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못 뜬 아이 입에 처음 젖을 물릴 때. 회음부가 아프니 제대로 앉을 리 만무하고 처음 신생아를 안아보니 긴장으로 온 몸이 굳어 첫 수유 후 그대로 침대에 뻗었더랬다.
젖이 충분치 않으니 분유도 먹이는데 젖병 꼭지를 입에 문 > 입 모양이 어찌나 생경하면서 중독성 있던지. 분유를 먹다 자는 아이를 깨우지 않고 가만히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원래는 깨워서 먹여야 한다.)
이유식 시작. 분유와 다른 식감과 맛에 본능적으로 미간이 구겨지고 혀를 내밀지만 이내 적응하고는 폭풍 흡입했다.
자기주도이유식. 고구마 빵을 만들어줬는데 너무 허겁지겁 양손으로 먹어서 목이 막힐까봐 걱정이 됐는데 그보다 음식에 집념하는 모습이 솔직히 무서웠다. 오죽하면 로디 입을 벌려 음식을 빼냈을까. 뺏긴 설움에 어찌나 울어대던지. 이때부터 로디는 자기 손으로 밥 먹는 데에 진심이었고 나는 옷과 바닥에 뿌린 음식을 닦을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실 너무 기특한 행동이었는데 말이다.
유아식을 하고 있는 지금. 그렇게 잘 먹던 로디는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 음식에 잘게 썬 파를 하나하나 골라내고 낯선 질감의 재료를 뱉어낸다. 그럼에도 밥태기(밥+권태기)한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못 먹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지금 내 이야기가 다 자랑처럼 들릴 테다. 그래. 분명 먹는 데에서만큼은 로디를 따라올 효자가 없다.
이렇게 몇 년간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무엇일까? 아마 로디는 “옳지!”를 가장 많이 들었을 테다.
“옳지, 잘 먹네.”
“옳지, 맛있어?”
“옳지, 옳지.”
로디는 모유, 분유, 이유식, 간식을 거쳐 오면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옳지’를 들었을까.
워킹맘이 된 후 로디의 식사는 보통 친정 엄마가 해 주시지만 그래도 내가 로디 평생 입에 “옳지!”를 외치며 숟가락을 넣어준 사람 아니던가. 그런 엄마에게 효자 노릇을 하려는지 로디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손으로 친히 엄마 입에 음식을 넣어 준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선 아이 손에 붙들린 숟가락이 조금 두렵다.
“엄마 ‘옳지’ 해줄래.”
“아니야. 엄마가 먹을래. 엄마가 스스로 먹고 싶어.”
“아니야아아아아! 로디가 ‘옳지’ 할거야아아아아!”
“그럼 천천히 해줘, 천천히... 알았지?”
날아오는 숟가락의 예측할 수 없는 속도와 어디로 휠지 모르는 방향. 나는 숟가락을 쥔 로디 손을 꼭 잡고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내 입에 넣는다. 그럼 로디는 눈이 없어지도록 웃으면서 말한다.
“옳지!”
네 살 아들이 먹여주는 밥. 매번 스릴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는 방법이라 생각하니 우습지만 ‘나 지금 사랑받고 있구나’, 그리고 ‘내가 준 사랑을 사랑으로 제대로 받았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