖겠는가?”
“처음에 나는 사람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는 그의 행실을 믿었는데, 이제는 사람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도 그의 행실을 살펴보게 되었다. 재여로 인해서 이를 바꾼 것이다.”

낮잠에 대한 공자의 시선은 가혹하다. 공자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의 영향이 큰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낮잠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동안 낮잠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낮잠 자는 사람을 시간이나 자기관리에 소홀한 사람처럼 한심하게 바라보곤 했었다. 하지만 낮잠에 관해 공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낮잠과 나태함을 혼동한 데서 생긴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지금은 개종해서 낮잠 신봉자가 되었다. 여전히 낮잠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수면이 부족한 국가다. 게다가 대표적인 워크홀릭 국가다. 안타깝게도 일하는 시간은 많은데 그에 비해 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6개 회원국 중 29위다.

수면 부족은 국가적으로도 비효율을 초래한다. 미국 싱크 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가 2016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으로 미국 경제가 입는 피해는 약 48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피해액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2017년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한 해 157조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 발표 후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 보건부는 모든 근로 연령층이 이른 오후에 30분 정도 낮잠을 자도록 권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수면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낮잠을 죄악시할 게 아니라 권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https://oliduchesne.substack.com/p/curio-32-charles-c-ebbets-billionaires

낮잠에 대한 오해 중 하나로 많은 사람이 점심 식사 후 잠이 오는 것은 소화와 관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캐나다 과학자가 연구를 통해 오후가 되면서 느껴지는 피로감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체시계 때문이라는 것을 밝혔다. 수면 연구가 빌리어드 교수는 실험을 통해 낮잠은 인간의 유전자 형질이며 인간은 생리학적으로 오후에 낮잠을 자게 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수면 연구가 플루 셰어는 이상적인 수면은 한 번에 몰아서 자는 것이 아니라 쪼개서 자는 것으로 하루를 몇 시간마다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낮잠을 잘 수 없는 회사에는 가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세계 일류 기업은 수면 보조 기계와 낮잠 공간을 제공하면서 낮잠을 권장하고 있다. 페이스북, 시스코, 피앤지P&G는 ‘낮잠 전용 의자’를 설치해 직원들이 낮잠을 취할 수 있게 조치했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수면 혁명》이라는 책을 통해 낮잠뿐 아니라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허핑턴포스트 사옥에 낮잠 방 Nap Room을 만들어 직원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낮잠을 독려하는 문화가 없는 건 아니다. 바디프렌드는 도곡동 사옥에 총 30여 대의 안마의자를 설치해서 직원들이 수시로 20~30분간 안마를 받으며 낮잠을 잘 수 있게 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사무실 전체를 소등해 모두가 무조건 낮잠을 자도록 권장하고, 목 베개와 160도 뒤로 젖혀지는 의자도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본사에 낮잠 전용 공간인 ‘냅앤릴렉스존’을 운영하는데, 업무시간(09:00~11:00, 13:30~17:30) 중 휴식이 필요한 직원들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시간에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수면실을 마련했다. ING생명은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낮잠을 자는 제도인 ‘오렌지 파워냅’을 시행하고, 구글은 직원 복지제도의 하나로 근무 시간의 20%를 낮잠 시간으로 지정하고, 낮잠 전용 ‘캡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나이키는 콰이어트룸을 만들어 직원들의 낮잠을 권장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2014년 8월부터 낮잠을 자고 싶은 직원은 출근 후 부서장의 승인을 받고 추가 근무로 법정근로시간을 채우도록 했다. 이처럼 업무 생산성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낮잠을 독려하는 조직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허두영 컨설턴트(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e-mail: davidstoneheo@gmail.com


위 내용은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의 일부 내용을 발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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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이메일: davidstoneheo@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davidstoneconsulting.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vidstoneheo 

브런치: http://brunch.co.kr/@davidston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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