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당신에게
10kg짜리 배낭을 메고 혼자 20시간을 날아 조지아에 왔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두 달 정도 준비한 여행이다.6개월 동안 20개의 나라를 거쳐 갈 예정이다.
세계여행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게 느껴져 부담스럽지만, ‘세계’와 ‘여행’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매번 다른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나의 세상’은 나의 시선이 닿고 감촉을 느껴 본 작은 영역이다. 그에 반해 ’세계‘의 어감은 더 크고 넓다. 셀 수 없이 많은 각각의 세상이 모여 만들어진 집합체를 다 품고도 남는, 계속해서 너머의 무엇을 기대하고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둘레 없는 구. 이것이 내가 그리는 세계의 정의이다. 그런 세계로의 ‘여행’은 자꾸만 세상 너머로 넘어가려 하는 이들의 걸음이자 속성이 아닐까.
여행을 하며 덮쳐오는 수많은 감각과 생각들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기록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했다. 내게 들어오는 것과 내가 만들어내는(나를 통해 나가는) 것들을 적절하게 연결할 길을 내고 싶었다. 받아들인 것이 고이지 않고 흐르기를 원했고, 누군가에게 전달될 만한 가치를 가졌으면 했다. 밀려와 덮치는 새로운 자극들에 압도될 때 그것들을 다룰 도구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나를 사로잡는 것들을 나도 사로잡아 기록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내 여행이 색을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는 곳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앞으로 쓰이는 글들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지만 여행의 이야기가 녹아 있을 것이고, 소설이 아니지만 여기에서 보고 듣고 읽는 것들이 문학의 언어를 빌려 담기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문장은 나와 당신 사이에 놓일 것이다.
당신이라는 애매한 호명이 알맞은 수신인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 안에 있는 여러 상태와 형태의 ‘당신’ 중 하나를 호출하여 말을 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사랑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