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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전하는 두 개의 이야기, 카히코와 아우아나







훌라의 전통과 현대_카히코와 아우아나


훌라(Hula)는 춤에 담긴 하와이의 삶이자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는 신화와 함께 단단히 시작되고, 어떤 이야기는 사랑의 노래처럼 유연하게 흐른다. 훌라는 카히코와 아우아나, 두 갈래로 나뉘며 시간의 층을 가른다. 하나는 고대의 숨결을 간직한 카히코(Kahiko),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선율 위를 흐르는 아우아나(‘Auan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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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히코 – 신성한 이야기의 전달자


카히코는 서구 문화가 하와이에 들어오기 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훌라다. 드럼과 이푸(박)에 맞춰 챈트(올리, oli)라 불리는 반복된 소리를 읊는다. 단조롭지만 규칙적인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 자체가 리듬이 되고 멜로디가 된다. 화산, 바람, 바다 같은 자연, 신화 속 여신과 왕족을 기리는 이야기들이 단단한 발구름과 상징적인 손짓 속에 새겨진다. 나뭇잎이나 나무껍질로 만든 전통 의상, 깃털이나 자연 재료로 만든 장신구를 착용하여 경건함을 돋보이게 한다.

이 춤에서 댄서의 표정은 진지하고 절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춤추는 내내 미소를 짓지 않는다. 댄서는 스스로를 신성한 이야기의 전달자라 여긴다. 웃거나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내면의 에너지와 메시지에 온전히 집중한다. 세상에 신과 나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듯 말이다. 그 고요한 얼굴 속엔 심연까지 뻗은 듯한 깊은 연결이 옅보인다. 또렷하고 강한 눈빛으로 정면 또는 신이나 자연을 상징하는 방향을 응시한다. 마치 고대의 사제가 신화를 읊으며 의식을 진행하듯, 그들의 얼굴엔 강한 의지와 정신력, 그리고 신성함에 대한 경외심이 담긴다. 동작은 강인하고 원초적인 힘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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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아나 – 사랑을 춤추는 예술가


아우아나는 카히코 이후에 서양 악기와 음악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현대 훌라다. 우쿨렐레, 기타, 슬랙키 기타, 스틸 기타의 부드러운 선율이 사랑과 자연, 그리움과 일상의 감정을 품은 하와이언 송과 어우러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앙증맞은 기타인 우쿨렐레가 하와이 전통악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1879년,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하와이로 이주하면서 가져온 작은 현악기를 하와이 장인들이 하와이식 튜닝과 구조로 재해석하며 오늘날의 우쿨렐레가 탄생하게 되었다. '우쿨렐레(ʻUkulele)'는 하와이어로 "뛰노는 벼룩(jumping flea)"이라는 뜻이다. 연주할 때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이라 전해진다. 특히 리리우오칼라니 여왕은 이 악기로 곡을 쓰고 연주하며 우쿨렐레를 깊이 아꼈다. 외래 악기로 시작했지만 하와이 사람들의 손에서 재탄생하며, 이제는 하와이 음악과 훌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 악기가 되었다.

우쿨렐레의 밝은 멜로디와 참 잘 어울리는 아우아나는 춤선이 흐르듯 유연하고, 표정 또한 감성적이다. 댄서의 얼굴엔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 사랑스러운 표정, 그리고 가사의 흐름을 따라 피어나는 풍부한 감정이 담긴다. 아우아나는 사랑, 자연, 그리움, 일상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곡들이 많고, 멜로디가 풍성하기 때문에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댄서는 마치 사랑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처럼, 온몸과 표정으로 마음을 전하고 관객과 교감한다. 그들의 웃음과 눈빛, 손끝의 감정을 눈으로 읽어낸다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다. 마치 하와이의 따뜻한 햇살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녹인다. 드레스의 풍성한 결, 꽃 목걸이의 향기, 머리핀의 생기로움 등 여러 장식이 더해져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인 훌라가 바로 아우아나이다.






두 개의 흐름, 하나의 뿌리


카히코와 아우아나. 전통과 현대는 다르지만, 뿌리는 하나다. 모두 몸으로 말을 하고, 가슴으로 감정을 되살리는 훌라이다. 카히코가 신성함의 울림이라면, 아우아나는 내가 딛고 있는 일상의 노래다. 춤이 탄생한 시간이 서로 다르지만 매순간 훌라춤으로 새롭게 현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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