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리 Sep 29. 2023

제발 트림 하고 자 눈 감지 마 끊어먹지 마

나는 트림을 할 줄 모른다



나는 트림을 할 줄 모른다. 안 믿을 수도 있다. 남편도 안 믿었으니까. 그런데 나랑 생활해보고 나니 이제는 믿는 것 같다. 나는 살면서 트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기를 키우다보니 내가 어떻게 트림을 할 줄 모를 수 있는지 신기하다.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하는데……? 우리 엄마도 매일 나를 트림시키느라 이리 두드려 보고 저리 두드려보고 씨름을 했을 텐데, 어떻게 지금은 전혀 못하는 걸까 의아할 정도다.


육아의 세계에서 트림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특히 분유를 먹는 아기한테는 더더욱.


※ 트림: 먹은 음식이 위에서 잘 소화되지 아니하여서 생긴 가스가 입으로 복받쳐 나옴 (잘못된 표현: 트름)


아기가 젖병을 빨다 보면 분유만이 아니라 공기가 같이 들어간다. 그런데 아기는 혼자 트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분유 액체와 공기를 구분해서 공기를 꼭 빼줘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가스가 차거나 게워내게 된다고.


애초에 분유를 줄 때도 최대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젖병을 세워서 먹여야 하고,



분유를 아래위로 흔들어 섞지 않고 손바닥으로 비벼 섞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란다. 흔들면 생기는 거품이 다 공기 방울인 거라고.


오, 탄산 먹는 느낌이랑 비슷한 건가.


처음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됐을 때는 그저 신기했다.


당연히 유튜브나 블로그에 나오는 것처럼 ‘먹이기→트림 시키기→재우기’의 순서만 잘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겪어보기 전까지는…….



도대체 누가 인생사를 간단하게 화살표(→)로 축약할 수 있다고 믿었던가.


목도 못 가누는 신생아를 직접 집에 데려와서 살아보니 저건 절대로 저렇게 예쁜 화살표로 딱딱 끝나는 게 아니었다.


기나긴 굴곡 ‘ ---~~--~~~----~-- ’ 의 과정 끝에……. 드디어 뾰족하게 딱  > ’ 화살표가 완성될까 싶은 순간에……! 애매하게  } ’ 모양이 되어버려서……?


이게 트림인지 아닌지, 재워도 되는 건지 깨워서 어떻게든 시키고 재워야 되는 건지, 대혼돈 속에 한시간을 안고만 있다가 결국 트림을 안 해서 찜찜한 마음으로 재워버리는…….


‘트림→재우기’를 꼭 해야겠는 J형 인간에게는 영원한 고통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트림 시키는 게 어려운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계속)

이전 14화 2100년에 얘는 살아 있겠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