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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Oct 05. 2023

엄마도 나를 이렇게 귀여워하면서 키웠어?

친정 부모님이 내 어릴 적 사진을 가져오셨다



친정 부모님이 어릴 적 사진을 가져오셨다. 아기가 내가 어릴 때와 똑 닮았다며.


특히 누워있는 사진은 진짜 똑같다

이 사진들을 옛날에도 보긴 했었는데 아기 키운 적이 없다보니 ‘그냥 아기 때구나’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니 새롭게 눈에 들어온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1. 흔들침대


자동 바운서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는 안 자는 아기를 흔들침대에 눕혀놓고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밀면서 잤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그게 가능!?)


어릴 때 내가 엄청 안 자고 울었다고 한다. 얼마나 울면 없는 살림에 흔들침대를 샀겠냐는 얘기를 부모님이 몇 번 하긴 했었는데 그게 이제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사람은 정말 불효의 동물이다…….


2. 짱구베개


나름 그 시절에도 짱구베개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지금의 과학적인 짱구베개보다는 왠지 촌스럽지만(?) 나름 그 시절에도 다 육아템이 있었던 듯하다.


우리 아기는 자꾸 자기가 편한 오른쪽으로만 눕는데, 나는 몇번 왼쪽으로도 눕혀주려고 노력하다가 아기 깨는 게 더 스트레스라 이제 포기했다.


그런데 엄마아빠는 ‘잠 안 자면서 만들어 놓은 너네 두상이야. 너도 아기한테 잘 만들어 줘.’라고 한다. 난 잠 안자고는 못하겠는데……?


3. 엄마의 나이


엄마와 나는 24살 차이로 ‘띠띠동갑’이다. 그런데 육안상 그냥 여고생 아닌지. 그때 특유의 촌스러움을 빼고 보면, 딱 엄마 여고 졸업사진이랑 똑같이 생겼다. 그때는 결혼을 더 빨리 하기도 했지만 스물 넷에 아기를 낳아 엄마가 되었다는 게 새삼 대단하다.


내 24살 때를 생각하면……? 철도 지지리도 없었던 ‘부모님돈 축내는 취준백수’ 시절이 아닌가. 심지어 지금까지도 나는 내가 엄마가 되기에 적합한 나이 또는 정신상태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기를 키우면서 엄마한테 물어본 게 있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귀여워 하면서 키웠어?”


그랬더니 “그럼.”이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엄마는 우리집에만 오면 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귀엽다고 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내가 성인이 되어 자꾸 집에 늦게 들어오던 시절에 엄마가 했던 말이 있다.


“부모는 매일 자식 짝사랑만 해.”


그말마저 잔소리 같고 귀찮았던 나는 지금 나를 알아보는지 어쩐지도 모르겠는 갓난아기를 보며 매일 사진 찍고 덕후생활을 하고 있다.



내 핸드폰엔 똑같아 보이지만 다른 사진이 몇십개씩 저장되어 있다. 이제 겨우 백일인데 핸드폰 저장용량이 꽉 차버려서 매일 경고 메시지가 뜰 지경이다. 하지만 뭐하나 지울 수가 없다. 나한텐 다 다른 사진이거든.


더군다나 그땐 필름사진을 인화하던 때라 카메라도 귀하고 사진도 귀했을 텐데 아기의 모든 순간을 찍어놓지 못하는 게 얼마나 아쉬웠을까? 그 마음은 그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또 어릴 적에 피아노 콩쿨을 나갔던 때 생각이 났다.


그런 날은 공연장 앞이 온통 사진기사의 호객행위로 가득찬다. 자녀가 무대에서 피아노 치는 모습을 멋지게 큰 사진으로 찍어 액자로 만들어 준다는 사람들.


대개 그런 건 비싸기 마련이다. 요즘 시대에야 젊은 부모들이 ‘내가 그것 하나 못해주겠어?’ 하고 선뜻 돈을 쓰겠지만 그 시대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특히나 난 90년생이기 때문에 IMF 시대였을 거다.)


우리 아빠는 집에서 가져온 카메라로 찍으면 된다고 했다. 저런 거 할 필요 없다고.


그래서 내가 피아노 치는 사진을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겠지? 하지만 필름 카메라 특성상 사진을 찍고 바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필름을 꽉 채워서 사진을 찍고, 인화를 맡겨야 한다.


그런데 며칠 후 가족 나들이에서 내가 아빠 카메라를 만지다가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뭘 잘못 만졌는지 필름도 손상돼버렸다. 내 콩쿨 사진이 거기에 있을 텐데.


그때 아빠가 어찌나 크게 화를 냈는지,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는 아빠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게 그저 서러워서 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했을까 하는 생각이, 30년이나 지난 지금 드는 걸 보면 말이지…….


사람은 진짜 불효의 동물이다…….


엄마아빠가 나를 사랑으로 키웠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지금까지 생각해왔지만, 내가 아기를 낳아 키워보면서 매일매일 새롭게 부끄러워지는 중이다.


그 시간을 감히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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