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루틴 프로젝트 065] 루틴을 위한 나만의 공간
“내가 일하는 막사에는 약 50명의 정신착란증 환자가 수용되어 있었는데, 그 막사 뒤 수용소를 두 겹으로 둘러친 철조망 한 귀퉁이에 아주 조용한 곳이 있었다. 그곳에는 시신 여섯 구를 보관하기 위해 기둥 몇 개와 나뭇가지를 엮어서 세운 임시 천막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배수관으로 통하는 구멍도 있었다. 나는 일이 없을 때마다 이 구멍의 나무 뚜껑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곤 했다. 그냥 앉아서 꽃이 만발한 초록빛의 산등성이를 바라보거나 철조망의 마름모꼴 그물눈 안에 들어가 있는 먼 바바리아의 푸른 언덕을 바라보았다. 나는 간절하게 꿈을 꾸었다···”
빅터 프랭클이 쓴 자전적 수필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한 대목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대표적인 책으로 이 책을 꼽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3년 동안을 다카우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보낸 처절한 수감 생활을 담고 있다. 인용한 부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수용소 생활 중 가장 평화롭던 짧은 순간을 술회한 장면이다. 간수나 수감자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철조망 한 귀퉁이의 공간에서 누리는 짧은 행복의 순간이었다. 그에게 그 작은 우주의 한구석은 지옥 같은 수용소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더없이 넓은 천국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빅터 프랭클처럼 ‘나만의 공간’을 갈망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돈을 벌고 승진하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나만의 공간을 갖거나 더 넓히려는 욕구와 관련이 있다.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확장하려는 것은 분명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사람들은 왜 나만의 공간에 집착할까? 그건 행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은 ‘제3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 레이 올덴베르그가 사회·경제적으로 번영한 한 지역공동체 사람들의 모임을 살펴봤더니, 그들은 공통으로 일과 가정이 아닌 제3의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 공간의 특징은 격식과 서열이 없으며, 소박하고, 수다를 떨 수 있으며, 출입이 자유롭고, 음식이 있는 곳이었다. 정리 컨설턴트 정희숙 씨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1) 에서 그녀가 회사 설립 후 2천 곳이 넘는 집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을 이야기했다. 행복한 가정은 정리가 잘돼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기할 점은 남편의 공간이 없는 집은 십중팔구 부부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이다.
1) 정리의 여왕 “남편 공간 없는 집 부부사이 안 좋더군요” [중앙일보] 2020.06.04
https://news.joins.com/article/23793045
당신은 가정이나 회사에서 ‘나만의 공간’이 있는가? 세상과 가림막을 하고 걸작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말이다. 세상을 잊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서재나 공간이 있다면 행운이다. 없다면 자신을 위해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보기 바란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절대 쉽지 않다. 혼자 일할 수 있는 집무실을 가진 사람은 일부 리더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직장인은 낮은 칸막이를 경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책상에서 일한다. 직원의 행복을 고민한다면 오픈된 공간보다는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조용하고 독립된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의 업무 효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새벽 오히려 미명에 예수께서 일어나,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
_《성경》 마가복음 1장 35절
예수께서도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기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았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 말이다.
뻔한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자신을 만나고 성공 루틴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보라. 영국의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표현을 빌자면 내 마음을 꺼내 펼쳐놓을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도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연 500파운드의 돈과 자신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한 공간에서는 한 가지 일만 할 것을 주문한다. 일하고 공부하고 식사하고 노는 공간을 분리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습관은 자기 구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돼 있다. 의지력을 탓할 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 특히 공간과 루틴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탠퍼드대 행동 설계연구소의 설립자인 브라이언 제프리 포그는 환경설정은 의지력을 능가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공간이라는 환경은 더더욱 그렇다. 공간은 당신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양과 질을 좌우한다. 그 공간은 여유, 탁월함, 행복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 무엇도 그곳을 침범하지 못하게 사수하라. 또 그 누구도 나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엄격히 선별하고 통제해야 한다. 당신의 성스러운 공간에 초대할 사람은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동안 전 세계가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지고 집콕을 강요받았다. 이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이 바뀌게 됐다. 온 가족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라이프스타일에 점차 변화가 생겼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집에서 조용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각자 TV나 스마트기기를 통해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해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나만의 공간’을 더 필요로 하는 시대가 앞당겨진 듯 하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도 사람을 만든다. 사람은 인생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간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미래의 꿈을 위해 루틴을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_존 라이든, 음악가
허두영 컨설턴트(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e-mail: davidstoneheo@gmail.com
※위 내용은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의 일부 내용을 발췌, 재구성한 것입니다.
예스24 https://is.gd/0rH22h
교보문고 https://is.gd/ehuPtq
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이메일: davidstoneheo@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davidstoneconsulting.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vidston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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