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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Aug 19. 2023

결혼을 앞둔 여동생에게

아무리 사랑해도 이것만은...

결혼의 부푼 꿈을 안고 행복에 빠져있을 여동생들에게...


지금 결혼을 같이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첫사랑이 아니라면, 그 간 몇 번의 연애를 통해 사랑하는 감정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아마 이번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으니 연애로 끝나지 않고 결혼까지 이어졌겠지. 

"지금은 사랑하지만 그게 언제가 되었든 변할 거다", "사랑하는 감정이 언제까지고 뜨거울 수는 없다"... 뭐 이런 지루하고 산통깨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 


다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 상대방과 서로 맞춰가야 하는 결혼관계에서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글을 남겨봐.  


첫째로, 경제적인 능력은 꼭 지키면 좋겠어. 

결혼으로 인해 거주지를 옮긴다거나 하는 등의 여건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 그럼에도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일 거야. 그러니 어떤 형태로든 수입원을 유지하고, 만약 지금 수입원이 없다면 차근히 준비하길 바래 


내가 아는 분은 결혼 후 내내 전업주부였는데, 한 번은 친구랑 작게 사업하려다 잘 안 돼서 손실을 좀 봤다고 하더라구. 사실 그게 엄청 큰돈은 아니었는데, 신랑 입장에서는 한참 일이 많아 힘들 때여서 그랬는지 서로 감정이 안 좋아졌고 이혼까지 할 뻔했대. 그 후로 보육교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계셔. 


특히 아이를 낳은 후 아이와 같이 있고 싶은 모성애,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 게다가 돌봄이모님 비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엄마들이 경력을 단절하는 경우가 많지. 그런데 아이가 초등 3학년만 돼도 "엄마는 왜 집에 있어? 내 친구 엄마는 일하는데..."라고 말하기도 하더라구. (내 지인이 직접 겪는 일이야)


경제적인 능력은 네가 혹시라도 불행한 결혼생활을 할 때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이혼을 망설이지 않도록 해줄거야. 이혼하지 않고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더라도 가끔 (치사하지만) 경제적인 기여도에 따라 권력의 추가 기울기도 하거든. 그러니 너의 당당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도 너만의 수입원을 구축해 놓길 바래. 



둘째, 결혼 준비도 자산구축도 같이 하길 바래

요즘은 남자가 집, 여자가 혼수라는 공식이 거의 깨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그런 경우가 있더라구. 나의 또 다른 지인은 남자가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하고 여자가 가전가구를 채워넣었어. 그런데 남자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었고, 여자는 남자 명의의 집을 나오게 되었어. 물론 합의금으로 얼마간 받기는 했지만 친정집으로 가전가구를 가져오는 것도 번거로워 다 놓고 몸만 나오게 된 거야. 


그러니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집도 같이 구해서 공동명의로 하고, 돈을 뭉쳐서 살림살이도 같이 준비하면 좋겠어. 물론 남자보다 훨씬 적은 돈을 부담하면서 공동명의를 하라는 건 아니야. (그렇다면 양심이 없는 거겠지) 적어도 상대와 비슷한 수준을 부담하거나, 그게 힘들다면 나의 수준에 맞춰 남자의 부담을 줄이고 같이 간소하게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죽고 못 사는 사이라도 헤어질 때는 사람이 얼마나 유치하고 옹졸해질 수 있는지 주위에서 많이 봤잖아. "여긴 내 집이잖아"라거나 "결혼할 때 내가 더 많이 가져왔잖아" 등등의 말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으려면 결혼준비부터 집 꾸미는 것까지 같이 하기를 권하고 싶어. 



셋째, 사람은 바뀌지 않으니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처음부터 서로 정해놓자.  

결혼하고 1-2년 간 나는 명절 다음날에 친정에 갔어. 명절날 저녁에 시누들이 오니 다 같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신랑의 바람이었지. 결혼 초기이다 보니 그런 걸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기도 했고, 마음 한 편에는 내가 몇 번 양보하면 신랑도 어느 정도 양보할 거라는 기대도 있었어. 

그런데 한 두 번 양보해 주니까 어느새 그게 당연한 게 되어버리더라.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지. 사회생활하며 지겹게 들은 말인데도, 애정으로 맺어진 결혼생활에 그게 그대로 적용될 줄은 몰랐던 거지. 


부부는 서로 양보하고 맞춰가야 하는 게 맞아. 상대가 양보한 게 있으면 나도 양보하면서 중간 즈음에서 만나야지. 그러나 내가 정말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면 처음부터 서로 명확히 정해놓는 게 필요하다고 봐. 그렇지 않으면 상대는 내가 변했다고 서운해 할 수도 있으니까. 





법륜스님이나 부부상담가들의 말을 들으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많이 양보하고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 어쩌면 나의 조언들은 '양보하고 희생하는 정신'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잘 챙기는 자세'라서 '결혼과정이나 부부관계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거 아닐까'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었어. 


그러나 내 여동생이 결혼을 앞두었다면, 나는 '본인의 양보와 희생으로 평화로운 가정을 만드는 방법'보다 '사랑으로 시작한 여정에서 혹시나 받을 수 있는 상처를 피하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결혼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한 여동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는 바야. 


콩그래츄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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