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행지 결정

by 본격감성허세남

10월에 독일로 출발하는 항공권을 덜컥 구입해버렸다. 그때쯤이면 수인이가 10개월이 조금 지났을 시기, 그러니까 돌도 안 된 아이와 함께 11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이다. 약 한 달간의 휴가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일단 질러놓긴 했지만 걱정이 되긴 했다. 적어도 내 주위에선 그런 무책임한(?) 행위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기까지는 모든 것이 수월했다.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왕복 항공권이 매우 싸게 나왔고, 한 명은 그동안 열심히 모아 왔던 마일리지로 거의 무료로 갈 수 있었다. 수인이도 10%가량만 내면 되기에 셋이서 150만원 조금 넘게 독일을 왕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마 조금 더 비쌌다면 조금 더 고민했을 텐데...


그렇지만 비행기 티켓을 구입한 날부터 날마다 우리 부부는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말하니 모두들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취소 가능하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과연 진짜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의 고민 역시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주변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동물인가 보다.


4월 말의 어느 저녁, 수인이가 그날따라 일찍 자서 조금 여유가 생긴 저녁에 역시나 독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이런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 미리 예행연습 한 번 해볼까? 그래서 안되면 독일 항공권은 취소하면 되잖아. 위약금은 나오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채로 출발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 말을 계기로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여행이 결정됐다. 목표는 한 달 뒤인 5월 말, 장소는 제주도. 약 1시간가량으로 비행 경험하기엔 딱인 곳이었다. 다행인 건 백일 무렵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시는 전남 광양까지 차로 몇 번 다녀왔다는 점? 집에서 오래 떠나본 적이 처음은 아니니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다. 이렇게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는 건 당연히 처음이기에 모든 것을 새롭게 알아봐야 했다. 다행히도 제주도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족이 여행을 가기에 완벽한 곳이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바로 빌릴 수 있고, 카시트와 유모차도 깨끗한 것으로 현지에서 모두 빌릴 수 있다. 종류도 엄청 많아서 유모차는 서울에서 우리가 쓰는 모델로 예약을 했고, 카시트는 신생아용 바구니형 카시트로 예약을 했다. 아이가 함께 있으면 숙소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반드시 취사가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분유 탈 물도 데울 수 있고, 얼마 전부터 갓 시작한 이유식도 조금이나마 먹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해서 제주 공항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은, 거기다가 풍경도 좋은 애월의 바닷가에 한 숙소를 잡았다. 이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역시 제주도는 제주도다.


드디어 제주도로 떠나기 전날. 짐을 싸면서도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전부터 짐이 많은 건 싫기에 최대한 짐을 줄여 봤지만 기본적으로 수인이 짐 때문에 우리 부부끼리 여행 갈 때보다 짐이 2배가량 늘었다. 이 짐을 가지고 내일 아침 출발만 하면 되는 상황. 엄마와 아빠가 짐을 싸는걸 옆에서 보고 있던 수인이에게 물어봤다.


"수인아 우리 내일 제주도 가. 잘 갈 수 있겠지? 그치?"


물론 6개월이 갓 지난 아이가 무슨 말을 하랴. 그저 웃기만 할 뿐. 그래도 우리 대머리 아가씨가 환하게 웃어주니 안심은 된다.


사진 2015. 5. 29. 오후 11 58 50.jpg "아빠, 엄마 걱정 마세요. 제가 잘 할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 가족의 생애 첫 가족 여행,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참 좋은 시작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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