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귀여운 캐나다 어린이들.
선생님. 우리 아이 발바닥이 너무 더러워요. 발바닥 더럽지 않게 조금 신경 써주세요.
선생님. 놀이 시간에 아이가 누워있는 것 신경 안 쓰시나요?
선생님. 우리 아이가 소변 실수를 했어요. 혹시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선생님. 우리 아이 학예회 연습 너무 힘들어하는 데 우리 아이 힘들어하지 않게 해 주세요.
한국에서 나는 22명 아이를 혼자서 8시 반부터 6시 반까지 가르치고 돌보는 사립유치원 교사였다. 22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22명의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함께 두는 것이었다. 만 4세 반의 담임으로 22명의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함께 학급을 이끌어가야 했다.
번아웃과 스트레스 질병들이 내 몸을 괴롭게 할 때쯤
나는 21살 때 갔던 호주 시드니가 내 앞에 펼쳐졌다.
"너무 지쳐서 한국을 벗어나 해외에 나가고 싶어.
유아교육 그만하고 싶어.
아이들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너무 아프고 조용한 곳에 가고 싶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유아교육을 그만두고 싶었다.
유아교육 학사 4년, 경력 3년, 임용고시 준비 2년...
나는 앞으로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나는 어떤 것으로 돈을 벌면 되지?
캐나다에서 유아교육을 하면 영주권을 준다고 하는데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하고 한 번 도전해 보자. 내 유아교육의 끝은 캐나다 영주권이야. 캐나다 영주권 따고 나서 나는 이제 유아교육을 그만둘 거야. 영주권을 받고 나서 유아교육의 종지부를 찍을 거야. 그리고 다른 일을 찾을 거야.
그렇게 시작된 캐나다 유아교육.
유아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강한 체력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소명감, 인내심, 영어 실력, 어린이들과 애착관계, 학부모, 동료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이원화되어 있는 것과 다르게 캐나다는 보육과 교육이 일원화되어 있어서 Daycare(어린이집)이라고 한다.
캐나다 어린이들은 사실 한국 어린이들과 다르게 많이 느리다. 캐나다에서 일하다 보니 내가 만났고 가르쳤던 한국 친구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어린 유아기부터 다양한 프로그램과 주입식 교육으로 숙달된 아이들에게 뭘 그렇게 잘하라고 요구했을까..
캐나다 아이들이 조금 느리더라고 교사가 더 기다려준다. 교사가 무조건 아이들의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아이들이 스스로 성취하고 독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신발 신는 것이 조금 신기가 어렵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신발 신는 시간을 기다려 줌으로써 아이들의 독립심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한다. 부모나 교사가 물고기를 아이에게 잡아주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강한 독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가정과 기관이 연계해서 교육하고 있다.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학습지를 푸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교육을 중점으로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와 상관없이 바깥에서 약 1시간 반 정도를 놀이한다. 비 오는 날 지렁이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장수풍뎅이를 잡으로 다니기도 한다.
강한 정신은 강한 체력에서 나온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진흙, 물놀이를 하는 것을 더욱 중요시 생각한다. 옷이 조금 더럽다라도 학부모들도 크게 불평하지 않고 이해한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다치는 것에 교사가 죄인이 되어야 했다. 아이들이 다칠까 봐 신경이 늘 곤두서 있어야 했다. 물론 여기도 Incident report(사고 경위서)를 수기로 작성을 하지만, 한국에 비해 캐네디언 학부님들은 아이들이 놀면서 다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이해해 주신다.
캐나다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빠른 성장이나 지적인 학습을 강요하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아이가 작은 과업을 성취했을 때마다 성취감을 더욱 중요시 생각하고, 아이들이 독립해 가는 작은 과정들을 귀담아듣고, 기관과 함께 노력해 나간다.
물론 유아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힘들지만, 캐나다 유아교육을 하면서 캐나다 교육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한국에서처럼 1명의 선생님이 다수를 1년 동안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3명의 선생님이 그룹으로 이루어져서 교사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교사 간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캐나다 유아교육을 하면서 유아들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긍정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이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동료,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나은 선생님이 되고 있다.
한국 아이들에 비해 캐나다 어린이들은 달팽이같이 느리지만
이 느린 달팽이를 어떻게 기다려주는지 배우고 있다.
아이들의 작은 소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이들이 성장과 발달에 도모하는 것에
이제 조금씩 가르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캐나다에서 공부를 더 해서라도 어린이 교육의 끝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