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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Jul 25. 2016

아무도 모를, 아니 몰랐을 이야기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반복되는 검사와 치료의 과정 속에 둘째 아이의 수술일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공와우수술.

생소했던 이 단어가 이제는 굉장히 익숙하네요. 어렵고 난해했던 전문 의학용어들도 제법 이해가 됩니다.


청각장애에 대해 저와 아내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한순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 왔죠. 어디에서도 속시원히 말해주지 않기에, 자료를 찾고 또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알면 알수록 수술이 갖는 중압감과 필요성 사이에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아이의 삶이 바뀌는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이지요.




'와우'라 함은 흔히 알고 있는 '달팽이관'을 말합니다. 즉, '인공달팽이관이식수술' 이라 할수 있지요. 하지만 정확히 새로운 달팽이관을 이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를 통해 들어가 '고막'을 떨리게 합니다. 고막에 붙은 '청소골(뼈)'을 거친 이 떨림은 '달팽이관'에서 하나의 신호로 바뀌게 되죠. 달팽이관과 연결된 '청신경'은 이 신호들을 읽어서 뇌로 전달시켜 줍니다.

이 일련의 과정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다들 알고 있는 '보청기'는 고막 바깥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더 키워 주는 것이지요. 만약 달팽이관 안쪽의 '감각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보청기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세게 두드려도 안쪽에 아무도 없다면 문은 열리지 않는것과 같죠. 이때 적합한 수술이 바로 '인공와우수술'입니다.


달팽이관이 청신경에 주는 자극은 일종의 전기신호와 같습니다. 여기서 착안하여, '외부에서 달팽이관에 이르는 구간'을 정밀한 '장치(Implant)'로 바꿔 주는 것이지요.


외부에 '마이크와 같은 장치'가 소리를 수집하고, '어음처리기'를 통해 소리를 신호로 바꿉니다. 이를 '내부 임플란트'를 통해 '청신경'으로 직접 신호를 주게 됩니다.



와우수술의 특징은 비가역성입니다. 수술을 한 후엔 장치를 제거 한다해도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물론 듣지 못하는 상태로 가는게 무의미하지않냐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술여부를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와우수술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와우수술 이후엔 우리가 듣는 것과 전혀 다르게 소리를 인지 하게 됩니다. 

아날로그인 세상의 소리를 0과1로 바뀐 기계음으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수술이후 여러 훈련을 거치겠지만, 소리를 처리하는 '기관'이 '기계'로 바뀌는 것이기에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인공와우 후 듣게 되는 Sound 예시)

https://youtu.be/SpKKYBkJ9Hw


처음 이 소리를 듣고 저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평생 듣는다는 생각에 아내와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더욱 높은 채널수의 임플란트가 하루빨리 개발되길 바랄뿐이죠.



두번째, 인공와우수술은 또다른 치료과정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수술이후, 소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맵핑(Mapping)'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외부 자극을 소리형태로 듣기 위해 형태나 높낮이를 맞추는 것이죠.

이것은 잡음과 말소리를 구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에 1회 정도 수개월에 걸쳐 이뤄집니다.


맵핑이 어느정도 갖춰 지면, 본격적으로 '청능재활훈련'을 실시합니다. 기계음을 우리가 알고 있는 말소리로 연결해서 정말 ''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우그ㅁ머" 라고 들리는 전기 신호를 "엄마" 라는 말로 '학습'하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오랜시간 굉장히 많이 반복해야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언어를 처음 접하는 어린 아이들에겐 '청능훈련'의 과정이 굉장히 고된 과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말을 곧 잘 하던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소리를 잃었다 다시 수술을 통해 듣게 되는것과, 저희 아이처럼 단 한번도 말을 들어본적이 없이 수술 후 말을 배워 가는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수 밖에 없겠지요.  


와우수술 외부장비를 착용한 아동


또한, 전기신호로 해석된 소리들은 주변소음목소리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과 토론하거나 군중들 속에서 필요한 말을 골라서 들어야 하는 것, 등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통 청능훈련은 3~7년에 걸쳐 이뤄 집니다. 그러나 언어학습은 개인차가 굉장히 큰 편입니다. 또한 성장발달에 따라 언어 구사 방식도 다양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언어재활훈련은 거의 평생에 걸쳐 이뤄지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여전한 낮은 사회적 이해와 높은 비용의 문제 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청각장애인(농아인)' 하면, '수화'를 쓸거라 생각합니다. 보청기는 노년의 어르신들만 착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요.


