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아기 때 이불을 그렇게 잘근잘근 씹었다. 고 녀석의 이불은 늘 귀퉁이가 씹어져 낡아 있었고 가끔은 구운 빵냄새 같은 콤콤한 냄새가 났다. 만화 스누피에 나오는 머리숱 없는 어린이처럼 이불에 애착을 갖게 된 건가? 내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을까? 엄마의 불안증에 불을 지폈다.
씹지 마. 이불 입에 넣는 거 아니야. 병균 있어. 그렇게 '하지 마'시리즈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은 나와 누워있는데도 뒤돌아서 몰래 이불을 씹는 녀석을 보고는 물었다.
왜 씹는 거야? 이불?
응. 이렇게 하면 마음이 편안~~ 해져. 엄마도 한 번 씹어봐.
세 살 어린이가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표현을 하는 것에도 놀랐지만, 씹던 귀퉁이의 반대편을 내게 내밀며 권하는 폼에 진심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물고 씹었다.
편안~~ 하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새 나왔다. 응. 편안하네~
혼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문득 내 고민을 나눌 데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물리적으로는 가족이 제일 가깝지만 마음은 제일 멀 때.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소외감. 계획 없이 보낸 5일의 연휴가 흘러 출근을 앞둔 꿀렁꿀렁하고 심란한 마음을 어디 얘기할 데가 없는, 이런 때 그 꿈을 소환해 낸다.
꿈속에서 나는 솜이불을 덮고 있었다. 이불 가장자리에는 철사가 있어서 구부리거나 펴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다.
꿈과 관련해서 연상되는게 있는지 물어왔다.
미국 유명대학 연구결과에서 이불을 덮는 것이 타인과 포옹하는 것 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발표를 했다는 내용을 라디오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해석해준 이는 흐뭇해 했다. 스스로 비난을 멈추고 자신을 토닥이려는 거라고 했다.
그 꿈 영향인가?솜이불이 무거워 안 쓰는 추세이지만 나는 그 무게가 참 좋았다. 불안한 마음이 여기저기 나대려는 순간 괜찮아 코자. 잠이나 자. 하고 무겁게 다독이는 듯 한 그 느낌.
늘 누가 나를 다독여주었으면 했다. 엄마아빠가 그래주었으면 했다. 어떤 상황에도 내편인 의리 있는 친구를 만났으면 했다. 우리 예쁜이한테 누가 그랬냐며 말도 안 되게 같이 화내주는 애인을 만났으면 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시도는 늘 실패였다. 내가 찾는 것처럼 그들도 자기편인 누군가를 찾아서일까? 서로의 다독임을 갈구하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결국 실망으로 끝이 난다.
어쩌면내 꿈은 나를 안아줄 사람은 나뿐임을, 나를 다독일 사람도 나밖에 없음을 알려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