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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두영 Dec 29. 2020

세대 공존 모델 만들기

[세대 공존의 기술 024] 세대 공존을 위한 모델 찾기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는 말이 나온다. “먼저 이겨놓고 전쟁을 한다”는 의미다. 선승구전의 원칙으로 승리하는 군대의 유형을 5가지로 제시하는데, 그 첫 번째가 “상하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조직은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라는 것이다. 가정이든 회사든 국가든 상하가 같은 꿈을 꿔야 승리할 수 있다. 선후배 세대가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미국의 세대 문제 전문가인 토레스 길은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하게 될 주요 화두 중 하나로 ‘세대 간 공존’을 강조했다. 세대 갈등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과제이다. 어떻게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세대 공존을 이뤄낼 것인가는 세계적으로 당면 이슈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특별하다. 대한민국에서 세대 갈등은 지역 갈등, 계급 갈등과 함께 3대 갈등에 해당하는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세대 갈등은 골이 이미 깊어서 해결이 더 시급하다.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세대 공존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노력을 뛰어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대 공존을 위한 4단계


세대 공존은 개념이 크고 높은 차원의 얘기다. 그래서 소통 액티비티나 세대 공감 교육프로그램 같은 한두 가지 이벤트로 금방 세대 공존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대 공존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논의를 확장해 가기 위해서는 우선 세대 공존에 대한 단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대 공존은 세대 이해, 세대 공감, 세대 소통, 세대 협력의 순으로 단계에 따라 이뤄진다. 세대 공존은 이런 4단계 활동의 결과로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최종 모습이다.


1단계는 세대 간 상호 이해에서 출발한다. 선후배 세대가 서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다름을 이해해야 비로소 세대 공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단계는 세대 간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다.


3단계는 선후배 세대가 단점은 포용하고 강점은 존중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4단계는 공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선후배 세대가 서로 중지를 모아 협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4단계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 비로소 세대 공존이 가능해진다.


세대 공존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가계(가족), 기업, 정부의 경제주체는 물론 정치, 언론이 각기 제 역할을 수행해야 가능하다. 


세대 공존을 위한 역할

첫째, 개인이나 가족 차원에서는 과도한 가족주의를 경계하고 가족의 정서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핵가족화가 심화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전통적 가족 규범이 약해지고 있다. 그 빈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가족 규범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서 세대 갈등은 세대 단절로 발전하는 형국이다. 이제 내 자식 중심주의나 가족이기주의가 사회통합에 장애가 됨을 인식하고,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한편 가족은 학교 교육과 사교육에만 자녀를 떠맡길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이 살아나 자녀의 정서적, 인격적 성숙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기업 차원에서는 세대 간 특성 이해와 세대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많은 조직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지만, 조직의 문화, 일하는 방식, 리더십은 여전히 선배 세대 중심이다. 후배 세대가 일하기 좋은 조직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후배 세대가 서로의 특성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후배 세대가 사업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 간 이해, 공감, 소통, 화합은 급변하는 플랫폼 전성시대에 조직이 경쟁력을 갖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는 노인과 청년의 복지 균형과 세대 공존을 위한 프로그램 다양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세대 간 갈등과 오해를 조장하는 노인과 청년 대상의 복지정책에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정 세대 편향적인 정책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세대 공존을 국민 통합을 위한 중요 과제로 설정하고 세대 공존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화, 심화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펴면서도 민간에서 미처 손길이 닿지 않거나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챙겨야 한다.


넷째, 정치 차원에서는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을 자제하고 세대 공존을 위한 정치적 공론의 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론 통합을 주도해야 할 주체인 국회가 득표의 극대화를 위해 국민을 세대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대 간 공존을 정치 공론화하여 국민을 한뜻으로 모아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 차원에서는 국민의 눈과 귀로써 알 권리를 위해 충족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세대 갈등의 프레임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세대 공존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세대 갈등의 현상을 사실대로 정확하게 기사화하면서 세대 간 편을 가르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이상 사회 각 분야에서 세대 갈등보다는 세대 공존을 화두로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 잡지에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 개인의 이기심 때문에 모두가 파국을 맞는다는 것이 골자다. 내용은 이렇다. 한 마을에 목초지를 공동으로 운영하는데 누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소를 놓아 풀을 먹일 수 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기의 소를 먹이기 위해 이기적으로 된다. 이내 목초지의 풀은 사라지고 황무지가 된다. 결국 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 ‘세대 간 도둑질’도 이와 비슷한 말이다. 미래에 후배 세대가 누릴 것을 아껴두지 않고 선배 세대가 지금 다 써버리는 것이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각종 환경 파괴와 에너지 고갈 문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세대 공존은 정부나 기업이 해결해줘야 할 거창한 담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나 가족이 ‘나(가족)만 아니면 돼’ 식의 잘못된 이기심을 내려놓은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세대 공존은 세대 간 신뢰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대소통 컨설턴트 허두영(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e-mail: davidstoneheo@gmail.com






허 두영(작가, 강연자, 컨설턴트, 컬럼니스트)


(주)엑스퍼트컨설팅, (주)IGM세계경영연구원 등 인재개발(HRD)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 컨설턴트와 교수로 일하면서 1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로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 독립해서 (주)지스퀘어스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것들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글 쓰고 강의하며 컨설팅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세대소통 컨설턴트이자 저자로서 [KBS 스페셜]의 ‘어른들은 모르는 Z세대의 삶’,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KCTV 제주방송 [JDC 글로벌 아카데미], 경인방송 [사람과 책], 아리랑TV [아리랑 프라임], 채널A뉴스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요즘 것들』(2018), 『첫 출근하는 딸에게』(2019), 『세대 공존의 기술』(2019), 『나는 오늘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데일리 루틴』(2021), 이 있다.

이메일: davidstoneheo@gmail.com

홈페이지: https://www.davidstoneconsulting.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vidstoneheo 

브런치: http://brunch.co.kr/@davidstone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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