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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구직도 안 하는 청년 40만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살이를 추천하는 이유

by 캐나다 아비

한국에 일과 구직을 안 하는 청년이 40만이 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각자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은 다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구직을 하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 학업 등 절대적인 투입량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보다는 공기업 혹은 대기업, 사립학교보다는 공립학교 등 좀 더 나은 근무환경과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고정관념 때문에 쉽사리 취업하기가 망설여진다.


나는 20대에 대학 입시에 떨어졌으며 또 2년 동안 공부했던 임용고시에서도 떨어졌다. 입시 지옥에서 느꼈던 좌절감과 노량진에서 함께 공부한 다른 친구들의 합격에 비해 또 나만 떨어졌다는 그 패배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이후 찾아온 무기력함은 더 이상 어떤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조차도 없애버렸다. 학습된 무기력함은 참 무섭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지능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회에서는 특히 실패라는 단어가 참 무섭게 느껴진다. 실패하면 평생 낙오자라는 라벨링과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는 사실에 실패해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나이라는 일정한 틀에 이 나이에는 이 과업을 이루어야라고 말하며 이 과업을 이루지 못했을 때 느끼게 만드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다. 어린 나이에 빠른 성공을 부추기며 성공이라는 물질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다.


10년 전 호주로 워홀을 떠났고, 1년 전에 캐나다에 와서 정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외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은 쉽지 않고 지금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외살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첫째, 한국보다 좀 더 직업적 기회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많다는 것이다. 해외살이가 편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착하는 과정은 정말 치열하고 힘들다. 한국 사회에서 유독 최상위 학생들에 대한 직업적인 기회는 많아도 그것에 비해서 중상위 학생들에 대한 직업적 기회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다양한 직업적 경험을 통해 해외 경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두 번째, 한국사회가 아닌 세계에서 더 넓은 시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유독 체면 문화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자아, 입지에 대해 집착하게 되면 내가 어떤 것을 좋아고 잘하는지, 이 일이 나한테 잘 맞는지 모르게 된다. 한국에서 정해준 기준이나 정답에서 잠시 벗어나 나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세 번째, 새로운 자신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한국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한 가지는 한국은 인재가 자원인 나라이다. 국뽕이라고 놀릴 수도 있지만 내가 세계 속에서 만났던 한국인은 대부분 부지런하고 똑똑하다. 물론 예외는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성실함이 바탕에 있다. 처음에 해외살이를 할 때 부족한 외국어로 부딪히면서 처절하게 힘들 수는 있겠지만, 외국에서 살면서 생긴 마인드셋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해외살이를 하면서 나는 해낼 수 있다는 근본 없는 자신감을 형성할 수 있다.


가장 인생이 처참하고 힘들 때

터널을 걸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좌절감이나 패배감에서 나와야 할 사람은

바로 각 개인이다.

한국에서 말한 기준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특성을 해외에 살면서 다시 깨달을 수 있으며,

한국에서 얻지 못했던 기회를 해외에서 얻을 수 있다.

실패를 통해서 더 강해질 수 있고, 실패라는 결과에서 또한, 뜻밖에 기회라는 것을 얻을 수도 있다.


일도 구직도 안 하는 청년들이

좌절감, 패배감 혹은 무기력함에 사로잡혀

또는, 스스로에게 갇혀서

본인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 파이팅:)


캐나다 빅토리아 한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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