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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Sep 28. 2023

진짜 힘든데 애는 예쁘다는 말의 진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그말을 정말 믿지 않았다. 솔직히 회사 일 힘든 건 서슴없이 말하면서도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는 꼭 아름답게 말해야만 할 것 같은, 사회가 알게 모르게 강요하는 억지 감수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그런 감상에 애써 젖는 바보가 되지 않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힘들다’와 ‘예쁘다’가 어디 공존할 수나 있는 말일까. 설령 진짜 그렇다고 해도, 힘든 걸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힘들어보기 전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말은 진실이었다. 진짜 진실.


그러니까, ‘힘들다’와 ‘예쁘다’는 세트인 거였다.



언젠가부터 아기가 대으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특정 시간에.


하루종일 잘 놀다가도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집안이 떠나가라 울어제꼈다. 처음엔 몰랐는데 며칠 겪어보니 꼭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만 운다는 걸 알아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영아산통’이라고 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른단다. 이유 없이 계속해서 특히 저녁과 밤마다 우는 것을 말하는데, 꼭 배가 아파서 우는 것도 아니란다. 그냥 저녁마다 우는 증상을 영아산통이라고 하고, 전혀 달래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나…….


쓰면서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하기로 유명한 ‘삐뽀삐뽀119’에서 정확히 나온 얘기다.


신생아 때는 외부 자극을 몰라서 잘 안 운다고 한다. 딱 조리원에 있는 기간 동안.


그런데 집에 오면, 생후 3~4주부터는 감각에 눈이 차츰 뜨이면서 정말 ‘밥만 잘 먹으면 자던 애가 어느날부터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그것도 딱 시간 맞춰서!


그리고 6주쯤에 피크를 찍고, 12주는 되어야 사라진다고 한다. (12주요……?) 그런데 희망을 가지라고 한다. 영아산통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이므로. (예……?)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겪어보면 진짜라는 걸 알게 된다. 정말 신기하고도 미칠 노릇이다. 어떻게 사람이 딱 8시부터 10시까지만 울지? 시계가 있나? 인체란 도대체 어디까지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란 말인가!


매일 시간을 정해 울다니 J형 인간에게는 희소식일까?


아니, 그렇지도 않다. 그때만 우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시간은 아는데 열쇠를 모르까 더 무섭다.


신생아가 울 때는 1초만에 얼굴이 압력밥솥처럼 벌겋게 타오른다


이건 뭐 전혀 달래지지가 않는다. 분유를 줘도 안 먹고, 쪽쪽이를 물려봐도 뱉어내며 운다. 서서 안고 흔들어줘도, 바운서에 앉혀 흔들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진짜 10초 안 울 뿐 다시 큰 소리로 울어제낀다. 그렇다고 눕혀놓으면 더 자지러지게 운다. 무조건 안고 있어야 한다. 손목과 팔뼈에 감각이 없어진다.


그렇게 진 다빠져서 허공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가…….


문득 조용하길래 내려다보면…….


어느새 뚝 그치고 말간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검고 반짝이는 눈. 난리통에서 만난 작은 인간이 안 예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때 내가 했던 생각은 정확히 이러했다.


‘진짜 킹받네……. 진짜 힘든데 애는 예쁘네…….’


너무 힘든데 애는 예쁘다는 말은 진실이었다.

억지 감수성 쏙 뺀, 더도 덜도 꾸미지 않은 정확한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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