1988년부터 이뤄진 인공와우수술은, 2005년부터 의료보험적용이 가능해지면서 수술인구가 비약적으로 늘었습니다. 최근 국내 시술자만 약1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15년기준)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청각장애와 관련된 복지정책과 지원은 여전히 '수화' 구사자를 타켓으로만 하고 있습니다. 


비용에 관련된 사항이 주요합니다. 

의료보험 적용이 된 후에도, 양쪽 수술시 약 1천만원 넘는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마저도 위에서 언급한 맵핑, 청능훈련과 같은 과정에는 적용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일주일에 2~3차례 반복되는 해당 과정들은 2년만 계산해도 1천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입니다. 물론 먼 서울의 주요 병원까지 오고가는 시간과 비용은 계산하지 않은 것이지요.


고가의 내,외부 임플란트 장비는 자라나는 아이에 맞춰 지속 관리가 필요합니다. 관리(수리)비용은 100%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부분이지요.


지원장비들은 더욱 열악하지요. 학교 수업때 활용 가능한 'FM수신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마이크를 걸어주면, 와우수술을 한 학생에게 바로 신호를 보내주는 장비지요. 수업에 꼭 필요한 이런 장비도 시,도 전체에서, 단 1대 정도만 대여가능한 상황입니다. 사비를 들여 구매(약4백만원)하여도 선생님들의 낮은 이해도로 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와우수술 전까지 필수적으로 착용하는 보청기는 국가지원사업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한쪽에만 3,4백만원 하는 장비를 몇년간 착용해야하는데도 말입니다.


아이의 적응을 위해, 같은 문신을 한 아빠 (뉴질랜드)

여전히 낮은 인식은 처우 개선을 더욱 더디게 합니다. 

와우수술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수술이후엔 일반인과 똑같이 듣고 말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자신들과 다소 차이있는 말투와 화법을 듣고 난 후, 거부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학교에서 일반아이들과 같이 어울리면 소위 '왕따'를 당해 고통받는 경우를 자주 듣곤 합니다. 심하면 착용중인 외부 장비들을 부셔버리는 짓을 당하기도 했다는 얘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더욱 가슴아팠던건, 그런 상황에서 정상아이 부모들의 태도였습니다.

'아이가 문제가 있으면 특수학교로 보낼것이지 왜 일반학교에 보내서 그런 꼴을 당하냐'는 태도이지요. 수화를 쓰지않는 우리 아이들은 특수학교 진학도 쉽지 않다는것을 그분들은 모를테지요.

부모와 선생님들의 낮은 수준이, 더욱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분명 인공와우수술은 아직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에겐 인공와우수술이 필요합니다.


90dB이상 청력손실을 가진 아이는 보청기를 통해선 사실상 ''을 배우긴 어렵습니다.

또한 만6,7세 이하의 아동에게 '소리'는 단순히 의사소통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뇌에서 '소리'나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의 발달을 촉진시켜주는 것이죠. 저희 아이가 발달지연과 복합장애를 안고 있는 것은 이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인공와우수술을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부모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여부와 상관없이,
부모는 위의 모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와우수술을 받은 아이의 치료 과정을 함께 볼 수도 있어야 하며, 객관적인 자료들도 제공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합니다.

와우수술과 관련된 그 어떤 국가지원단체도 없습니다. 심지어 시행하는 병원에도 그리 많은 자료가 있진 않습니다.

 

처음 수술을 개발한 호주나 해외 우수 사례를 찾아서 유가족들이 각자 공부하는 것이 현재 수준입니다.


중증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심리치료와 카운셀링을 진행하는건 해외 사례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당사자 가족은 물론 담당 학교 교사, 언어치료사, 심지어 학급 친구도 함께 하는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사회적 이해와 합의가 함께 할  이뤄 질 수 있는 것이지요.


긴 이야기의 끝은 바로
'우리의 작은 관심과 이해' 입니다.

우연히라도 와우수술을 한 아이를 만난다면, 수근대거나 이상해 하지 마시고,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그 친구는, 그 순간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자 지난 수년간 연습해 온 아이니까요.







[참고자료]

인공와우와 함께하는 이야기 (다음카페)

http://footoo.com/503

황혜경보청기청각언어센터 (http://goodhear.co.kr/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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