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여행 체질?
여행 당일, 출발지는 김포공항, 도착지는 제주공항. 일찍 일어나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힙시트에 수인이를 태운 후에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에서 수인이는 내내 잠을 잤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는 아이를 깨우기 싫어서 아내가 주변을 가볍게 돌아다니는 동안 내가 체크인을 완료했다. 언제나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일들. 그렇지만 그때부터 제주도에 도착할 때까지의 약 2시간가량이 지금까지의 수많은 여행 경험 중에서 가장 긴장됐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윽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 전부터 자서 도착할 때까지 계속 자줬으면 하는 우리의 바람은 이미 탑승 조금 전에 무너진 상태. 스튜어디스분들이 지나가면서 수인이를 보고 "예쁜 아기, 엄마 아빠랑 제주도에 놀러 가요? 우쭈쭈" 하면서 한 마디씩 건네주셔서 조금 더 편안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만 해도 낯을 그렇게 많이 가리진 않았으니까.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수인이는 예쁜 언니들을 참 좋아하니까. 혹시 이륙할 때 아이의 귀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말에 쪽쪽이를 물려줬다.
준비가 끝나고 곧 이륙, 약 40분 후에 착륙. 우리 예쁜 딸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착륙 때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운다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비행 내내 엄마 품에 안겨서 아빠와 함께 놀다가,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뭔가 아는 것처럼 살펴보다가 하다 보니 곧 착륙을 해버렸다. 괜한 걱정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 부부가 행운인 걸까?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비행 그까이거 별거 아니네 뭐. 괜히 쫄았잖아.'
'수인이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아이인가 보다. 여행 체질인가?'
어쨌거나 너무나도 수월하게 제주도에 도착했다. 옆을 보니 쪽쪽이를 빨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엄마 품에 안겨있는 수인이가 보였다. 어이구 예쁜 것!
그렇게 순조롭게 우리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고, 추가로 유모차와 카시트까지 빌리니까 모든 준비가 완료. 공항을 벗어나서 해안가로 접어드니까 수인이는 카시트에서 평화롭게 잠에 빠져든다. 덕분에 아빠와 엄마는 맛있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꽃밥>에서 먹은 점심은 지금 또다시 생각날 정도로 정갈하고 맛있었고, 전에 혼자 갔던 카페 <매기의 추억>에서는 창 밖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커피도 한 잔 했다. 신혼부부처럼 둘만의 사진도 찍고. 날씨도 좋고, 마음도 평화로우니 특별한 무언가를 하거나 보지 않아도 참 좋고 편안한 시간이다.
그동안에 수인이는 자다가, 잠깐 깨서 산책하며 즐거워하다가, 또 잤다. 6개월이 갓 지난 아이가 특별히 할 건 없었다. 유모차에 앉아있거나 아빠 엄마의 품에 안겨 산책하는 것뿐. 가끔 아빠 엄마의 재롱을 보며 웃어주는 우리 딸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전에는 이 모든 공간에 나 혼자 있었는데,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2명이나 더 함께 하고 있다는 사랑이 감격스럽기도 했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두 사람이.
체크인 시간이 되어 애월의 해안도로에 있는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깔끔하고, 취사도 가능하고, 밝아서 마음에 드는 숙소다. 수인이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침대 위에 올려놨더니 마치 제 집인 양 해맑게 웃는다. 다행이야. 이렇게 별 탈 없이 즐거워도 되려나 모르겠다만, 일단은 즐겨야겠다. 수인이는 정말로 여행 체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 혹시 우리처럼 어린아이를 데리고 렌터카와 함께 여행을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신생아용 바구니 카시트를 빌리기를. 이동과 수면 시간이 보장되면 여행이 훨씬 더 즐거워지더라. 카시트 없었으면 여행을 어떻게 했을지!