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살아남기 프로젝트
캐나다에 온 지 한 1년쯤 지나오니 갑작스럽게 한국 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가족이 보고 싶을 때, 또 몸이 아플 때 한국이 너무나 그립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구 반 바퀴를 돌고 와서 혼자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목이 따끔따끔하니 계속 아파왔다. 약국에서 산 타이레놀이나 알레르기 약을 먹어도 뒷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입에서 노란 가래와 콧물, 눈에서는 노란 분비물이 나와서 눈을 뜨기고 힘들었다.
매니저에게 급하게 저녁에 문자를 남기고 내일 아침에 워크인(병원)을 가야 해서 씩 데이를 써야겠다고 알렸다.
빅토리아는 밴쿠버에서 페리로 1시간 반, 도심까지 나가려면 1시간 총 2시간 반에서 3시간 까지 걸리는 작은 외곽 도시이다. 워크인 5군데에 전화를 해보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워크인을 찾아갔더니 병원에 의사가 없단다. 약국 약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병원에 오니 의사가 없다는 워크인이 참 많다.
밴쿠버만 나가도 병원 가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은데 작은 외곽 도시에 살다 보니 몸이 아플 때 참 불편하고 서럽다. 그래서 온라인 닥터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나의 원격 의료 서비스 즉, 의사와 원격으로 상담하고 그 의사는 환자와 가까운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의사는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처방전을 약국으로 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의사는 1시간 후에 처방전을 약국으로 보내주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어야 처방전을 보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몸이 아픈데 약국에서 1시간을 기다리고 고객 센터에 전화해서 처방전이 언제 나오는지 다시 물어보고 하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았다.
항생제가 필요한 것 같아서 다시 집에 돌아와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정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 병원과의 전쟁은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정리가 되었다. 1년간 원격으로 이용하는 닥터 서비스는 360불 한화 36만 원을 내고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약국에서 항생제를 받을 수가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한국에서 누렸던 의료 혜택들이 그립고 고맙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자국민이라서 당연스럽게 누렸던 그 혜택들 속에서 나는 진정으로 감사하지 못했구나 깨달았다. 캐나다에서 한국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을 깨닫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