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 상품’ 같은 행운이 우리 삶에도 찾아오기를

by 새벽관찰자

편의점 매대에는 유독 눈에 띄는 주황색 태그들이 있다. '2+1'.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매혹적인 유혹이자, 동시에 우리의 결핍을 가장 노골적으로 건드리는 숫자다. 두 개를 사야만 비로소 하나가 공짜로 주어지는 이 비정한 산식 앞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산식이 고장 나기를 바라는 순간들이 있다.




어느 새벽, 앳된 얼굴의 대학생이 카운터로 왔다. 그의 손에는 1+1 행사 중인 컵커피 하나가 들려 있었다. 바코드를 찍자 화면에는 '증정 상품을 가져오세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하나만 가져갈게요. 냉장고에 하나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사실 창고에는 재고가 넉넉했다. 하지만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의 피로한 눈망울 뒤로 밤샘 과제와 아르바이트, 그리고 불안한 미래의 실루엣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를 더 얻을 권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하나를 더 챙길 마음의 여유조차 바닥난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기회비용'을 계산하며 산다. 내가 이 시간을 선택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가치들. 연애를 포기하고 취업에 매달리고, 잠을 포기하고 스펙을 쌓는다. 그렇게 치열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 삶의 장부에는 늘 '적자'만 기록된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세상에서, '증정 상품' 같은 공짜 행운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나는 그가 나간 뒤, 냉장고에서 커피 하나를 꺼내 유통기한 임박 스티커를 붙였다. 그리고 다음 번 그가 왔을 때 슬그머니 건넸다.




"이거 폐기 나올 것 같아서 드리는 거예요. 증정품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때 그의 얼굴에 번진 작은 미소. 그것은 1,000원짜리 커피 한 캔의 가치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삶은 때로 우리에게 가혹한 청구서를 내밀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고 없이 '증정'이라는 이름의 위로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것은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다. 각박한 세상의 톱니바퀴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삶의 여백'이다.




우리는 흔히 복수를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복수는 나를 갉아먹는 세상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정당한 대가만을 강요하는 비정한 시장 경제 속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스템에 가하는 가장 우아한 반격이 아닐까.




2+1의 세계에서 1을 보태주는 행위는 단순한 덤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소리 없는 연대다. 나 역시 누군가의 '증정' 같은 호의 덕분에 무너질 뻔한 밤을 버텨냈음을 기억한다. 모르는 이가 건넨 따뜻한 캔커피 하나, 길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다정한 미소 하나가 내 삶의 매몰 비용을 상쇄해주었다.




도시는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계산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나는 카운터 너머로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소망한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 당신이 지불한 노력보다 딱 한 뼘만 더 큰 행운이 '증정 상품'처럼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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