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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생기는 일
by
새벽한시
Feb 20. 2023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시험 낙방, 도전했던 일에 대한 실패...
살면서 여러 번 쓴 맛을 보고 슬픔과 좌절에 빠졌다.
그럴 때마다 어깨를 두드리며 주위 사람들이 해주는 말,
"괜찮아,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야.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
부자와 빈자,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 유명한 권력자와 평범한 사람.
그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은 모두 같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이 일정하게 흘러간다는 것....
시간이 흘러간다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세월이 빨라 아쉽기만 했지,
시간이 멈춰버린다는 것이 또 다른 슬픔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한 사람에게 시간이 멈춘다는 것,
심지어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것... 은
같은 사건에 대해 기쁨이나 슬픔,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다시 느껴야 한다는 것
이었다.
연인과 이별하면 처음에는 죽을 듯 괴롭고 밥도 먹기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 밥도 잘 먹고, 사소한 것에 웃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한다.
매일 아침마다 눈 뜰 때마다 그날이 '헤어진 다음날'이라면 얼마나 삶이 괴롭고 힘들까...
어느새 돌아가신 지 5년 훌쩍 넘어버린 우리 아빠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너무 슬펐고, 첫제사에는 온 가족이 펑펑 울었지만
이제는 제사 때 친척들이 모여
웃으며 아빠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이번 주말 아빠의 제사 이야기를 했는데
엄마가 아빠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처럼
눈물을 흘리셨다.
"평생 고생만 하다 간 너네 아빠 불쌍해서 어쩌냐.." 하시며
아빠가 막 돌아가셨을 때처럼 우셨다.
엄마를 제외한 우리 가족의 상실감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상처를 덮어주었는데
엄마의 병은 상처 위에 천천히 오랫동안 쌓인 시간을
단박에 들춰내서 그 상처 그대로 다시 직면하게 한 모양이다.
제사상 앞에서 첫제사
때처럼
엄마는 아빠의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고
나는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그냥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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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한시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
저자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치매로 아이가 되는 엄마를 보며, 엄마의 엄마가 되어보려 적은 글을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먼저 나이 먹어본 언니로서 여동생에게 해주고픈 글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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