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다. '큰 변화'라는 단순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은 모든 이벤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거대한 이벤트가 바로 출산이었다.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하루하루가 펼쳐지고,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보통 아이로 인해 엄마가 겪게 되는 변화는 많이들 공감하지만 아빠의 변화는 종종 간과되는 것 같다. 물론 아이를 직접 낳는 사람은 엄마고 당연히 영향도 더 많이 받는 사람도 엄마다. 하지만 그런 엄마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날들 역시 만만치 않게 고되고 새롭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사랑스러운 딸 수인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우리 부부는 굉장히 활동적인 부부였다. 축구 시즌에는 주말마다 K리그를 보러 경기장에 다녔고, 가끔씩 영화와 맥주도 함께 즐겼고, 국내외로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다.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결혼 전부터 워낙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었고, 결혼 후에는 그런 방랑벽에 날개를 단 듯이 아내와 함께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2013년 3월에 결혼한 이후에 2014년까지 해외여행만 해도 유럽 신혼여행, 대만, 홍콩, 사이판, 터키 이렇게 다녔으니.
이 모든 것이 아이와 함께 끝나버렸다. 초기에는 회사 다니랴, 산후조리와 갓난아기 때문에 정신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 챙기랴, 육아 도우랴 정신이 없었고, 조금 익숙해지자 아이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했다. 출근, 퇴근, 그리고 아이와 함께 보내기. 축구, 영화 등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도 좋았다. 신기하게도 이전에 그렇게나 많이 즐기던 것을 못해도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수인이만 보고 있어도 행복했고,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처음 느끼는 감정이 낯설었지만 흐뭇했다.
그렇게 1개월이 지나고, 3개월이 지나자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말린다. 힘들다고, 아이는 기억도 못한다고, 후회한다고. 그렇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언제나 정말 많다. 오소희 씨처럼 아들과 함께 오지를 멀쩡하게 잘 여행 다니는 사람도 있잖아. 수인이가 기억을 못 하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쌓인 것들이 아마도 더 긍정적이고 폭넓은 시야를 가진 아이로 자라는데 도움을 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도 생겼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돌도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시작한 여행. 시작은 제주도였다. 저 멀리 독일도 다녀왔다. 부부 둘이서만 여행을 갈 때와는 매우 다른 양상의 여행이었지만 즐거움은 여전했고,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즐거움을 동시에 알게 되기도 했다. 그 시간들을 더 늦기 전에 기록하려 한다. 언젠가 수인이가 좀 더 컸을 때 직접 읽어보고 그때를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번 더 가자고 하면 어쩌지? 어떻게든 가지 뭐. 여행은 늘 즐겁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여행이니 즐거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수월하고,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용기를 가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