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그리고 미소 — 얼굴은 밖으로 드러난 심장
훌라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요소는 단연코 미소다.
특히, 현대 훌라를 뜻하는 아우아나 훌라의 화룡점정은 미소다.
우아한 손끝과 부드러운 스텝이 한 올씩 짜여 완성되는 훌라.
여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바로 얼굴 표정, 그중에서도 따뜻한 미소다.
그런데 직접 훌라를 춰보면, 생각보다 미소 지으며 춤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얼굴은 굳고, 미소 짓는 근육이 있는지조차 잊게 된다.
아름다운 훌라 음악에 취해 마음은 분명 말랑한데, 만약 누군가 그 순간 내 얼굴만 보았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화가 난 채로 춤을 추고 있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다.
어느 날, 춤 동작을 점검하기 위해 영상을 촬영했다.
행복하게 한 곡을 추고 영상을 재생했는데, 영상 속 내 표정은 깜짝 놀랄 만큼 굳어 있었다.
나는 분명 즐겁게 춤을 췄지만, 화면 속 내 표정에서는 그 어떤 행복감도 읽히지 않았다.
화사한 내 감정은 회색 콘크리트 안에 갇혀 색을 드러내지 못했고, 그 기쁨을 오로지 나 혼자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훌라를 출 때 미소가 없다면, 나의 행복감을 세상과 공유할 수 없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 후로는 동작 연습만큼이나 미소도 함께 연습하게 되었다.
훌라 수강생들도 종종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늘 화사하게 웃으며 훌라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거울 속 딱딱하게 굳은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때 놀란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웃고 있으니까 나도 웃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대조돼서 놀랐어요.
나는 평소에 웃는 얼굴이 익숙하지 않구나, 새삼 알았어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한다.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생각보다 웃는 근육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엔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하더라고요.
처음엔 쉽지 않아요.”
미소의 비밀, 미주신경
훌라에서 미소는 단순한 여성적 표현이나 팬 서비스가 아니다.
훌라의 아름다움과 감정을 전하는 핵심이며, 더 나아가 우리의 신경계와 삶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깊은 몸의 언어다.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을 창안한 세계적인 신경생리학자 스티븐 포지스 박사는
“얼굴은 밖으로 드러난 심장이다”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얼굴의 표정은 몸의 신경 상태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10번째 뇌신경인 미주신경은 뇌에서 시작해 심장, 폐, 소화기관, 그리고 얼굴의 표정 근육까지 연결되어 있다.
인상 깊은 점은, 이 미주신경이 심박수, 표정, 그리고 사회적 소통 능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편안할 때 신경계는 안정되고, 자연스럽게 얼굴 근육도 이완된다.
일부러라도 미소를 지으면 미주신경이 자극되어 심장 박동이 잦아들고, 호흡이 부드러워지며,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생리적 반응이 일어난다고 포지스 박사는 말한다.
또, 우리가 누군가에게 미소를 건넬 때 그것은 단순한 표정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상대가 미소로 다가오면 이는
“나는 안전해요. 안심하세요. 당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요.”
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신체 언어다.
미소는 상대방의 신경계를 안정시킨다.
훌라를 통해 미소 짓는 근육을 자주 쓰고 익숙해지는 일은, 단지 공연을 위한 훈련이 아니다.
그건 관계를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몸의 연습이다.
자연스러운 미소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심리적 안전 신호가 된다.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자주 보다 보면
‘나는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이 자리 잡는다.
또, 따스히 미소 지은 얼굴로는 말투가 거칠고 날카롭기 어렵다.
스티븐 포지스 박사는 다정하고 리듬감 있는 말투 역시 미주신경을 자극해
서로의 신경이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감정을 더 섬세하게 인식하고 조율할 수 있는 유연함도 생긴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나 문제 해결력도 함께 향상된다.
미주신경의 건강은 자율신경 균형을 의미하며,
다양한 스트레스 증후를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미소 하나가 말투와 자세, 관계까지 바꾸며
삶의 분위기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소를 닮은 신경, 마음을 닮은 몸
그래서 오늘도 훌라를 연습할 때 나는 이렇게 다짐해 본다.
잘 추려고 애쓰기보다,
먼저 따뜻하게 웃어보자.
오늘의 작은 미소 하나가
잘 쓰지 않던 얼굴 근육을 부드럽게 깨워줄 테고,
오늘 하루와 내 삶 전체를
조금 더 환하게 밝혀줄 테니까.
그리고 생각한다.
춤을 완벽하게 추지 못한다 해도,
미소 짓는 습관을 얻게 되었다면—
훌라가 내게 남긴 선물은
이미 충분하다고.
미소 연습이 혼자서는 어렵다면,
훌라 춤추러 오세요. 환영입니다.
- 훌라춤추고 명상하는 여자-
https://www.instagram.com/hula_garder2igsh=ZDVwMjdubGo0ZGo1
https://blog.naver.com/dawn0208/223788530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