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월에 접어 든 로디를 보면서 매일같이 생각한다.
'둘째는 언제 낳지?'
'남편이 마흔 되기 전에 낳아야 하는데.'
'둘째 낳으면 퇴사해야 하는데 수입 반토막 나면 우리 형편에 애 둘 키우는 게 가능할까?'
'1년 늦게 낳는다고 돈이 더 모이려나?'
'더 늦어지면 안 낳고 싶어지지 않을까.'
이 생각들은 다른 생각을 잡아먹지 않고 계속 순환한다. 둘째를 낳자, 말자, 미루자 세 가지 중 그 어떤 선택지도 강자는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루자’가 더 강해보이나,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녔지만 실은 이미 낳았어야 혹은 현재 임신한 상태여야 베스트라고 내내 생각하고 있다.
로디에게 동생의 개념을 알려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평소 즐겨보던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선생님이 만 2세부터 볼 수 있는 성교육 만화책을 출간하셨단다. 그래서 당장 구매하여 로디에게 읽어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거기엔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단어도 많이 나오지만 동생을 임신한 엄마 이야기도 나온다.
성교육을 하기 전부터도 로디와 함께 읽는 동화책에서 종종 임신한 엄마와 동생 이야기가 나왔다. 로디가 어릴 때는 책을 읽을 때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단어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을 테다. 그런데 요즘은 입력과 출력이 꽤 자유로워서 책을 읽어주면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공룡 책을 읽고 나면 밤에 갑자기 공룡이 따라온다며 악몽을 꾼 듯 울기도 하고, 무지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길을 가다 아치형 모형을 보면서 “저거 무지개예요?”하고 묻는다. 몇 달 전에나 읽어줬던 내용을 예상치 못한 때에 갑자기 이야기할 때도 있다.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할 때도 다 듣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때다.
최근 읽었던 책에서는 동생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 로디에게 꽤 인상깊었나보다. 언젠가 갑자기 내 배를 가리키며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어요?”라고 묻는 것이다. “아니, 그럴 일 없어...”라고 대답했지만 언젠가 둘째가 생겼을 때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로디가 바로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어 내심 안심했다.
그랬는데 웬걸, 내가 다른 아이를 안거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귀여워하면 로디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로디 엄마잖앍!
그냥 성내는 것이 아닌 ‘썽’을 낸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얼굴의 모든 주름을 구기며, 성대를 최대한 긁으며 소리를 지른다. 다른 데 있다가도 내가 다른 아이를 만지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와서는 나를 다른 아가로부터 떼어 놓는다.
“로디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종종 물어보는데 3번 중 2번은 싫다고 한다. 둘째를 계획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도, 우리 부부의 나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로디의 이런 격한 반응들도 한몫 한다.
'터울이 너무 많으면 안 되는데.'
'곧 노산인데.'
'하나만 있어도 행복한데.'
'형편도 안 되는데 그냥 로디 하나에게만 사랑과 재정을 주는 게 로디도 좋지 않을까.'
'로디 동생이 태어난다 해도 성인이 되어 얘네 사이가 안 좋아지면 어쩌지.'
둘째를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너무나 많음에도 로디에게는 외동으로서 혼자 짊어질 짐들을 좀 덜어주고 싶어서, 나는 그저 사랑이라고 하는 둘째의 모습도 궁금해서 또 한 번의 임신과 출산, 양육을 다짐해 본다.
사랑하는 로디.
요즘 로디는 엄마가 다른 아이를 만지는 것을 아주 싫어해.
그래서 로디에게 동생이 생긴다면 얼마나 힘들지
엄마가 종종 생각해 봐.
원래 첫째에게 둘째의 존재는 처음엔 대단히 충격적이래.
로디만의 엄마가 동생의 엄마도 된다니!
엄마를 쪼개야 하다니!
엄마를 나눌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대.
그래서 엄마도 욕심을 내려놓고
로디에게 천천히 다가가 보려 해.
로디가 동생 싫다고 말할 때
엄마가 “아냐, 동생도 좋아”라고 했잖아.
이제는 동생이 좋냐느니, 싫냐느니 물어보지 않으려고.
당장 로디의 생각을 바꾸려 강요하지도 않으려고.
우리 일단 천천히
로디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앞으로 나올 동생(아직 없음)과 친해지자구.
엄마도 천천히 준비할게.
로디 동생을 맞이할 준비를.
* 표지 사진 출처 | Unsplash @Sylwia Bartyz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