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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은 운명론이 아니라 동행론이다

[궁금했성경] 77화, 창세 전에 시작된 사랑, 지금도 계속되는 여정

by 허두영

가장 따뜻한 사랑 이야기


별을 올려다보거나 어둠 속에 혼자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성경은 창세기 첫 문장부터 이 질문에 답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 그분이 시작하셨다는 건, 이 세계가 우연이 아니라 의지의 결과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의지는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그 사랑을 거부했다. "네가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 그 유혹 한마디로 어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타락의 결과는 분명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3:23). 인간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하나님은 그 강 위에 십자가라는 다리를 놓으셨다. 그 다리의 기초석이 바로 '예정'이다. 예정은 차갑게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뜨거운 사랑의 질서다.


1. 하나님이 먼저 사랑하셨다 - 예정의 시작점


"창세전에 우리를 택하사… 그 기쁘신 뜻대로 예정하사"(엡1:4~5). 사랑은 언제나 더 사랑하는 쪽이 먼저 찾아오는 법이다. 하나님은 창세전부터 당신 자녀의 이름을 알고 계셨다.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기억하듯. 장로교(칼빈주의)가 말하는 예정은 '미리 사랑하심의 신학'이다. 반면 감리교(웨슬리안)가 말하는 예지예정은 '미리 아심의 신학'이다. 전자는 사랑의 언어, 후자는 관찰의 언어다. 하나님은 미리 아시기만 하는 분이 아니라, 먼저 사랑하시는 분이다.


하나님은 무조건적으로 택자를 선택하셨다. "창세전에 택하심"(엡1:45)은 절대 주권이며, "은혜로 택정하심"(갈1:15)은 전적 은혜이며, "다만 사랑하심으로"(신7:78)는 일방적 사랑의 표현이다. 예정은 인간의 공로 위에 세워진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 위에 세워진 관계다. 그래서 예정의 다른 이름은 '선택받은 관계'다. 하나님은 조건을 보고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로 결심하셨기에 선택하셨다. 예정은 하나님이 나를 사랑으로 먼저 기억하신 그 순간이다.


2. 하나님의 시간표 - 영원 전부터 시작된 사랑


하나님은 언제부터 나를 택해 자녀 삼으셨을까? 성경은 세 가지로 표현한다. 첫째, 창세전부터다. "세상이 생기기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셨다."(엡1:36) 세상이 태어나기 전, 하나님은 이미 나를 마음에 품으셨다. 둘째, 복중에서 이미 정하셨다. "내가 너를 복중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렘1:5) 존재하기도 전에 이미 알려진 존재, 신비롭지만 그것이 예정의 본질이다. 셋째, 모태 속에서 구별하셨다. "주께서 나를 모태에서 택정하셨다."(갈1:15, 시139:13~16) 모두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섭리 가운데 정하신 일이다. 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3. 하나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 택함의 증거


그분은 예고 없이 찾아오신다. 아무 말도 없이, 그러나 결코 우연이 아닌 방식으로.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13:48) 믿음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비추어진' 것이다. 복음이 믿어진다는 건 신비다. 논리의 결과가 아니라 계시의 사건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계시한 자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하느니라."(눅10:22) 그래서 택함의 증거는 신앙의 경력도, 감정의 깊이도 아니다. 내가 붙잡은 하나님도 아니다. 오직 나를 붙잡으신 하나님이다.


4. 예정의 목적 - 예배, 전도, 성화


왜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택해 구원하셨을까? 예정의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예배다.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엡1:6) 예배는 구원의 보답이 아니라 구원의 본질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일꾼으로 부르시기 전에 예배자로 창조하셨다. 둘째, 전도다. "우리는 선한 일을 위해 지으심을 받은 자니."(엡2:10) 사랑받은 자는 반드시 사랑을 전하게 된다. 택함 받은 자녀에게 전도는 선택이 아니라 사명이다. 셋째, 성화다.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엡1:4) 하나님의 선택은 인간의 방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진짜 은혜는 사람을 방종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5. 예정의 세 가지 오해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예정이면 전도는 필요 없지 않나?" 오히려 그 반대다.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13:48) 그들이 믿게 되는 통로는 언제나 전도다. 또 누군가는 말한다. "유기된 자는 어차피 전도해도 소용없지 않은가?" 유기는 인간이 판단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다. 우리의 역할은 추측이 아니라 말씀을 전하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택자라면 마음대로 살아도 되겠네?" 은혜를 아는 자는 방종할 수 없다. 선택의 목적이 거룩이기 때문이다(벧전1:15). 성화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론: 운명에서 동행으로


예정의 이야기를 내 삶에 적용한다면, 시편 23편 다윗의 고백이 내 고백이 된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하나님이 나를 택하셨다면, 과거는 그분의 계획 속에 있었고, 현재는 그분의 손안에 있으며, 미래는 그분의 약속 안에 있다. 예정은 보장된 동행이다. 당신에게 복음이 믿어졌는가? 그렇다면 이미 오래전, 품으신 하나님의 결심이었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예배로 숨 쉬고, 거룩으로 걷고, 복음으로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는 것이다.


예정은 미리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사랑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여정이다. 그러므로 예정론은 운명론이 아니라 동행론이다.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인천성산교회 홈페이지: http://isungsan.net

인천성산교회 l 인천이단상담소(상담 및 문의): 032-464-4677, 465-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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