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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글학교 선생님

한국이라는 정체성

by 캐나다 아비


2주 전부터 빅토리아 대학교에서 토요일에 2시간씩 한국어 교재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민 2세대(캐나다에서 태어난 아이들)이거나 1.5세대(어린 나이에 부모님에 따라 캐나다에 온 경우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한글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이 있다.


아이들이 영어로 말하면 한국말로 말해주거나 교재에 맞춤법이 틀리면 수정해 주면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캐나다에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캐나다에서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아이의 마음에 심어주는 것은 자아의 근본 뿌리를 심는 행위이다.


‘맛있는 식사’를 적어보는 시간에 아이들이 ‘맛잇는 식사’라고 적는 것을 보면서 나도 어렸을 때 맞춤법 배우는 것이 어려웠었는데,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얼마나 헷갈릴까 생각이 든다. 다른 아이는 아직 존댓말을 잘 사용하지 못해 나한테 의도치 않게 계속 반말로 말하기도 한다.


토요일에 2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에 한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정말 기특하다.


교육부에서 나온 한국어 교재로 1부 수업을, 그림책으로 2부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할머니네 방앗간을 준비해 갔다. ‘정미소’라는 생소한 단어를 듣고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도 하고, 그림책에 나오는 다양한 떡의 그림을 배우면서 “나 꿀떡 좋아하는데.. 시루떡은 뭐야?” 질문하기도 한다.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생각했던 한글이라는 문자는 외국인이나 교포들에게는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고유한 정체성을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외국에서 살고 태어났더라도 근본의 뿌리, 한국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Uvic 빅토리아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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