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생기는 일

by 새벽한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시험 낙방, 도전했던 일에 대한 실패...

살면서 여러 번 쓴 맛을 보고 슬픔과 좌절에 빠졌다.

그럴 때마다 어깨를 두드리며 주위 사람들이 해주는 말,

"괜찮아,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야.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


부자와 빈자,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 유명한 권력자와 평범한 사람.

그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은 모두 같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이 일정하게 흘러간다는 것....


시간이 흘러간다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세월이 빨라 아쉽기만 했지, 시간이 멈춰버린다는 것이 또 다른 슬픔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한 사람에게 시간이 멈춘다는 것,

심지어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것... 은

같은 사건에 대해 기쁨이나 슬픔,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다시 느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인과 이별하면 처음에는 죽을 듯 괴롭고 밥도 먹기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 밥도 잘 먹고, 사소한 것에 웃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한다.

매일 아침마다 눈 뜰 때마다 그날이 '헤어진 다음날'이라면 얼마나 삶이 괴롭고 힘들까...




어느새 돌아가신 지 5년 훌쩍 넘어버린 우리 아빠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너무 슬펐고, 첫제사에는 온 가족이 펑펑 울었지만

이제는 제사 때 친척들이 모여

웃으며 아빠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이번 주말 아빠의 제사 이야기를 했는데

엄마가 아빠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처럼

눈물을 흘리셨다.

"평생 고생만 하다 간 너네 아빠 불쌍해서 어쩌냐.." 하시며

아빠가 막 돌아가셨을 때처럼 우셨다.


엄마를 제외한 우리 가족의 상실감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상처를 덮어주었는데

엄마의 병은 상처 위에 천천히 오랫동안 쌓인 시간을

단박에 들춰내서 그 상처 그대로 다시 직면하게 한 모양이다.




제사상 앞에서 첫제사 때처럼

엄마는 아빠의 영정사진을 보며 흐느끼고

나는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그냥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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