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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

브런치에서도 나는 질투 중.

아침부터 띵동. 라이킷인가 싶어  얼른 핸드폰을 들어보지만 구독하는 작가님의 새 글이다. 책을 출판하시려고 계약 중이라는 내용이다. 평소 글이 재미있고도 깊이가 있어 너무 좋아하던 터였다.  글을 브런치에 올리신 지는 얼마 안 되었으나 초보인 내가 보기에도 책을 곧 내시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그런데 그분의 글이 읽히지가 않는다. 평소 3분이면 읽어 내릴  수 있는 그분의 글이 읽히지가 않았다. 그분의 필력이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닐 테고 질투 눈이 먼 게다. 필시.

한 달 여가 돼 가는 나의  브런치에는 구독자자는 커녕 조회수도 많지 않은데 그분은 책을 출간한다. 내 초라함을 바라보기가 참 힘이 든다.


우연찮게 시작한 브런치는 참 신세계였다. 사진을 예쁘게 찍는 재주도 없거니와 검색이 잘될만한 키워드를 선정해서 넣는 것도 참 구차하느꼈 나는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하다 못해 어릴 때 유행했던  싸이월드꾸준히 하기가 힘들었다. 브런치는 글만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장식이 없는 그저 글만으로  평가된다는 것이 왠지 진짜 알짜배기라고 고지식하고도 촌스러운 나는 이 플랫폼은 꾸준히 채울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아, 근데 이곳에도 난관이 있었으니 조회수와 라이킷, 구독자수이다. 수치화한 자료엔  나도 모르게 자동스럽게 순위를 매겨보는 나. 내가 문제였다. 다른 작가들이 가입한 날짜를 가늠해 보고 지금 이 정도면 브런치가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건가 비교해 본다.  남들은 무슨  얘기를 어떻게 쓰나 열어봤다가 어머어머 감탄 끝에 내 글과 비교하고 또 좌절한다. 어딜 가든 비교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돌아가고 내가 좀 나으면 우쭐했다가 내가 좀 못하면 기분이 바닥으로 꼬꾸라진다.


이렇게 질투에너지를 강렬하게 쏘아대니 정작 글을 쓸 기운이 날까.


글쓰기 대회는 선생님께 선별되어야만 나갈 수 있던 시절, 별 볼 일 없던 나는 당연히 대회후보가 아니었으나 동네 문방구에 붙은 글짓기 대회 포스터를 보고 당당히 개인 자격으로 혼자 참가 신청을 했다. 대회에도 혼자 참가했다. 그리고 대상을 받았다가 드라마 구성상 맞는데, 그런 반전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늘 글쓰기에 열정이 있는 어린이 었다. !맞다. 심지어 한참 동안 내 꿈은 아동문학가 였다.


난 글쓰기를 참 애정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면 얼마냐 좋겠냐마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면 어떨.

 

야구를 이제 막 시작한 우리 집 어린이는 참 지지리도 못. 공수교대를 하는지도 모르고 혼자 계속 외야에 멀뚱히 서 있다가 헐래 벌떡 뛰어다. 타석에 섯다하면 삼진에 병살. 그래도 늘 야구가 재밌다고 말한다. 못함에 굴하지 않는다. 잘하는 형아들을 보고 경탄하되 형아자기 실력을 비교하지 않는다. 온전히 게임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어린이다. 야구 그 자체에 몰입고 있다.


나도 어린이를 본받고자 한다. 붓글씨는 아니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붓펜으로 '몰입' 두 자를 궁서체로 딱 써서 식탁 앞에 붙인다.  바른 마음 가짐으로  온전히 글쓰기를 즐길 수 있길 바라본다. 남을 보지 말고 내 안의 것에 집중. 질투 말고 글쓰기에 화력 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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