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성경] 69화, 술에 대한 세 가지 질문과 성경적 답변
신앙의 질문은 언제나 '얼마나'가 아니라 '누구에게'로 향한다. 술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마시느냐"보다 "내 삶을 누가 다스리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성경은 포도주를 죄로 단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잔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는다.
술 한 잔의 유혹은 단순한 쾌락의 초대가 아니다. 사실 그것은 누가 내 영혼의 주인이냐를 드러내는 시험이다. 나를 채우는 것이 술인가, 성령인가. 그 질문이 바로 신앙의 핵심이다.
사도 바울은 말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고전 10:23)
술은 허용된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늘 멈춰야 한다. 복음이 주는 자유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멈출 수 있는가'다. 리더가 절제해야 하는 것도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태도다.
성령이 내 안에 있다면, 술 앞에서 미세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건 정죄의 소리가 아니라 일종의 거룩한 신호다. 구원 받은 후에는 죄스러운 모든 것들에 민감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구원받은 자에게는 죄의 쾌감보다 거룩한 불편함이 먼저 온다.
가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이 만드신 포도주는 오늘날의 술과 좀 다르다. 고대 근동의 포도주는 2~4도의 자연발효 음료였다. 대개 물에 섞어 마셨고, 취하려고 마신 것이 아니라 물의 부패를 방지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식탁의 상징이었다. 예수님은 쾌락을 허락하신 게 아니라, 부족함을 채우는 기쁨의 회복을 보여주셨다.
그분의 포도주는 갈증을 잠시 해소하는 술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쁨을 회복시키는 기적의 잔이었다. 지금의 술은 그 의미를 잃었다. 쾌락, 도피, 중독의 문화 속에서 술은 더 이상 감사의 상징이 아니다. "예수님도 마셨다"라는 말은 복음의 상징을 쾌락의 면죄부로 오해한 결과다. 예수님이 만드신 건 포도주였지, 변명거리가 아니었다.
"포도주로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8)
항구도시 에베소는 쾌락의 도시였다. 디오니소스 신전에서 사람들은 술에 취해 신과 교감한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술 취함'은 종교적 체험이었다. 바울은 그 문화의 한복판에서 말했다. "그건 가짜 충만이다. 진짜 충만은 성령이다."라고.
그 신전은 오늘도 열려 있다. 술 대신 담배로, 게임으로, 성공으로, SNS의 인정으로 취하는 사람들. 취함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원리는 같다. 모두 성령이 계실 자리를 빼앗은 현대판 우상들이다. 술 취함은 감각의 자유를 넓히지만, 결국 영혼의 공간을 좁힌다. 성령 충만은 자기 상실이 아니라 자기 회복이다. "술 취하지 말라"는 단순한 절제의 요구가 아니라,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네 영혼을 지배하게 두지 말라"라는 하나님께 통치권을 돌려드리는 회복의 행위다.
복음은 율법처럼 "하지 마라"로 끝나지 않는다. "더 좋은 걸 주겠다"는 하나님의 사랑 표현이다. 그분은 잔을 빼앗는 분이 아니라, 더 깊은 기쁨으로 새 잔을 채우시는 분이다. 술은 마음의 허기를 잠시 속이지만, 성령은 그 허기를 영원히 채운다.
담배가 주던 위로, 게임이 주던 몰입, 술이 주던 해방감. 그 모든 것은 결국 성령의 위로를 대체한 가짜 충만일 뿐이다. 성화는 억지 절제가 아니라 새로운 충만으로의 교체다. 성령이 채우시는 사람은 굳이 금지하지 않아도 술에서 멀어진다. 거룩함 앞에서의 불편함이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술을 끊는 건 결심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은혜다. 하나님은 나에게서 잔을 빼앗지 않으신다. 그분은 내가 목마른 이유를 아시기에, 내 잔을 비워 하늘의 포도주로 다시 채우신다.
취함이 아닌 충만, 잃음이 아닌 회복. 신앙의 술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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