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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양 May 07. 2017

이와 손톱 (빌 S. 밸린저) ★★★★☆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원작



※스포일러 주의※



시체도 없고 목격자도 없고


책은 루이스 몬태나-개명한 이름은 루이스 마운틴-라는 사람을 짧게 설명한 후 어떤 법정을 비춘다. 아직 피고인과 피해자가 누군지는 짐작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특이한 것은 피고인이 살인 사건 용의자인데, 시체가 없다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막상막하 법정 대결 


책은 짝수 챕터와 홀수 챕터로 나뉘고, 홀수 부분에서는 법정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법정에서는 성실하고 침착한 검사 캐넌과 빈틈없는 덴먼의 불꽃 튀는 대결이 벌어진다. 아직 독자는 피고인이 어떤 사람인지,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검사의 주장과 변호사의 주장을 짚어나간다. 대부분은 검사가 나와서 증인에게 질문한 후에 변호사의 반대 신문이 이어진다.


여기에서 재밌는 점은 검사 측 논리에 따라 피고인이 죄를 지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 뒤따른 변호사의 논리 공격에 혼란스러워진다는 거다. 발견된 피가 피해자와 같은 O형이라고 검사는 몰아가지만, 이 세상 인구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이 O라고 변호사는 받아친다. 이렇게 검사와 팽팽하게 맞서는 변호사를 보며 나는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몰라 더 흥미로웠다.



모래사장에서 '논리적으로' 바늘 찾기


책의 나머지 반쪽인 짝수 부분에서는 루이스가 아내를 죽인 남자를 찾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아내를 어디서 만났는지, 그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하지만 사건은 벌어지고 루이스는 삶의 희망을 잃고 방황하지만, 곧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런데 그 범인을 본 사람은 모두 죽었다. 아내와, 아내의 삼촌까지도. 루이스는 범인과 잠깐 전화기 너머로 대화만 나눴을 뿐이다. 알고 있는 건 가명뿐. 그럼 드넓은 미국 땅에서 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내가 '이건 불가능해'라고 생각하는 찰나, 루이스는 알고 있는 단서를 최대한 이용해 범인을 추격해 나간다.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추격은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범인의 가명을 이용해 은행 계좌를 찾고, 은행에 등록된 주소로 찾아가서 그를 본 사람에게 생김새를 전해 듣는다. 동시에 그가 프랑스인인 척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다음은 범인이 위조지폐를 어떻게 유통했을지에 대해 추리하고, 범죄자들의 습성을 통해 그가 뉴욕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그 길로 루이스는 뉴욕에서 택시 기사를 하며 불특정 다수 속 범인을 찾아 헤맨다. 의심 가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그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까? 바로 이전에 프랑스인으로 보이려고 했다는 점을 이용해 루이스는 목표물에 쐐기를 박는다.



60년 된 소설임을 잊지 않는다면 


만약 현대가 배경이었다면, 이 소설이 쓰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먼저 범죄현장에서 찾은 증거물이 뒤죽박죽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을 것이고, 애당초 루이스가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살아가는 게 힘들었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가 설정 상의 구멍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55년에 출간된 작품이라는 걸 잊지 않고 감상한다면 몰입하기 더 좋을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보자면 우리에게 평범해 보이는 구성도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전체적인 감상평 

시체가 없는 살인사건이라는 독특한 사건, 사건을 둘러싼 막상막하 법정대결, 범인을 찾아 나가는 주인공의 치밀한 논리. 1955년에 출판된 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별점 ★★★★☆


시체 없는 살인사건이 흥미롭게 느껴졌다면

아쉽게도 비슷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책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비슷한 책을 아신다면 추천해주세요. 추천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대신에 하정우, 장혁, 박희순 주연의 영화 '의뢰인'을 추천해드립니다. 시체 없는 살인사건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꽤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치열한 법정 싸움에 관심이 간다면

법정 스릴러인 줄 알고 읽었는데, 스릴러라기보다는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있었습니다. 시즈쿠이 슈스케의 '검찰 측 죄인'입니다. '이와 손톱'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지만, 재밌는 책이어서 꼭 추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책은 아니지만 명작으로 손꼽히는 법정 스릴러 영화 '프라이멀 피어'도 추천합니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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