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웃픈 것
요즘에 내가 남편에게 그 이야길 하면서, 그 할머니에 그 손녀 아니랄까 봐, 나는 한 술 더 떠서 " 내가 아들을 못 낳았나, 딸을 못 낳았나, 쌍둥이를 못 낳았나, 가슴으로 낳기까지 했는데!"라고 하고는 둘이 서로 마주 보고 큰 소리로 웃었다. (우리는 남자 쌍둥이 한 세트(?) 포함 아들 다섯+딸 둘의 일곱 아이를 낳고서 작년에 8번째 아들을 가슴으로 낳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셋째가 두 돌이 지나고 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하는 길에 멀미하듯이 속이 너무 울렁거려 설마 또 임신인가 싶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아기집이 두 개라며 보여주는 초음파 사진을 보았을 때도 우리 부부는 눈물방울까지 떨구며 미친 듯이 웃었다. 좋아서라기보다는, 너무 황당해서랄까.. 집안 내력에 쌍둥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쌍둥이를 낳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 보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초음파에 선연히 나타난 두 개의 아기집을 보며 그저 신기해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자주 웃는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빵 터지는 일이 많고 웃으면서 울 때도 있고 화내다가도 웃을 일이 생긴다. 왜 그런지 말로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너무 미묘한, 그런데 이상하게 웃기는 순간들이 많다. 한 번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장난꾸러기 쌍둥이 형제를 훈육하느라 둘 다 인상을 잔뜩 쓰고 포스를 뿜으며 훈육을 하다가 쌍둥이 중 하나가 다른 녀석을 힐끔 쳐다 보고 픽하고 웃으니 다른 녀석도 따라 싱긋 웃고, 그 모습을 보던 우리 부부도 엄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피식하고 웃어버리는 바람에 훈육에 실패하고 그냥 넷이서 흐흐 웃어버리고 끝나버린 때도 있었다.
어떤 아침에는, 저혈압인 몸이 너무 무거워 하루를 어찌 버티나 생각하며 눈을 떴는데 두 돌이 지나 말문이 트인 막내가 내가 2년 동안 자기에게 아침마다 해 주었던 말 "우리 아기 잘 잤어?"를 무려 주어를 바꾸는 고급 스킬 시전 하며 "엄마, 잘 잤어?"로 내게 다시 돌려주었을 때 미칠듯한 행복감에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남편에게 자랑해댔었다.
우리는 자주 운다. 아이들이 아플 때, 임신 출산 과정에서 내가 아프거나 아이들이 아프거나 크고 작은 일들이 생겼을 때, 너무 힘들거나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웃긴데 슬프기도 하고 화나는데 웃기기도 하고, 좋은데 눈물이 나기도 해서 항상 사시사철 울고 웃으며 함께 살아간다. 희로애락이 가득한 삶, 쉴 새 없이 현재 진행형인 삶. 사람들은 그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들 묻는데, 우리 부부는 그저 웃는다. 왜 사냐건 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