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숨 May 16. 2024

“우리 손주만 없어 씽씽이”


우리 아이는 나름 풍족하게, 아니 부족하지 않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디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양가 첫 손주라 물질과 선물을 종종 받는다. 할머니들이 백화점에서 옷이며 장난감을 사주시니 엄마는 쿠팡이나 당근에서 저렴하게 사기로 한다. 늘 감사하다.


그런데 엄마로서 로디에게 절대 사주지 않기로 맹세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씽씽이다. 어른이고 아이고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지면 내장 파열이나 뇌 손상과 같은 중상을 입을 수 있고 차에라도 부딪히면 사망까지 가는 소식을 적잖게 들었다. 오토바이만큼 위험하다는 생각에 위험을 잘 모르는 나이대에는 더욱 사주면 안 되는 물건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뛰어다니는 남자 아이 하나 컨트롤이 어려운 나인데 행동반경이 훨씬 넓어지면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가 정 갖고 싶으면 초등학생쯤 되어 헬멧과 팔꿈치, 무릎에 보호 장구를 다 차게 한 후 태우려 했다.


그런데 친정엄마의 생각은 달랐다. 씽씽이를 타고 다니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야기를 꺼내셨다.


“하원할 때 엄마들이 애들 탈 거 하나씩 다 들고 오는데 로디 혼자 탈 게 없어.”


애한테 그렇게 위험한 걸 자꾸 사주려는 친정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씩 로디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면 로디보다 작은 애들도 씽씽이를 타고 다녔는데 아이들도 무서운 걸 알아서 조심히 타려는 걸 보며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생각했다가도 ‘익숙해지면 빨리 달리다가 다칠거야’라는 생각에 구매 욕구를 내려놨다.  


하지만 어린이날이 다가오면서 아이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평소와는 다른, 정말 깜짝 놀랄만한 것을.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후부터 마음 한편에 씽씽이 영 사라지지 않아 남편에게 의사를 물었고 남편은 좋다고 했다.


친정엄마는 반가운 마음에 “안 그래도 내가 몰래 사주려고 했는데.”라는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지만 그만큼 좋아하셨고 친히 비용을 내 주시겠다 하셨다. 어린이날 선물이라며.


생각보다 금액이 세길래 핫딜을 기다리다가 중딜 때 그냥 구매했다. 이러다 어린이날을 지나서야 줄 것만 같아서. 찬조해주신 친정엄마께 감사하며 연락을 드리니 너무 신나하셨다.


친정엄마와의 대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

로디도 좋아했을까?


처음에는 무서워서 “씽씽이 미워!”하며 밀어냈지만 다행히 이제는 달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헬멧을 영 쓰기 싫어해서 나와 대치하다가 안 타는 때가 많다. 팔꿈치, 무릎보호대는 몰라도 헬멧은 절대 양보할 수 없기에 여름에는 많이 못 타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로디.


만 세 살도 안 된 로디에게 씽씽이를 사줄 거라곤

두 달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놀이터에 가면 휙- 휙- 지나가는 씽씽이에 눈을 고정하면서도

“로디, 씽씽이 안 타.”라고 말하는 너를 보며 엄마가 마음이 복잡했어.


사실 엄마는 아빠도 같은 마음일 줄 알았거든.

씽씽이는 위험해서 안 사주려 할 줄 알았는데

아빠도 사실 사주고 싶어 했더라고.

외할머니는 너에게 그랬다지.

“엄마한테 씽씽이 갖고 싶다고 말해 봐.”라고. (정말...)


하지만 너가 말하지 않아도,

심지어 반대로 말해도 다 느껴지더라고.

씽씽이를 원하는 네 마음이.


엄마가 되면 여러 가지 능력이 생기는데

그 중 눈빛을 읽는 능력이 아주 탁월해져.

물론 자식에 한해서.


외할머니도 엄마가 딱 먹고 싶던 메뉴를

저녁에 준비해 주실 때가 정말 많거든.

그럴 때 엄마는 너무 놀라서 물어봐.


“엄마는 도대체 말도 안 했는데 내가 먹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아?”라고.

그러면 외할머니는 늘 그러셨어. “엄마잖아.”


그 말이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


외할머니가 그러시더라.

거실 옆 복도 벽을 잡고 씽씽이를 연습하는 로디를 보면서

아파트 복도 난간을 잡고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독학했던 엄마가 떠오른다고.


외할머니는 널 보면서 엄마를 추억해.


그래서 말인데, 로디.


헬멧에 조금만 더 관대해질 수 없을까.

씽씽이가 창고에서 너무 오래 자고 있는 것 같아.

집에서 뛸 에너지를 씽씽이로 풀고 오면 참 좋을 것 같아 :)

그 모습, 할머니한테도 보여드리고 말이야.

할머니가 정말 좋아하실거야.


씽씽이에 눈길도 못 주게 하다가

이제 와서 마구 타라고 하니 당황스럽지?

엄마도 그래.


그런데 마음을 한 번 여니 로디가 잘 다루기만 한다면

고놈 로디에게 제법 든든한 친구가 되겠더라고.


그런 의미로 이번 주말에 씽씽이타러 한 번 나가볼까?

콜?



아빠 붕어빵에게도 엄마 모습이 있다!


이전 08화 엄마는 내 엄마잖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