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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향수병은 입에서부터 온다.

캐나다 빅토리아에 H마트(대형 한인마트)가 생긴 날

by 캐나다 아비


캐나다 오기 1년 전만 해도 새로운 나라에 정착해서 잘 해낼 자신감이 있었다. 한국에서 30년 살았는데, 남은 삶은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작년 4월에 빅토리아에 짐 가방 2개 가지고 혼자 와서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


비로소 빅토리아에서 1년이 지난 지금 이서야 캐나다에서 조금 안정감을 찾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같이 일하는 중국, 인도, 캐나다 인 등 다국적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캐나다 사회에 조금씩 천천히 물들어가고 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캐나다이기 때문에 캐나다 인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입맛이다.


1년 전만에 해도 한국을 떠나서 외국에 사는 것이 대수롭지 않고 잘 해낼 것이라는 나만의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한국을 떠나니 좋아했었던 한국 음식들이 그립다. 영주권을 받으면 빅토리아를 떠나 밴쿠버로 가고 싶은 이유도 생각해 보니 한국 음식점이 빅토리아에 비해 밴쿠버에 훨씬 많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늘 생각나고 그리운 한국 음식들이 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유명한 뜨끈한 돼지 국밥집,

엄마가 식사 메뉴로 해주셨던

묵은지 고등어 김치찌개,

외갓집 할머니께서 겨울에 꼭 보내주셨던

여수 돌산 인절미 떡,

체인점 빨간 떡볶이와 한국 대표적인 후라이드 치킨, 매운 아귀찜과 달달한 한국 호떡.


그리운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인다. 나의 정체성은 오리지널 한국 사람이고, 한국 입맛을 가진 여자이다. 그리고 나는 캐나다 이민 1세대이다. 캐나다에 살다 보니

한국의 고마움을 느끼려고 캐나다에 온 것 같다.


모든 향수병은 입에서 시작된다. 좋아했었던 한국 음식을 잘 못 먹으니 입이 고프고, 입이 고프면 마음이 고프다. 마음이 고프면 한국에서 갔었던 장소와 사람들이 보고 싶고, 한국 음식과 사람들과 익숙한 장소가 보고 싶으면 결국 한국에 있는 부모님 집에 가고 싶다.

그게 바로 향수병 Home-Sick이다.


1년 전에 빅토리아에 정착하고 나서 에어비앤비 사장님께서 H마트(한국 대형마트)가 조만간 생길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빅토리아에 정착하고 1년이 지나서 한국 대형마트가 빅토리아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줄을 서서 대기 시간은 보통 30-40분 대기를 하고 나서 H-마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빅토리아에 사는 한국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들, 캐나다 인들도 북적여서 카운터에서 계산을 할 때도 줄을 섰다.


이번 주에 일을 끝내고 이틀 연속으로 H마트에 갔었다. 가장 먹고 싶었던 즉석 떡볶이를 고르고, 한국 사과, 내가 좋아했던 오란다 옛날 과자도 샀다. 여기가 꼭 한국의 작은 천국 같았다. 작은 천국으로 인해서 내 마음이 더욱 풍성해졌다. 빅토리아에서 알고 지내는 한국 사람들 다 여기에 모였다. 이들도 한국이 그립나 보다.


신기하게 카운터에서 오래 줄을 스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샀는지 바구니를 보게 되었다.

외국 사람들 손에 다 들고 있었던 것은 불닭 볶음면이었다. K-Food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줄 몰랐다.

캐나다인들도, 중국인들도, 다른 외국인들도 한 손에 불닭 볶음면을 들고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불닭 볶음면 한 개로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한국 음식을 사랑해 주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사랑해 주어서 고맙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한국마트로 우리는 한국을 보았고, 음식으로 인해 신기하게 위로받았다. 먹고사는 문제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이상하고도 신기하게 한국 음식을 엄청 먹고 나서 밴쿠버로 나가고 싶거나, 한국 집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진짜 모든 향수병은 입에서 오나 보다.

풍성한 한국 음식은 나의 향수병 Home-sick을

처방했다.


고마워요. 한국음식들.

사랑해요. 빅토리아 한국마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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