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알못이 싸우게 되는 이유

축알못의 축구팬 권하기(1)

by 도리

어디가서 축구 좋아한다고 말하기 힘든 세상이다.


일단 사람들에게 내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네가?'라고 한다. 행간이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너~ 맨유에 누가 있는지는 아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표정이다. 그걸 알아야 축구를 좋아하는 거냐고 묻고 싶지만 그건 상대방을 더 의기양양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K리그다(김현회, 이른아침)

한 번은 'K리그'라고 치면 한 권밖에 는 책을 집어들었다가,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며 무릎을 꿇고 만 적이 있다. 저자의 조사력과 취재력이 대단기 때문. 책장을 다시 들춰 표지를 보니 김현회 기자였다. 축구 기자쯤은 돼야 축구 책을 쓴다.


문제는, 이렇게 축구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나같은 사람은 자꾸 창피해진다는 것이다. 아시안컵 중계를 보다가도 그랬었다. 그 먼 나라까지 가서 축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축구에 대한 어떤 과감한 열정이 샘솟아야 평생 가 볼 일 없는 아랍에미리트에까지 가서 축구를 본단 말인가.


스포츠 기사에선 잘 모르고 말했다가 축잘알 군단의 득달같은 비난을 맞는 사람도 몇 봤다. '이 분 4년에 한 번 축구 보는 분' 같은 뼈 때리는 말이 덧붙여지면서. 4년에 한 번 축구 보던 나는 '턱' 하고 비수를 맞는다.

출처: news1


고심 끝에 나는 내가 축알못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원래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이 들통나는 공포가 예민함을 만든다. 약점을 방어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지 말고 아예 모른다는 걸 인정하기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나는 축구를 잘 모른다. 그래도 축구를 본다. 축구 규칙이 괜히 쉽겠는가. 아무나 보라는 거다. 골 넣으면 된다. 그게 다다. 그 이상의 규칙들은 '승부가 너무 빨리 나게 하지 않게' 하려고 만든 제한들일 뿐이다.


축알못이 다투게 되는 것은 '잘 아는 척'을 하려고 해서이다. 실 그건 사회 탓도 있다! 사회가 축알못을 은근히 금기시하고 있으니까. 현대사회의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은 취미활동에도 적용되는 것이어서, 급기야 한국 사람들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도 '수준급'이 아니면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게 되었다.


모르는 걸 인정하면 쉬워진다. 아는 척하다 괜히 틀리니 싸움이 된다.

그 똑똑한 학문이라는 과학도 무지를 인정하면서 발전해 왔다. 불치하문,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교학상장,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진보시키는 법! 우리가 물어봐야 축구가 발전한다. 축구 발전엔 왕도가 없다. 축알못이 축구팬으로 유입되어야 발전할 것 아닌가.

출처: Pixabay

대신 더 이상 나를 '축알못'이라는 부정적인 단어 말고, '라이트한 축구팬'이라고 하고 싶다. 취미니까. 한글로 바꾸면 '가벼운 축구 애호가'다. 나는 본업이 있고 일상이 있다. 가볍게 축구를 즐기기만 해도 일상에 생기가 돌더라 이거다.


내가 '가벼운 축구 애호가'라는 사실은 내 글을 시시해 보이게 할 지도 모른다. 나는 축구와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고, 일상을 다 버리고 축구장으로 떠날 자유로운 영혼도 아니다. 그냥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축알못도 축구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글을 쓰고 싶다.

그냥 '별 사람이 다 있다.' 생각해 주면 된다. 그러다가 '축구가 그렇게까지 좋은가? 나도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공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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