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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숨 May 30. 2024

4세 아들이 밥 먹여줍니다


아이를 먹였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눈도 못 뜬 아이 입에 처음 젖을 물릴 때. 회음부가 아프니 제대로 앉을 리 만무하고 처음 신생아를 안아보니 긴장으로 온 몸이 굳어 첫 수유 후 그대로 침대에 뻗었더랬다.


젖이 충분치 않으니 분유도 먹이는데 젖병 꼭지를 입에 문 > 입 모양이 어찌나 생경하면서 중독성 있던지. 분유를 먹다 자는 아이를 깨우지 않고 가만히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원래는 깨워서 먹여야 한다.)


이유식 시작. 분유와 다른 식감과 맛에 본능적으로 미간이 구겨지고 혀를 내밀지만 이내 적응하고는 폭풍 흡입했다.


자기주도이유식. 고구마 빵을 만들어줬는데 너무 허겁지겁 양손으로 먹어서 목이 막힐까봐 걱정 됐는데 그보다 음식에 집념하는 모습이 솔직히 무서웠다. 오죽하면 로디 입을 벌려 음식을 빼냈을까. 뺏긴 설움에 어찌나 울어대던지. 이때부터 로디는 자기 손으로 밥 먹는 데에 진심이었고 나는 옷과 바닥에 뿌린 음식을 닦을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실 너무 기특한 행동이었는데 말이다.


유아식을 하고 있는 지금. 그렇게 잘 먹던 로디는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 음식에 잘게 썬 파를 하나하나 골라내고 낯선 질감의 재료를 뱉어낸다. 그럼에도 밥태기(밥+권태기)한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못 먹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지금 내 이야기가 다 자랑처럼 들릴 테다. 그래. 분명 먹는 데에서만큼은 로디를 따라올 효자가 없다.


이렇게 몇 년간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무엇일까? 아마 로디는 “옳지!”를 가장 많이 들었을 테다.


“옳지, 잘 먹네.”

“옳지, 맛있어?”

“옳지, 옳지.”


로디는 모유, 분유, 이유식, 간식을 거쳐 오면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옳지’를 들었을까.


워킹맘이 된 후 로디의 식사는 보통 친정 엄마가 해 주시지만 그래도 내가 로디 평생 입에 “옳지!”를 외치며 숟가락을 넣어준 사람 아니던가. 그런 엄마에게 효자 노릇을 하려는지 로디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손으로 친히 엄마 입에 음식을 넣어 준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선 아이 손에 붙들린 숟가락이 조금 두렵다.


“엄마 ‘옳지’ 해줄래.”

“아니야. 엄마가 먹을래. 엄마가 스스로 먹고 싶어.”

“아니야아아아아! 로디가 ‘옳지’ 할거야아아아아!”

“그럼 천천히 해줘, 천천히... 알았지?”


날아오는 숟가락의 예측할 수 없는 속도와 어디로 휠지 모르는 방향. 나는 숟가락을 쥔 로디 손을 꼭 잡고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내 입에 넣는다. 그럼 로디는 눈이 없어지도록 웃으면서 말한다.


“옳지!”


네 살 아들이 먹여주는 밥. 매번 스릴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는 방법이라 생각하니 우습지만 ‘나 지금 사랑받고 있구나’, 그리고 ‘내가 준 사랑을 사랑으로 제대로 받았구나’ 싶다.


"옳지!"


이제 내겐 단순한 추임새가 아니다.

로디의 사랑 표현이다.




사랑하는 로디.


고백할게.


얼마 전까지 너에게

"엄마도 한 입만!"이라며

로디의 사랑을 확인했던 엄마이지만

사실 엄마는 엄마 손으로 적당한 힘을 이용해서

익숙한 방향으로 음식을 입에 넣고 싶어.


그런데 로디가 “엄마 ‘옳지’ 해줄래!”라고 말하면

긴장되면서도

언제까지나 이러지 않을 로디임을 알기에 감사해.


물론 너에겐 그저 먹는 동안 할 수 있는

장난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그런데 로디는

밥 뿐만 아니라 많은 걸 엄마에게 해줘.


엄마가 평소와 달리 거실에 누워 있으면

"엄마, 아파요?" 하면서 뽀뽀를 쪽 해주거나

누워있는 엄마 어깨를 주물러주려고 옆에누워서

그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해줘.


엄마에게 뭐든 주려는 마음이,

떠오른 마음을 바로 실행하는 힘이

로디에게 얼마나 오래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엄마 마음엔 정말 오래 남을거야.


그래도 때때로 잊어버리니

이렇게 적어두고 자주 펼쳐보려 해.

이때의 너가 그리울 때.

사랑을 사랑으로 받고 사랑으로 주는 너의 모습이 보고플 때.


때로는 사랑을 왜곡하고

제때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에게도

그런 능력이 생겨나길.

 

순수한 사랑을 지닌 너에게 많이 배우는 엄마이길.



늘 잘 먹어주는 고마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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